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과 응답
-마산교구 강영구 신부-
오늘은 연중 제5 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주님의 부르심과 제자들의 응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는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을 당신의 제자로 부르시는가? 그리고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예수의 제자가 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오늘 말씀의 주제입니다.
예수는 복음 선포의 초기에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의 말씀을 듣기 위해서 모여들었습니다. 하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어서 예수께서는 좀더 효과적으로 말씀을 선포하시려고 시몬의 배를 이용하셨습니다. 마침 어부 시몬이 고기잡이를 마치고 그물을 거두어 씻고 집으로 돌아갈 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호숫가에 앉기도 하고 서기도 하여 예수의 말씀을 듣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시몬의 배에서 열정적으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가르침을 끝내고 나서 예수께서는 배를 빌려 준 어부 시몬에게 무엇인가 보답하시려는 듯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쳐서 고기를 잡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순간 시몬은 악몽 같았던 지난밤의 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겐네사렛 호수에서 고기잡이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던 시몬인지라 매일 밤 그물질을 하는 것이 일과였고, 그 날 걸려드는 고기만큼 그의 벌이는 결정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간밤에는 밤새도록 그물질을 하였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밤새도록 수고만 하였을 뿐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하고, 그물을 씻고 있던 중에, 예수께서 시몬의 배에 오르셔서 모여든 사람들에게 말씀을 선포하셨던 것입니다.
시몬은 예수께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물을 치겠습니다.” 시몬은 예수가 나자렛에서 톱질, 대패질이나 하던 목수였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말하자면 예수는 톱질, 망치질에는 전문가이지만, 고기잡이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문외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시몬은 겐네사렛 호수가 자신의 삶의 터전이고, 고기잡이에는 도가 튼 사람입니다. 고기잡이 전문가인 시몬이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다면, 고기잡이에는 문외한인 예수라고 별수가 있겠습니까? 그렇지만 시몬은 목수 출신인 예수의 말씀에 순종하기로 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시몬은 예수의 초대에 “예” 하고 응답?것입니다. 시몬은 고기잡이 전문가로서의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내세우려 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예수가 목수 출신이시기는 하지만, 그분의 말씀에 순종하고 그분의 초대에 기쁜 마음으로 응답했습니다.
시몬의 바로 이런 자세가 신앙인의 자세이며 예수를 믿는 사람들의 자세입니다. 예수의 초대에 “예” 하고 응답한 시몬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로 엄청난 기적을 목격하게 됩니다. 밤새도록 한 마리도 걸려들지 않았던 고기가,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걸려들었던 것입니다. 시몬은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의 도움을 청해야 했습니다.
그러고도 두 배가 가라앉을 만큼 많은 고기를 잡았습니다. 사실 예수께서는 배를 빌려 준 시몬에게 무엇인가 보답하시려고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치라 하신 것이 아니라, 시몬을 당신의 제자로 부르시려고 그를 초대하셨던 것입니다. 시몬은 그 초대에 열린 가슴으로 응답했던 것이고, 그 응답에 예수께서는 놀라운 기적으로 보답해 주셨던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능력이 있는 말씀입니다. 주님의 능력 있는 말씀에 가슴을 열고 겸손되이 응답하는 것이, 예수를 주님으로 믿는 신앙인들의 삶의 자세입니다. 그렇게 말씀을 받아들이는 열려 있는 가슴에 하느님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축복과 은총을 담아 주십니다.
