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사순 1주일 마태오 4, 1-13- 유혹, 그 찹찹함에 대하여... - 이찬홍 신부님

2007. 2. 26. 오전 9:08:54

글자
다해 사순 1주일 마태오 4, 1-13- 유혹, 그 찹찹함에 대하여...

새해가 시작될 때, 사람들은 찬란하게 떠오르는 새해를 바라보며 한해에 대한 계획을 세우거나, 자신의 부족함을 극복하려는 다짐을 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사순 시기나, 대림 시기 때, 예수님의 고통과 수난에 동참하려는 마음으로 한두 가지의 다짐을 합니다.

이렇게 새로운 다짐들이 잘 지켜지고 하나하나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다짐이 삶 안에서 이루어지기 보다는 계획으로만 끝나버릴 때가 많습니다.
다짐을 하는 그 순간 그 다짐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유혹들이 다짐을 하기 전 보다 더 크고 달콤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곧, 술이나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을 하는 순간, 술 마실 기회가 더 자주 생기는 것 같고, 담배를 태우고 싶은 충동이 더 강하게 생깁니다.
물론, 이러한 마음에는 심리적인 요인도 작용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어떠한 다짐을 할 때, 다짐에 반하는... 다짐을 지키지 못하게 하는 크고 많은 유혹들이 함께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예수님과 멀어진 것을 깨닫고 다시금 예수님께로 돌아가려고 다짐하는 그 순간, 더 많은 유혹과 시련이 예수님께로 돌아가려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을 경험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삶 안에서 많은 유혹을 만나게 됩니다.
유혹에 빠지기도 하고, 유혹을 극복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유혹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생겨나는 것일까요?
우리의 의지, 다짐이 약하기 때문에 늘 체험되는 것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유혹은 상당히 자극적이면서 순간의 달콤함, 쾌락을 안겨주는 것입니다.
자극적이면서 쾌락적이라는 것이 어찌 잘못된 것이겠습니까 마는, 자극적이고 쾌락적인 것의 끝은, 반드시 씁쓸함과 허망함, 후회를 함께 한다는 것입니다.
곧, 달콤하고 오감을 흥분시키며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결국 후회와 아픔, 움츠려드는 길로 이끄는 것이 바로 유혹의 참모습입니다.

유혹이 얼마나 자극적이고 달콤하게 다가오는지는 창세기 아담과 하와가 뱀의 유혹에 빠져 첫 범죄인 원죄를 짓는 모습을 통해 분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를 낙원에 살게 하시며 모든 나무 열매는 따먹되, 죽지 않으려거든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말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뱀은 하와에게 다음과 같이 유혹합니다.
“하와여! 하느님께서 이 동산에 있는 과일을 하나도 따먹지 말라고 하셨다는데 정말이니?”
하와는 말합니다.
“아니 하느님께서는 모든 나무 열매를 따먹어도 좋다고 하셨는데,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만은 따먹지 말라고 하셨어!”

뱀은 그때를 놓치지 않습니다.
“아니다 절대 죽지 않는다. 너희가 하느님처럼 눈이 밝아져 선악을 알게 하는 능력을 얻는 것이 두려워 하느님께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라며 하와를 유혹합니다.
뱀의 말을 듣는 하와의 눈에는 선악과나무가 그 어떤 나무 열매보다도 더 탐스럽고 먹음직하게 보입니다. 그러면서 뱀의 유혹에 쉽고도 자연스럽게 빠집니다.

만약 뱀이 “하와야 하느님께서 선악과나무 열매를 따먹지 말라고 하셨니?”라고 물으며 유혹했다면 하와는 뱀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렇게 유혹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오감을 충동질하며 유혹해 옵니다.
하와와 아담은 호기심과 오감을 자극하며 유혹해 오기에 뱀의, 악마의 유혹에 걸려들게 된 것입니다.
‘내가 욕구에 빠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어느 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악마의 유혹에 빠져 있는 자신들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삶의 경험을 통해 유혹이 우리에게 기쁨과 행복만을 줄 것 같지만, 오래지않아 후회와 죄책감, 마음에 상처만을 남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잘 알고 있음에도 삶의 여정에서 다가오는 유혹을 극복하고 이겨내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유혹이 너무나 자극적이고 달콤하게 다가오는 이유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의 유혹은 우리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욕구를 통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부족하고 나약한 것이 유혹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통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것만은 문제없다. 유혹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 바로 유혹에 넘어가 죄를 경함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는 정도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럼으로써 덜 조심하고 긴장하지 않은 그것이 바로 유혹의 대상, 먹잇감이 되는 것입니다.

