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그리스도 신앙은 예수님의 말씀을 쫓아 사는 길입니다[서공석신부님] 2007.02.04

2007. 2. 4. 오후 4:04:08

글자
그리스도 신앙은 예수님의 말씀을 쫓아 사는 길입니다.

-부산교구 서공석 신부-


복음서는 예수님의 말씀을 그대로 녹취하여 옮겨 놓은 책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행적을 사실 그대로 정확하게 보도하지도 않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은 그분이 돌아가신 다음 부활하여 하느님 안에 살아 계신다고 믿으면서 그분의 가르침과 삶을 따라 살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들은 예수님을 직접 만나지 못한 이들도 그분을 따라 살도록 하기 위해 그들이 믿고 실천하던 바를 문서로 남겼습니다. 그것이 오늘의 복음서들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에워싸고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는 말로 시작하였습니다. 예수님으로부터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신앙인들이라는 말입니다. 그 믿음은 예수님이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후 발생하였습니다.

오늘의 복음에서 초기 교회의 믿음과 실천을 반영하는 부분을 더 지적할 수 있습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의 발 앞에 엎드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은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는 초기 신앙들의 믿음을 반영하여 묘사된 장면입니다. ‘주님’이라 부르는 것과, 엎드려 스스로 죄인이라고 고백하는 것은 사람이 하느님 앞에 취하는 태도입니다. 이것은 예수님 안에 하느님의 일을 본 신앙인들의 자세입니다. ‘주님’이라는 호칭은 유대인들이 하느님을 부르던 호칭입니다. 예수님이 살아 계실 때 사람들은 그분을 주님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보면 오늘 복음이 전하는 ‘기적적 고기잡이’ 이야기는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는 신앙인들이 그들의 신앙을 담아 전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겐네사렛 호수가 있는 갈릴래아를 무대로 활동하신 사실은 역사적으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중 몇 사람은 이 호수에서 일하던 어부들이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부 출신 제자들 중에 오늘 거명된 시몬 베드로와 제베데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있었다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모두 초기 교회 신앙인들이 전하는 역사적 사실들입니다.

오늘의 ‘기적적 고기잡이’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하는 초기 교회 신앙인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도 예수님 덕분으로 고기를 많이 잡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갈릴래아의 어부도 아니고 예수님을 물가에서 만날 수도 없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예수님이 어떤 분이며, 예수님을 따르는 신앙인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알립니다.

오늘의 ‘고기잡이’ 이야기는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기 전과 만난 후가 얼마나 대조적인지를 알려 줍니다. 사람들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 사람들이 한 노력은 아무 것도 이루어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 따라 그물을 쳤더니 ‘엄청나게 많은 고기’를 잡았습니다. 배 한 척으로 옮기지 못하고 다른 배를 불러야 할 정도로 수확은 컸습니다. 예수님의 말씀 따라 일하는 사람은 예상하지 못한 성과를 올린다는 뜻입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고기를 기적적으로 많이 잡았다는 말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어부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됩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을 ‘주님’이라 부르면서 신앙고백을 합니다. 이어서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이제부터 사람들을 낚을 것이다.’ 여기서 ‘낚는다’는 우리말의 표현이 지닌 의미 하나를 배제해야 합니다. 우리말에 ‘낚는다’고 하면 낚시를 감춘 먹이로 물고기를 속여서 잡아, 그것을 잡은 자의 노획물로 삼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예수님이 ‘너는 이제부터 사람들을 낚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그런 뜻이 전혀 아닙니다. 물고기를 얻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이 이제부터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들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루가복음서는 예수님이 열두 제자를 뽑으신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이 ‘고기잡이’ 이야기를 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 따라 실천하고, 같은 실천에 합류하는 이들을 얻는 사람들이라는 뜻입니다. ‘신자 배가 운동’을 외치면서 우리의 욕심을 성취하는 제자들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예수님의 제자입니다. 그렇게 하면,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사는 사람들을 많이 얻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두려워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베드로는 듣습니다. 예수님의 말씀 따라 사는 것은 하느님이 두려워서 세우는 구원의 대책이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구원을 내세워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어서 자기가 속하는 교회의 교세확장을 꾀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 신앙은 예수님의 말씀을 좇아 사는 길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주신 것은 높은 사람으로 행세하기 위한 권한도 아니고, 특수 복장도 아닙니다. 영악하게 세상을 살기 위한 지혜도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주신 것은 당신의 삶이었습니다.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면서 아버지의 생명을 실천하신 당신의 삶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최후만찬에서 제자들에게 유언으로 남긴 것은 ‘내어주는 몸이다’, ‘쏟는 피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초기 교회 신앙인들은 이 말씀으로 예수님이 당신의 삶을 요약하셨다고 믿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이 베푸시는 분이시듯이 예수님도 내어주고 쏟는 삶을 사셨다고 믿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 따라 그물을 치는 오늘 복음의 제자들과 같이, 그리스도 신앙인은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삽니다. 오늘 복음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제자가 되면서 ‘모든 것을 버리고 그분을 따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자기 한 사람이 잘되기 위해 그 동안 마련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라 사는 사람으로 전향했다는 말입니다. 자기 한 사람이 잘되기 위해 우리가 마련한 것은 우리에게도 많이 있습니다. 재물도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습니다. 하느님으로부터 은총을 받아 이 세상에서도 누릴 것 다 누리고, 죽어서도 하느님으로부터 또 많은 것을 얻어 누리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제자들이 그런 것을 모두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하느님이 베푸셔서 있는 우리의 삶입니다. 우리도 베풀며 살라고 주어진 우리의 삶입니다. 하느님이 자비하시기에 자비롭게 살아야 하는 우리의 삶입니다. 하느님이 사랑하시기에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 우리의 삶입니다. 두려워서 혹은 자기 한 사람 잘 되기 위해 하는 노력이 하느님 앞에 큰 수확을 주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실천하여, 큰 수확을 얻으라는 오늘 복음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자비와 사랑의 실천으로 큰 수확을 얻으라는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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