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2.1.목/파견 - 이정호 신부님

2007. 2. 1. 오후 10:45:25

글자

2007.2.1.목

 

마르코 복음 6장 7-13절
그리고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그러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파견     이정호신부
가끔 아는 분들의 자녀들 혼배를 주례하기도 합니다. 미사를 드리면서 젊은이들이 평생을 함께
살겠노라는 약속을 하는 걸 보면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각자
다른 환경과 생활 습관 속에서 살다가 서로를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해 부모를 떠나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서로를 받아들이겠노라고
세상 앞에서 선언합니다. 부부는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과 서로의 배우자에게
파견된 예수님의 사도들과 같습니다. 사랑의 사도들인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떠나보내시면서 스스로를 의지할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빵도 보따리도 돈도 여벌 옷도 버리고 떠나기를
요구하십니다. 가정 생활은 나 자신의 생각과 계획에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고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의지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사랑을 채우기 위해 서로에게 파견된 것입니다.
때로는 더 많이 사랑받기를 바라는 우리 마음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벽을 둘러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많이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많이 내주기 위해서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서로에게 보내주셨습니다.
우리는 사랑의 사도입니다. 우리를 파견하시는 예수님께서는 내가
어떤 사랑의 증거를 보이길 원하실까요.
  사랑
지난 연말에 결혼한 딸 내외가 다녀갔다. 딸아이는 다음 날 자기들 집으로
돌아가면서 걱정이 많다고 했다. 그 이유는 시댁에서 가족 모임이 있는데
음식을 한 가지씩 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시댁 여인들은 음식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인데, 직장 다니느라 제대로 음식을 해볼 기회가 없었던 딸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간단한 후식 정도이기 때문에 그런 가족 행사가 있을 때마다
걱정이 된다고 한다. 나는 딸아이한테 남편을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그렇다면
남편을 위해 기쁘게 준비하라고. 남편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희생은 싫다면
그것은 잘못된 사랑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음식은 할 수 있는 만큼 하되
그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정성스럽게 만들다보면 맛을 낼 수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최고의 행복이며, 사랑은
식탁 공동체에서 제일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다라는 이야기도 덧붙여서 해주었다.
딸아이는 잘 알겠다고 했고, 다음 날 들뜬 목소리로 “엄마, 고마워요. 정말 즐거운
가족 모임이었어요” 하며 전화를 했다. 딸아이와 통화를 끝내고 불현듯 나는
사랑한다는 그 말에 얼마나 책임을 지고 있는지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랑이란 단어를 잘 쓰지 않았다. 사랑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희생하기 싫다는 것이다. 사랑은 상대의 단점, 다시 말해 저 깊은 곳에
있는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그 수고를 하기가
싫었던 것이다. 요즘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말 초라하다. ‘주님, 이 시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김 아델라 | 미국 로스앤젤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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