복음에 예수님을 유혹하는 악마의 달콤한 속삭임 역시 그렇습니다.
배고픔에 대한 유혹이요, 명예와 권력에 대한 유혹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욕구라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유혹입니다.
세 번째는 믿음에 대한 유혹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것만은 문제없다.’ 라고 생각하는 안일함과 교만함에 대한 유혹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혹이 아무리 달콤하다 하더라도... 우리의 오감을 휘감아 버려 쉽게 너무나 자주 유혹에 빠져 이제는 만성이 되어 버렸다 하더라도... 이에 굴하지 말고, 유혹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께서는 악마의 유혹을 당당히 극복했습니다.
가장 기본적이고 본성적인 유혹이라 할 수 있는 먹는 것에 대한 유혹, 누리려는 명예와 권력에 대한 유혹, 자신이 가장 자신 있다고 생각하여 쉽게 안일함과 교만함에 빠질 수 있는 유혹들을 이겨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에이 예수님이시니, 이겨낼 수 있는 것이지... 우리는 못한다. 우리는 나약한 인간이 아닌가?’

맞습니다.
예수님이시기에 이겨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만 생각해 버린다면 우리가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그리스도인이 되었다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됩니다.
우리 삶에... 구원에 아무런 가치가 없게 되어 버립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본받아 우리 삶의 유혹인 곧, 먹는 것... 누리려는 것... 쉽게 교만함에 빠지게 하는 유혹들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예수님께 의지하며, 예수님처럼 이겨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삶을 본받고, 그분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신앙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은 우리에게 하느님 나라를 선사해줄 것입니다.

이 말은 보너스입니다만, 하느님 나라에 가기에 앞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에이 저 사람들은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이 주게.. 성당에 다니 난 저렇게 할 수 있는 것이지, 우리는 못한다.’ 라는 말을 들어보아도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 긴 신앙생활 여정에서 단 한번 만이라도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멘.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강론 묵상 모음집

목록 전체보기 →
2007.02.25 /[강론] 말씀의 능력으로 유혹을 이기자[유영봉신부님]07.02.26조회 31[강론] 예수님의 아름다운 은퇴[박동호신부님]2007.02.2507.02.26조회 30다해 사순 1주일 마태오 4, 1-13- 유혹, 그 찹찹함에 대하여... - 이찬홍 신부님07.02.26조회 312007.02.25 /<사순 제1주일> 우리의 무기는 이것입니다 - 이기양 신부님07.02.26조회 31[강론] 7,000원에서 2,000원을ㅣ 양승국 신부님 2007.02.2507.02.26조회 31사순 제1주일 강론 하느님과 함께 함 - 김윤복 신부님07.02.26조회 31사순 제1주일 2007-02-25 /40년, 불혹의 나이 - 한창현 신부님07.02.26조회 30사순 제1주일 2007.2.25./유혹 - 이정호 신부님07.02.26조회 30사순 제1주일 2007-2-25/그분만을 섬겨라 - 김현조 신부님07.02.26조회 302007.02.25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묵상 - 정 세라피아 수녀님07.02.26조회 30하느님을 향한 일편단심 / 손희송 신부님· 2007.02.2507.02.26조회 302007.02.25 /사순절은 새로운 광야의 길 / 강길웅 신부님07.02.26조회 302007.02.24 /40일 후, 우리들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요? / 노성호 신부님07.02.26조회 30[강론] 사순 1주일 - 방효익 바오로 신부님 /2007.02.2407.02.26조회 302월 24일 토요일 /하느님 앞에 죄인임을 겸허하게 인정하라-송국섭 신부님07.02.26조회 302월 24일 토요일 .. 말씀지기 묵상07.02.26조회 30[강론] 예수님의 아름다운 은퇴(?)ㅣ박동호 안드레아 신부님 2007.02.2407.02.24조회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