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저는 죄인입니다[함세웅신부님] /2007.02.04

2007. 2. 4. 오후 4:08:02

글자
저는 죄인입니다

 -서울대교구 함세웅 신부-

우리는 ‘신앙’이라는 말마디를 수없이 들어왔고 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만일 “신앙이란 도대체 무엇입니까?”하고 묻는다면 망설여지게 되기도 합니다. 또는 “아, 그거야, 하느님을 믿는 것이지 뭐!”하고 간단히 대답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올바른 대답입니다. 이 결론적 대답을 위해서 우리는 전제되는 과정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신앙이라는 것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인간이 대답, 응답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복음(루가 5,1-11)은 신앙의 과정을 우리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며,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인간은 탄생하면서부터 생존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갑니다. 안간힘을 다하면서 ‘무엇’을 얻기 위하여 노력합니다. 그 ‘무엇’은 흔히 하느님과는 거리가 먼 것들입니다. 복음의 주인공인 베드로도 이 ‘무엇’ 때문에 노력하는 하나의 인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헛수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이 개입하십니다. 그러고는 가르치셨고 일러 주셨고 똑같은 반복을 명하셨습니다. 밤새껏 지칠대로 지친 베드로, 그리고 이미 그물을 다 씼은 후였지만 그는 용기를 내어 예수님의 청에 응하였습니다.

예수님의 개입, 베드로의 용기 그리고 실천, 그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기적의 결실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 기적의 결실 앞에서 베드로는 자신의 위치를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한계점을 알았습니다. 자기를 초월한 제3자의 현존을 체험하였습니다. 헛수고의 자신과 기적적 결실의 자신 사이에 있는 차이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는 놀랐습니다. 감격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였고 고백하였습니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인간이 하느님께 바칠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솔직한 기도! 죄인이기에 떠나 달라고 간청하였지만 그 예수님은 더욱 가까이 오시며 부르십니다. 그리고 이끄시고 일치가 되기를 원하십니다. 베드로는 혼연히 따랐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모험의 여정에 오른 것입니다.

신앙인 베드로가 걸어간 길, 그것은 정녕 내 신앙의 길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수고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제는 지칠대로 지친 기진맥진한 처지입니다. 더 노력하기도 싫습니다. 흥미도 없습니다. 희망의 등대는 너무나 멀리 있는 것 같습니다. 지친 베드로의 배에 오르신 그 예수님은 실의에 찬 내 마음에 자리잡고 계시면서 말씀하십니다. 그분은 나의 노력에 나의 생활에 나의 작업에 개입하시고 속삭이십니다. “이봐, 한번만 더 용기를!” 기적은 다른 것이 아니고 바로 하느님의 이 속삭임, 이 부르심에 응답하는 용기 자체이며, 바로 이것이 신앙입니다.

하느님께 대답할 용기를 찾은 인간, 부르심에 응하는 인간, 그는 자신이 무엇인지를 압니다. 하느님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를 압니다. 그래서 겸손한, 가식 없는 솔직한 고백을 하는 것입니다. “주여, 저는 죄인입니다”하고, 이러한 고백은 새로 탄생된 나를 예수님께 이끌어 줍니다.

우리는 모두 미사를 시작하면서 자신을 반성합니다. 그리고 죄인임을 고백합니다. 이 고백이 기계적 고백이나 앵무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아니라면 정녕 우리는 변화를 가져와야 합니다 실천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기도 Kyrie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바칩니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잘못한 아담과 에와에게 구세주를 약속하시고 이스라엘 백성에게 자비를 베푸신 그 하느님은 결국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셨고, 베드로를 부르신 그 예수님은 또한 나를 부르십니다. 나는 이 부르심에 응할 수도 있고 불응할 수도 있습니다. 택할 수도 있고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헛수고만을 하던 내가 ‘예수의 길’을 따라 나섰다가는 또다시 허탕을 칠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불확실함에도 불구하고 응하고, 택하고, 그 길로 나서는 용기, 이것이 신앙입니다. 그것은 선택이며 결정이고 대답이며 실천, 삶 자체입니다. 그래서 순간만이라도 모든 것을 제쳐놓고 ‘신앙의 나’가 되어 베드로의 고백이 아닌 나의 고백을 읊조리는 것입니다. “주여, 저는 죄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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