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간 목요일 /[강론] 무엇을 청하고 있나[최현욱신부님]

2007. 3. 1. 오전 8:57:27

글자
사순 제1주간 목요일

- 최현욱 신부-

세탁소를 하는 사람과 농부가 기도하는 것 때문에 하느님께서 참 머리가 아픕니다. 세탁소를 하는 사람은 제발 비를 내리지 말아달라고 기도하고, 농부는 비가 오지 않으면 농작물이 말라죽기 때문에 비를 내려 달라고 기도합니다. 할 수 없이 하느님께서는 세탁소를 하는 사람과 농부에게 잘 합의해서 언제 비를 내려주면 좋을 지 의논해 보라고 했습니다. 주일은 함께 교회에 가야 하니까 비가 오면 너무 불편하고, 월요일은 얘들이 학교에 가야하고, 화요일은 농부도 빨래를 해야 하고, 수요일은 뭐 때문에 비가 오면 안 되고, 목요일, 금요일...... 등등. 아무리 논의를 해봐도 비오는 날을 결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이렇게 합의를 보았습니다. “이 문제는 하느님께 맡기기로 합시다. 하느님이 원하시는 때에 비를 내려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운동 경기를 앞두고 양 팀 선수들이 서로 자기 팀이 이기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실력이나 노력은 둘째 치고 무조건 이기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하느님은 과연 어느 팀의 기도를 들어줘야 하겠습니까? 여러분이 하느님이라면 어느 팀의 기도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입시철이 되면 너도나도 개신교회에서, 절에서, 성당에서 자기 자녀가 시험을 잘 보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점수가 많이 나오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하느님이 이런 기도를 들으실 때 과연 어떻게 하실까요?


  우리들도 참 많은 기도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게 해 달라고,
  다른 사람보다 더 잘 되게 해 달라고,
  내 남편이 다른 사람을 제치고 진급하게 해 달라고,
  내 자녀가 다른 얘들보다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똑같이 이러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모두 자기 기도를 하느님께서 꼭 들어주시기를 청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럴 때 만일 여러분이 하느님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이 사람 기도를 들어주면 저 사람은 피해를 입어야 하고, 저 사람 기도를 들어주면 이 사람이 손해를 보아야 합니다. 참 어렵습니다. 저보고 이러한 하느님을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습니다. 하느님이 만일 우리와 같은 인간이라면 아마 머리카락이 하얗게 되거나, 다 빠져서 대머리가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골치가 아플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들이 바치는 청원기도 중에 많은 것들이 이렇게 하느님을 난처하게 만드는 기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들에게 “청하여라, 주실 것이다. 찾아라,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하느님께 청원 기도를 바치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생각해 보아야 할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느님께 무엇을 청하고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하느님을 난처하게 만드는 것만을 청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면서,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주면서까지 내가 원하는 것만을 주시라고 청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의 노력은 없으면서 좋은 결과만을 달라고 청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된 지도 어느새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을 따라 걸어가는 이 사순시기에 하느님을 난처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주는 기도보다 하느님과 다른 사람에게 기쁨을 전해주는 기도를 많이 하면서 살아가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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