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4주간 목요일>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의미 있는 하루- 이기양 신부님

2007. 2. 1. 오후 10:48:29

글자

<연중 제4주간 목요일>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의미 있는 하루

 

제 1독서 : 히브 12,18-19.21-24 (여러분이 나아간 곳은 시온 산이고 살아 계신 하느님의 도성입니다.)
복    음 : 마르 6,7-13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셨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이란 말 들어보셨습니까? 선교를 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사람들이 곧잘 쓰는 표현이지요. 저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 악령을 제어하는 권세를 받고 둘씩 짝지어 파견되는 제자들을 보며 과연 예수님의 열두 제자들은 어떻게 선교를 하였으며 그 결과는 또 어떠했는지 궁금해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어디에서나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라. 또한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마르6,10-11)
   이 말씀을 들은 열두 제자는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많은 마귀를 ?i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마르6,13)고 오늘 성경은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의 이러한 복음 선포의 모습은 4복음서에 몇 번 언급되다가 맙니다. 신통치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나마 그것도 예수님의 죽음으로 그쳐버리고 말지요. 제자들은 예수님의 부활 체험 이후 성령 강림을 겪으며 온 세상에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기 시작합니다. 그 기록이 사도행전입니다. 우리는 제자들이 가는 곳마다 복음 선포에 성공하고 그 결과로 초대 교회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제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실패했습니다. 그들은 조롱을 받고, 감옥에 갇히는가 하면 돌에 맞아 죽어갔지요. 많은 사람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 중에 극히 몇몇 사람들만이 말씀에 동의하고 그들과 함께 했다는 기록이 전해올 뿐입니다.
   복음 선포라는 것이 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알 수가 있습니다. 몇 안 되는 미미한 개인 안에 자리잡고 그 곳에서 서서히 움트고 퍼져나가 열매를 맺는 것이 복음 선포의 정형이었던 것입니다. 초대 교회 때부터 시작된 이런 모습이 지금의 천주교회가 뿌리내리는 바탕이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많은 경우에 복음 선포를 하라고 하면 100%의 결실을 기대합니다. 높은 결실을 바랄 뿐더러 실패에 대해서는 대단히 상처를 받고 주눅이 드는 모습을 보이지요. 그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고 계십니다.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 버려라.”(마르6,11)
   최선을 다해 복음을 전하고 그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라는 말씀입니다. 복음을 선포하며 상처를 받을 이유도 없고, 또 그 결과가 두려운 나머지 씨를 뿌리지도 못하는 모습은 참으로 어리석은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매 미사를 마칠 때마다 우리는 항상 듣는 소리가 있습니다.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
   사제는 이렇게 교우들을 파견합니다. 각자의 삶의 현장으로 돌아가 주님을 찬미하며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한 가운데 복음 선포에 헌신하라고 주문하지요. 그러면 신자들은 응답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즉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하고 대답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많은 신자들이 이 대답을 망각합니다. 타성에 젖어 대답하고 그 대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 채 서둘러 성당을 빠져나가기에 바쁜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전하라고 열두 제자들을 파견하십니다. 그런데 그 제자들이 파견을 받자마자 자기들의 사명을 망각하고 엉뚱한 일만 하고 다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미사 때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열두 제자들처럼 예수님께로부터 파견을 받습니다. 미사 때 받은 은혜를 나가서 전하라는 것입니다. 복음 선포는 입교식 하루만 염두에 두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 년 365일을 하루같이 해야 하는 우리의 사명입니다. 오늘 복음을 통해 우리는 복음 선포의 사명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됩니다.

