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신부-
부끄러운 기억이지만 초등학생 시절에 가출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무슨 큰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단지 방학숙제를 제대로 마치지 못해서 선생님 얼굴 뵙기가 두려워 개학하는 날
아침에 덜컥 가출을 했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며 부모님께 그동안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쪽지를 두고 나왔으니 가족들이 얼마나 놀라고
걱정했겠습니까. 혹시 친척집으로 갔나 싶어 아버지는 서울 반대쪽에 있는
큰집에 들러 제 소식이 있었나 물어보시고 이곳저곳 찾아다니셨답니다.
가출을 했지만 갈 곳이 없어서 전 결국 해질 무렵 몰래 집에 들어와 새우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가출소년 찾기에 지친 부모님들이 돌아와 저를 발견하고선 기가 차서 흔들어 깨우며
하시던 말씀이 “저녁밥 먹어라”였습니다. 종일 찾다 지쳐 화도 나고 당황한 마음에 큰소리라도
나올 법한데 저에게 아무 말씀 하지 않고
사랑으로 용서해주신 부모님의 기억이 잘못한 벌로 회초리를 맞은 것보다
더 크고 깊게 남아 있습니다. 때리고 야단쳐서 잘못을 바로잡는 길도 있지만
따뜻하게 용서하고 또 용서하는 그 마음을 서로가 알아준다면 그 어떤 훈계보다 더 큰 교훈이 됩니다.
죄인을 용서하시는 예수님의 마음이 아마 그러하실 겁니다. 밥 먹어라 하고
부르셨던 부모님의 목소리에서 지금도 예수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2007.02.24 /용서하는 마음 / 이정호신부님
2007. 2. 24. 오전 10:51:11
글자
용서하는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