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구신부-
예수께서는 그들을 다 내보내신 다음에 아이의 부모와 세 제자만 데리고 아이가 누워있는 방에 들어가셨다. 그리고 아이의 손을 잡고 “탈리다, 쿰!” 하고 말씀하셨다. 이 말은 “소녀야, 어서 일어나거라.”라는 뜻이다. 그러자 소녀는 곧 일어나서 걸어 다녔다.(마르5,40-42)
나의 주님 예수님, 가파르나움의 회당장 저 야이로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당신을 저의 스승이요 주님으로 받들 것을 감히 말씀드립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열두 살 어린 딸이 죽음의 문턱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그 누구도 저의 아픔을 함께 해주지 않았습니다. 회당에 들락거리며 백성들을 가르치는 이름 있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제 딸의 죽음 앞에 무능하고 무력했습니다. 저는 딸을 살리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용하다는 의사들은 물론, 좋다는 약은 다 먹였습니다. 딸을 살릴 수만 있다면 제가 죽을 각오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떠돌이 랍비인 당신 안에서 희망을 발견하였습니다. 人命在天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예수님 당신 안에서 열린 하늘을 보았습니다. 하느님 영의 기운도 느꼈습니다. 제가 당신 앞에 무릎을 꿇게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과연 당신은 저의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하던 여인을 깊고 어두운 구렁텅이에서 건져 올렸습니다.
당신이 저의 집에 도착하셨을 때, 온 가족은 슬픔에 잠겨 울고 있었지만 저는 당신을 믿고 있었기에 평온을 잃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입에서 “탈리다, 쿰!”하는 말씀이 떨어지는 순간 제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죽음의 기운이 사라지고 생명의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슬픔과 절망의 어두운 그림자가 사라지고 환희와 희망의 밝은 빛이 방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당신 손을 잡고 제 딸이 일어섰던 그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제 딸만 일어섰던 것이 아니라 슬픔과 고통에 잠겨 있던 저도 일어섰고, 아이의 어미도 죽음에서 함께 일어섰습니다. 한마디로 저의 온 집안이 죽음에서 부활했습니다.
예수님 감사합니다. 저는 영원토록 당신을 스승이요 주님으로 섬기면서, 특별히 제 집안의 주님으로 섬기면서 살겠습니다.(一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