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큰애에게[전동기신부님] 2007.01.31

2007. 1. 31. 오후 1:43:49

글자

[묵상] 큰애에게[전동기신부님]

 


 


 

 


 

* <고갯마루>


 


길은 언제나 끝이 없다.


 

돌아서면 다시 시작하는 길.


 

당신을 향한 마음도


 

돌아보면 언제나 처음이다.


 

눈물겹도록 생생하다.


 


흔적만 남은 가슴엔


 

어느 것 하나 새롭지 않다.


 

변함없는 거리, 가로등 아래.


 

하나 변하지 않았는데


 

도무지 낯설어 견딜 수 없다.


 

 


 

당신과 함께 오르던 사랑의 고개.


 

그 마루에 앉아 움직일 수 없다.


 

당신은 내려가고 보이질 않는다.


 

나도 내려가야 할 텐데..


 

혼자서는 있을 수 없는 곳인데.. 


 

 


 

내려갈 수가 없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려갈 수가 없다.


 

다시 당신이 올 것만 같아


 

도무지 혼자 갈 수가 없다.


 

 


 

 


 

 


 

 


 

 


 

 


 

 


 

 


 

 


 

 


 

* <큰애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네 손을 잡고


 

결혼식장 들어서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손자가 생겼다니


 

정말 세월은 화살보다 빠르구나.


 

 


 

엄마 없는 결혼식이라


 

신부인 네가 더 걱정스럽고 애가 타서 잠 못 이뤘을 것이다.


 

네 손에 들려 있던 화사한 부케가


 

너의 마음처럼 바르르 떨리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선하다.


 

 


 

결혼식 끝나고도 이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한참을 그곳에 남아 서성거렸단다.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느새 붉어진 네 눈자위가 그만 애비의 울음보를 터뜨렸지.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다 당숙의 손에 이끌려


 

겨우겨우 나왔단다.


 

 


 

큰애야.


 

편지 한 장 쓰지 않고 지내다가 손자가 생겼다는


 

기쁜 소식을 받고 이렇게 펜을 들었다.


 

마음이야 한걸음에 달려가고 싶지만


 

시어른이 계시니 전화하기도 불편하고


 

애비 마음 전하는 것도 쉽지 않다.


 

친정 엄마가 있었으면 내 속이 이리 어렵진 않았을 텐데


 

못난 애비가 한없이 한심스럽다.


 

 


 

읍내 장에 나가 참깨를 팔아서 금은방에 들렀다.


 

손주 녀석 은수저 한 벌을 고르고 그릇도 한 벌 사왔다.


 

건강하게 잘 크라는 외할아버지 마음까지


 

한바구니 담아 백일쯤에 전해주려하는구나.


 

이 다음 손주 녀석이 크면 외할아버지 사랑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겠지


 

 


 

아이가 건강하다니 무엇보다 큰 다행이구나.


 

산후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모양인데


 

이 세상에서 부모 되는 일은 그리 수월하지 않다고 들었다.


 

행여라도 네 엄마가 생각나서 그런 거라면


 

애비 편지 받고 곧 잊어라.


 

귀여운 여린 것 봐서라도


 

네가 건강한 마음을 먹어야 되는 거 알고 있겠지?


 

 


 

슬프고 안타까운 네 속을 애비는 안다.


 

너그럽게 마음 가다듬고 좋은 생각만 하거라.


 

앞으로 어렵고 힘든 일 생기더라도


 

슬기롭게 극복해 가리라 믿고 있겠다.


 

 


 

시어른들 잘 받들고


 

남편 잘 섬기고


 

아이하고 건강하게 지내기를 날마다 기도한단다.


 

애비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노인정에 나가서 친구도 만나고


 

쉬엄쉬엄 농사일도 하고 있으니


 

내 걱정은 말고 어서 몸 추슬러 잘 살아라.


 

 


 

큰애야.


 

나는 너를 믿는다.


 

곱게 살거라.


 

아버지가 보낸다


 

(이글은 딸 이선씨가 난생 처음 친정 아버지 한테 받아서


 

귀하게 간직하고 있는 편지였습니다).


 

 


 

 


 

 


 

 


 

 


 

 


 

 


 

 


 

 


 

* <램프의 요정>


 


한여자가 버려진 램프를 줍는순간 요정이 튀어나왔다.


 


요정:나를 구해줬으니 소원을 하나 들어줄께요.


 


여자:(곰곰히 생각하다)중동지역의 평화를 원해요.


 


요정:(지도를 들여다보며)이 나라들은 천년전부터 싸우고 있다고요.


 

 내 능력으로 풀긴 어려운 문제니까 다른 소원을 골라봐요.


 


여자:그렇다면.....................좋아요,


 

 나는 여태껏 제대로 된 남자를 발견하지 못했어요.


 

당신도 아시겠지만 감정이 섬세하고, 친절하고, 요리하는 것을 즐기고,


 

집안일을 도와주고, 잠자리에서도 훌륭하고, 내 가족들과도 잘 지내고,


 

스포츠 중계만 보고 앉아 있지도 않고, 또 아내에게 성실한 남자,


 

그런 남자를 내 인생의 반려자로 구해주세요.....


 

.


 

.


 

.


 

.


 

.


 

.


 

.


 

.


 

.


 

.


 

.


 


요정:(큰한숨을 쉬며) 아까 그 지도 다시 펴!!!!!!!!


 

 


 

 


 

 


 

 


 

 


 

 


 

 


 

 


 

 


 

 


 

 


 


"느림은 게으름이 아니고


 

빠름은 부지런함이 아니다.


 

느림은 여유요, 안식이요, 성찰이요, 평화이며


 

빠름은 불안이자 위기이며,오만이자 이기이며, 무한경쟁이다.


 

땅속에 있는 금을 캐내 닦지 않으면


 

금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내 마음속에 있는 정서의 창을 열고 닦지 않으면


 

창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정호승, 위안)."


 

 


 

 


 

 


 

 


 

 


 

 


 

 


 

 


 

1월달 마지막날이네요.


 

이제 시간이 슬슬 가속이 붙기 시작하는 것 같네요.


 

그렇더라도 괜히 시간 따라간다고


 

허겁거리지 마시고


 

자신을 찾으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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