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사순 제 2 주간 목요일/부자와 라자로. 바로 우리들입니다 - 조성호 신부님

2007. 3. 10. 오전 11:09:46

글자

다해 사순 제 2 주간 목요일

2007. 3. 8.

토평동.

예레 17, 5-10.

루카 16, 19-31.

 

우리는 각자의 삶에 충실하며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넉넉한 사람은 넉넉하게, 모자란 사람은 모자라게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모자라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부자와 라자로. 극명하게 비교되는 두 인물을 통해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지금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세상에서 부자였었던 사람과 가난하기 그지없는 사람. 한 사람은 화사하고 값진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로운 생활을 합니다. 더할 나위없는 부유한 생활이었다는 것이죠. 그런 반면 거지 라자로를 보십시오. 거지인데다, 종기 투성이의 몸, 식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로라도 허기를 채우려는 마음, 거기에 개들까지 와서 종기를 핥아먹는, 인간이면서 지극히 인간적이지 못한 삶. 인간으로서 겪게 되는 이 두 경우를 통해 예수께서는 우리의 경우를 돌아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생에서 부자인 것이 죄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성서에서는 “야훼께 복을 받아야 부자가 된다”(잠언 10, 22)고 했고, 이사악과 야곱이 부자가 된 것도 바로 야훼 하느님의 축복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또한 돈을 잘 벌고 출세하는 것을 우리는 축복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되게 해달라고 빌지 않습니까? 그리고 취직을 하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며 사업이 잘 되면 감사하다고 기도하지 않습니까?

 

예수께서는 부자임을 뭐라 하신 것이 아닙니다. 가만히 오늘 복음을 살펴보십시오. 부자와 라자로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부자가 라자로의 그 비참함을 보면서도 전혀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들어다 놓을 정도의 몸 상태, 종기 투성이, 부스러기라도 먹으려는 몸부림, 개들까지 인간을 비참하게 하는 상황에서 이 부자는 외면했다는 것입니다.

 

부자가 특별히 무슨 죄를 지었습니까? 부자는 아니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내가 내 돈을 내 맘대로, 내 재산을 내 맘대로 하는데 무엇이 잘못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분명 부자가 죄가 아니라, 이웃을 거들떠보지 않음이 죄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부자인 것이 야훼 하느님의 축복이라고 말했듯이 야훼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깨달았어야 했습니다.

 

이쯤되면 우리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합니다. 부자냐 아니냐를 떠나서 우리가 얼마나 이웃을 사랑하고 있는가? 하느님 사랑이란 이웃 사랑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가 바로 지금 여기에서 시작되고 있다면, 하느님의 심판 또한 바로 지금 여기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부자와 라자로의 이승에서의 거리는 불과 몇 미터 되지 않았습니다. 얼마든지 손을 내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생을 다한 후에는 너무도 큰 구렁텅이가 놓여 있어서 건너가려 해도 갈 수 없고, 건너오지도 못합니다.

 

“그들이 모세와 예언자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은 이들 가운데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루카 16, 31)

 

오늘 미사 중에 선포되는 말씀을 잘 들으십시오.

 

부자와 라자로. 바로 우리들입니다. 우리도 여전히 하느님과 거리가 가깝습니다. 이곳에서 성체를 가장 가까이 모실 수 있고, 이웃과 이렇게 가까이에서 미사를 드리며, 이웃과 가까운 데서 숨쉬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떻게 행하느냐에 따라 하느님 대전에서의 거리는 달라질 것입니다. 하느님과 이웃. 지금 그 거리가 벌어지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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