우리는 인생 길을 걸어가면서, 늘 하느님의 부르심과 하느님의 소리를 듣습니다. 하느님의 이 목소리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겸허하게 우리 자신을 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 자신을 비워서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할 때, 거기 길이 열리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가야 할 길이 보이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결과가 뻔히 내다보이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우리 자신이 쌓아 온 경험과 지식을, 그리고 우리가 지닌 재주와 재능을 버리고 정말 터무니없어 보이는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쉬운 일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가슴을 통하여 들려 오는 주님의 부르심을 자주 묵살하기도 하고, 때로는 나의 경험과 지식을 내세워서 거부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열어 주시는 길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만든 길을 가고자 합니다. 주님께서 열어 주시는 길이 아닌, 자신이 만든 길을 가는 사람은, 결코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만일 시몬이 고기잡이 전문가로서의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내세우면서, 예수의 초대를 거부하고 자기 방식을 고집했더라면, 그는 예수의 큰 능력을 체험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그분의 제자로 불림받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결국 하느님께 귀의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것을 뜻하며, 자기 자신을 포기함으로써 비로소 하느님의 능력에 참여함을 의미합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을 보면, 자신을 포기함으로써 주님의 엄청난 능력을 체험한 시몬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어부 시몬은 예수의 그 엄청난 능력 앞에 고기잡이 전문가로서의 자신의 초라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자신에 대하여 눈뜨게 되었습니다. 겐네사렛 호숫가에서 고기잡이로 잔뼈가 굵었고, 고기잡이에는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해 왔던 자신의 삶이 부끄럽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그런 그에게 저토록 엄청난 능력을 지니신 예수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 앞에 무릎을 꿇게 되었고, 자신이 죄인임을 고백하면서 떠나 주시기를 간청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완전히 기가 꺾인 셈입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바로 그런 시몬이 필요했던 것이고, 그를 당신의 제자로 불러 주셨습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이제부터 사람들을 낚을 것이다.” 이 말씀을 들은 어부 시몬은 완전히 예수께 사로잡힌 사람이 되어서, 배를 끌어다 호숫가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를 따라 나섰습니다. 어부 시몬은 무엇에 홀린 듯, 모든 것을 팽개치고 예수의 뒤를 따르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때부터 고기잡이 시몬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사람 낚는 시몬이 등장하게 됩니다. 예수의 제자로서의 새로운 삶이 시몬 앞에 펼쳐지게 됩니다. 이제 시몬은 자신 만만해 하면서 고기를 잡던 어부가 아니라, 전적으로 하느님의 능력에 의지하면서, 사람 낚는 사도가 된 것입니다. 앞으로 그의 활동 무대는 겐네사렛 호수가 아니라, 전 세계가 될 것입니다.
인간 능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체험한 사람, 그리고 겸허하고 정직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는 사람이 주님께 온전히 귀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주님은 그런 사람을 당신의 제자요, 사도로 선택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주인공 시몬이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주님의 제자가 되기 위해서 완전한사람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아니 우리는 완전한 사람이 될 수도 없습니다. 주님은 결코 스스로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당신의 제자로 선택하지 않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이 지닌 재산과 재물, 경험과 학식을 자랑하고 그런 것들을 지녔으므로, 자신 만만해 하는 사람도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오늘 제1 독서에서 이사야가 예언자로 불림받는 대목을 들었습니다. 이사야는 어느 날 기도하던 중에 스랍 천사들에 둘러싸여 있는 하느님의 거룩한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거룩하고 엄위로운 하느님의 모습 앞에서 이사야는 자신의 죄 많음과 초라함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큰일났구나. 이제 나는 죽었다. 나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 입술이 더러운 사람들 틈에 끼여 살면서 만군의 야훼 나의 왕을 눈으로 뵙다니‥‥‥” 이사야의 이런 두려움과는 달리, 하느님은 입술이 더러운 죄인임을 고백하는 그를 당신의 예언자로 부르시어 말씀을 선포하게 합니다.
결국 하느님의 거룩함 앞에 자신의 죄 많음을 인정하는 사람, 하느님의 크신 권능 앞에서 인간의 초라함과 한계를 인정하는 사람이 하느님께 귀의하게 되고 주님의 사도로 불림받게 됩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입술이 더러운 사람, 하느님 앞에 죄 많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늘 우리의 부족함과 인간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지닌 재물과 재능, 그리고 경험과 지식이 하느님의 부요함과 권능 앞에 참으로 보잘것없음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그리고 주님의 제자로 불러 주셨습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크신 권능을 보잘것없는 우리를 통해서 드러내시기 위함이고, 또 우리를 통해서 당신의 말씀을 선포하시기 위함입니다.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불러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더욱 철저히 우리 자신을 비우면서, 하느님께 귀의하는 생활을 합시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이제부터 사람들을 낚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