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24 /다해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의사가 누구에게 필요하겠느냐 - 조성호 신부님

2007. 2. 24. 오전 11:04:51

글자

다해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2007. 2. 24.

토평동

이사 58, 9ㄷ-14.

루가 5, 27-32.

 

예수께서는 당시 다들 피하던 세리 레위를 부르십니다. 이 부르심은 단순히 부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을 따르도록 부르시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부르심이 레위에게는 충격적이면서도 대단한 기쁨이었습니다.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은 “큰 잔치를 베풀었다”(루카 5, 29)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잔치를 벌임에 있어서 숨어서 벌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큰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왔을 것이고, 그렇기에 루카는 세리들뿐만 아니라 많은 무리들이 함께 식탁에 앉아 음식을 나누었다고 전합니다.(루카 5, 29) 레위는 자신을 제자로 대해주고 사랑으로 당신의 공동체에 받아주신 예수님께 공개적으로 기쁨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레위를 바라보면서 우리를 생각합니다. 예수를 믿으면서 내가 기쁨을 느꼈다면 나는 그 기쁨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주님께서 내게 주신 기쁨, 분명 그것은 감추려 해도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기쁨일텐데, 나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예수 내 기쁨, 예수 내 희망, 이렇게 노래하는 노랫말처럼 나는 그 기쁨을 노래하면서 그 기쁨의 삶을 전해야 합니다. 나를 만나는 모든 이가 느끼며 함께 그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런데 바리사이들은 그것이 못마땅합니다. 차마 예수님께 투덜거리진 못하고 제자들에게 투덜거립니다. 조금은 비굴해보이죠. 여기에서의 투덜거림은 비방한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투덜거림의 차원을 넘어 예수님과 그 제자들의 행위를 비방하는 것입니다. 자신들이 행하는 것이나 자신들이 정한 것에서 어긋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당신들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는 것이오?”(루카 5, 30)

 

그들이 정한 기준, 그들의 기준에 의하면 세리와 죄인들은 결코 어울려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삶의 부정은 음식이나 전례와도 관련이 되어 있어서 그들과 접촉을 하면 그 부정이 전염된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바리사이들은 세리와 죄인들을 일종의 도덕적, 종교적 전염병을 앓는 이들로 여겼던 것입니다. 그래서 오직 자기들끼리만 모임을 갖고 접대를 하고 음식을 나누었던 것입니다.

 

그것을 보고 있던 예수님의 대답은 탁월합니다. 그들이 세리와 죄인들을 일종의 병자로(전염병을 앓고 있는) 취급했다면, 과연 의사가 누구에게 필요하겠느냐는 것입니다. 병으로 생각하고 있는 이들에게 환자와 의사의 관계로 접근하시는 것이죠. 분명 병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의사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사실 지도자로 있는 바리사이들이나 율법학자들은 그들 스스로 의사로서 존재해야 함을 깨달았어야 합니다. 그저 분리주의적 성향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누구냐의 평가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병을 앓고 있다면 그들을 어떻게 치유시킬까 하는 치유에 관심을 두어야 하는 것이 의사로서 할 일이라는 것이죠. 바리사이들은 죄인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부정, 즉 더러움을 전염시키는 이들이기에 우리와 분리시키고 추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반면, 예수께서는 그들이 실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고 주님을 믿는 이들이라면 분명 그들을 도와서 다시 구원된 백성이 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복음을 묵상하면 할수록 사건을 바라보는 예수님의 시각, 사람들을 대하는 예수님의 모습에 놀라고 반하게 됩니다. 그러면서도 그분의 뜻에 제대로 맞갖게 살지 못하는 저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래도 매일 이렇게 양식을 주시면서 저를 끌어 주시는 주님께 감사하면서 오늘도 다시 그분의 손을 잡고 가기 위해 일어섭니다.

 

오늘 제게 기쁨이 되어 주신 주님을 만나 레위처럼 내 삶의 기쁨의 잔치에 사람들을 초대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이길 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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