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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4년 2월 프랑스는 영하 20도의 매서운 한파가 몰아쳐 동사자가 속출했고, 특히 빈민들과 노숙자들의 피해가 컸다. 그러던 중 아파트 집세를 더 이상 내지 못해 강제 퇴거된 한 여성이 결국 파리의 한 거리에서 얼어죽었다. 이 여인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피에르 신부의 절박하고 분노에 찬 목소리가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파되어 프랑스 국민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친구들이여, 도와 주시오! 집 없는 한 여인이 오늘 새벽 얼어죽었습니다.
오늘 저녁, 늦어도 내일까지 우리는 담요 5000장, 대형 텐트 300개, 그리고 난로 200개가 급히 필요합니다.” 이 호소에 대한 반응은 ‘선한 폭동’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났다. 라디오 방송국에는 전화와 편지가 넘쳐나고, 엄청난 성금과 물품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 방송을 계기로 프랑스에서는 본격적으로 노숙자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결국 의회는 겨울에는 세입자를 쫓아내지 못하도록 하는 보호법을 만들었다.
세계 곳곳에는 이처럼 인간의 주거권을 비롯하여 인간의 존엄성과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기 위한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것은 한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공동선’을 제도적으로 추구하고 보장할 책임이 있는 국가와 정치 제도가 미비한 탓이기도 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이 없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우리 각자의 이기심 때문이기도 하다.
‘공동선’이란 인간의 기본권을 포함해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아무도 제외되지 않은 채 더욱 쉽고 충만하게 자기완성을 이루도록 도와 주는 모든 사회생활 조건들을 총칭하는 기본 원리이다(사목헌장 26항 참조). 이런 자기완성을 이루기 위해 개인은 타인의 선익과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국가는 전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공동선을 추구해야 할 사명이 있다.
특히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 모두가 함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재화의 올바른 분배와 이웃 사랑의 정신이 필수적이다. 특히 국가는 공동선의 요구, 즉 “평화에 대한 노력, 국가 권력 기구, 건전한 사법체계, 환경 보호, 모든 이에 대한 기본적인 편의 제공” 및 “음식, 주거, 노동, 교육, 문화와 교통, 기본적인 의료 혜택, 커뮤니케이션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종교 자유의 수호와 같은 인간의 권리들”(간추린 사회교리 166)을 보장하기 위해 올바른 정치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최근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말미암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많은 국민들이 고통을 겪어야 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택 보급율은 매우 높지만 국민 10명 중 4명은 아직 무주택자다. 또한 치솟는 전셋값을 견디지 못해 삶의 터전을 강제로 옮겨야 하는 사람들과 무허가 비닐하우스에서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 그리고 아예 집을 마련할 능력이 없어서 노숙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주택을 많게는 수백 채씩 소유하며 부의 축적의 수단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이런 불의한 현실을 개선하지 못하는 한 모든 이들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공동선’의 실현은 요원하다.
지난 1월22일 94세로 선종한 피에르 신부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세상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하나는 강한 자들로 향하는 길이며 그건 욕망이고 전쟁이다. 다른 하나는 약한 자들로 향하는 길이며 그건 바로 평화다.” 우리 사회는 과연 평화의 길로 향하고 있는가? 그 길을 따라 앞장서 가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다.
● 박정우 후고 신부·생명위원회 사무국장, 서울 정의평화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