   두 번째로 생각할 것은 복음 선포를 위한 준비물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놀랍게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아무 것도 지니지 말 것을 당부하십니다. 먹을 것도, 입을 옷도, 돈도 지니지 말고 가져가려면 지팡이 하나만을 챙기라고 분부하시지요. 여러 가지 계획을 짜고 또 이런저런 장비들을 챙겨 가면 복음 선포에 훨씬 더 효과적일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왜 예수님께서는 아무 것도 지니지 말라고 말씀하셨을까요? 이유가 있습니다. 오로지 하느님만을 의지하라는 것이지요. 필수적인 몸가짐만으로 하느님 나라의 복음 선포에만 집중하고 헌신하라는 말씀인 것입니다. 다른 것에 의지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생각이 복잡해지고 곁가지로 빠지기가 쉬운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당신과 동고동락할 열두 명의 제자를 뽑으시고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을 따를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다른 것에 눈길을 둔 제자가 하나 있었지요. 이스카리옷 사람 유다는 재물에 눈길을 두다가 그만 곁가지로 빠져 결국 죽음의 길을 가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오직 하느님만을 의지하라는 말씀은 예수님만의 말씀은 아닙니다. 구약성경에도 같은 이야기가 명확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구약시대에 있어서 큰 위인이었던 모세와 다윗왕은 그 말씀을 유언으로 남길 정도로 강조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약속하신 가나안 땅이 내려다보이는 모압광야에서 백 이십 세를 일기로 죽음을 맞게 되는데 사랑하는 백성들에게 유언을 남깁니다. 바로 신명기 내용이지요. 신명기는 모세의 신앙 고백서이자 신자들의 종합 교리서와도 같은 책으로 거기에서 모세는 오직 한 가지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나는 오늘 하늘과 땅을 증인으로 세우고,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너희 앞에 내놓았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고 그분의 말씀을 들으며 그분께 매달려야 한다. 주님은 너희의 생명이시다. 그리고 너희의 조상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주시겠다고 맹세하신 땅에서 너희가 오랫동안 살 수 있게 해 주실 분이시다.”(신명30,19-20)
   하느님을 믿으면 생명이요, 하느님을 떠나면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또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이스라엘의 전성시대를 꽃피웠던 다윗왕 역시 이렇게 유언을 남기고 있습니다.
    “나는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을 간다. 너는 사나이답게 힘을 내어라. 주 네 하느님의 명령을 지켜 그분의 길을 걸으며, 또 모세 법에 기록된 대로 하느님의 규정과 계명, 법규와 증언을 지켜라. 그러면 네가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성공할 것이다.”(1열왕2,2-3)
   갈라져 있던 열두 지파의 세력을 통일하여 이스라엘이라는 통일 왕국을 세우고 천하에 이름을 떨치던 다윗왕이 죽어가며 마지막으로 남긴 유언은 “하느님을 따르라”는 한 마디였습니다. 파란만장한 일생을 보낸 그가 남기고자 했던 것은 왕국을 어떻게 운영하고 이 땅을 어떻게 하며 저 군사는 어떻게 하라는 말이 아니라 ‘하느님을 따르면 생명이요 하느님을 떠나면 죽음’이라는 가르침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은 없어도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는 없어도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또 형제가 없어도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남편이, 아내가 없어도 돈만 있으면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생각으로 돈만을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결과 어떻게 되었습니까? 사회는 극도로 혼란해지고 인간 관계는 메말라가며 죽음의 문화만이 흘러 넘쳐나고 있지요.
   돈이 없던 시절에는 부부가 의지하며 서로 아끼고 존중했지만 지금은 서로가 자신의 돈주머니를 관리하며 내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목청을 높이고, 또 가난해서 오직 의지할 것이라고는 따뜻한 형제애밖에 없었던 관계는 풍요롭고 여유 있어진 지금 오히려 더 삭막하고 이기적인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부모 자식 간이나 이웃 간의 관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원인은 한 가지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의지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며 돈도, 옷도, 음식도 아닌 오로지 하느님만을 의지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리고 믿음 사이에 근본을 흔들 수 있는 재물이라는 불순물이 끼어 들면 세상은 오염이 되고 오염이 심해지면 우리 모두는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믿고 의지할 것은 오직 하느님 한 분이심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혼란과 죽음의 문화가 판을 치는 사회를 사는 우리는 하느님을 이웃에 알려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미사를 마치며 파견을 받습니다. 받은 사명을 잊지 마시고 실천하시기를 바랍니다. 결과는 하느님께서 채워 주십니다. 바로 움트는 씨앗도 있지만 어떤 씨앗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보살피고 기도하며 기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지요. 인내하며 가꾸는 사람이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복음의 씨를 뿌리는 지혜로운 사람이 되십시오. 뿌리지도 않고 마음에만 담고 있는 사람은 결코 결실을 얻지 못합니다. 뿌릴 수 있는 용기와 기다리고 가꾸는 정성이 풍요로운 결실을 가져다 줄 것입니다.
   오늘도 주님의 말씀대로 오직 믿을 분은 하느님 한 분이심을 믿고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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