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우리의 단식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 조성호 신부님

2007. 2. 23. 오후 10:45:15

글자

다해 재의 예식 다음 금요일

2007. 2. 23.

토평동

이사 58, 1-9ㄱ.

마태 9, 14-15.

바리사이들이 와서 세리들과의 식사에 불만을 표시한 뒤에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께 단식에 대해서 묻습니다. 이것은 바리사이들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당시 단식은 신앙인으로서 중요성을 띠고 있는 삶이었고, 예수님의 행동은 세례자 요한의 제자들에게 민감한 부분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스승이 예수님을 향하고 있는 광야의 소리였고, 그렇기에 예수님과 예수님을 따르는 공동체의 삶은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제자들은 단식하는 데에 소홀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기에 예수님께 불퉁거리며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저희와 바리사이들은 단식을 많이 하는데, 스승님의 제자들은 어찌하여 단식하지 않습니까?”(마태 9, 14)

 

예수께서는 먼저 당신을 신랑으로 표현하시면서 문제를 풀어가십니다. 이것은 단식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주시려는 의도이십니다. 당신을 신랑으로 표현하시면서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 없다고 하신 것은 당신께서 그 예식의 중심에 있다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너희들이 주 하느님을 믿으며 단식하고 있는데, 바로 너희가 중심에 둘 메시아가 당신이라는 것을 알려주시는 것이고, 그런 당신과 함께 있다면 굳이 슬퍼할 필요가 있냐는 말씀입니다.

 

또한 더 깊이 들어가 단식이란 슬픔의 표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베옷을 입고 몸에 재를 뿌리며 비통해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하느님의 은총을 기다리며 희망에 찬 모습으로 기뻐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가 그리스도인인 것이죠. 똑같이 사건을 바라보면서도 그 시각은 다를 수 있는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바라볼 때에도 그 자체의 사건은 슬픈 것이지만, 그것이 희망을 가져다주는 사건임을 아는 이들은 소망에 가득찬 삶을 살아갑니다.

 

또한 바리사이들이나 요한의 제자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단식을 개인의 공덕을 쌓는 것과 연관지어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시각은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내가 이것을 하면 이만큼의 업이 쌓일 것이라는 생각.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것은 하느님 편에서 선물로 주시는 것이지 단식하는 이는 그것을 바라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을 주십니다. 만일 내가 무엇인가를 바라는 마음으로 단식하고 선행을 한다면 그것은 그릇된 자세이고, 단식이나 선행을 무가치한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단식 선행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것이어야 합니다. 나 하나로 끝나버리는 극기가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것이어야 하는데, 그것은 결국 이웃을 향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 40)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오늘 독서의 내용도 우리의 단식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이사 58, 6-7)

 

실천이 없는 삶의 양식은 신앙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 예수께서도 신앙이란 실천이며, 주님을 향한 그 실천이 기쁨이라는 것을 알려주시기 위해서 오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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