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이제 스승님을 수고롭게 할 필요가 어디 있습니까?-이회진 신부님 /2007.01.30

2007. 1. 30. 오전 9:02:38

글자
오늘 복음에는 두 가지 치유이야기가 함께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회당장 야이로가 당신 앞에 엎드려 애원하며 딸을 살려 달라 청하자
당신께서 하시던 일을 멈추시고 야이로를 따라 나섰다가
군중들 틈에 있던 한 여인을 병을 치유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때 야이로의 마음은 몹시도 급하고 안타까웠을 것입니다.
딸이 죽을 지경에 놓여 있던 터라 예수님이 좀 더 서둘러 갔으면 하는데,
그 와중에 사람들에게 접근하면 부정을 타게 하는 여인이
그 일행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가도 시원치 않은 판에 상대하기도 싫은 사람이 몰래 숨어 들어와
자신의 길을 가로 막았습니다.
그 여인이 치유되었건, 아니면 믿음으로 구원 받았건 간에
야이로에게 그보다 더 중요하고 급한 일은 예수님이 빨리 가는 것이고,
그래서 딸을 치유할 시간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급박함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수님이 길을 지체하는 바람에 도중에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받습니다.
자신의 집으로 예수님을 모시고 가려던 첫 번째 이유가 무산되자
야이로는 예수님께 돌아가라고 합니다.
이제는 예수님이 가도 소용없기에 수고롭게 올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꿈과 희망은 무산되었고, 더 이상 예수님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것은 견디어 내야 할 내 일만 남은 것이죠.

우리의 믿음은 어떨까요?
야이로와 그 일행과 같은 면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신앙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한다고는 하지만 예수님을 찾는 이유는 흔히 한 가지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밀고 당기고 있으며,
야이로처럼 앞장서 예수님의 앞길을 내며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오시길 청하면서
그들과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예수님의 은총과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 은총과 능력은 내가 필요한 순간에,
내가 애원하는 순간에 이루어져야만 소용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나의 이 애절함보다 다른 이의 손을 먼저 잡아 줍니다.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불결한 여자 하나가 와서 주님의 시간,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의 시간을 붙잡아 둡니다.
그리고 종내에는 사단이 나서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는 듯합니다.

거기에다 이제 다른 사람들이 야이로를 부추기기까지 합니다.

주님께 달려가던 그 마음을, 그분 앞에 엎드려 애원하며 기도하던 그의 마음을 흔들며
“그것 봐. 예수라도 소용없잖아.
믿음이 다 무슨 소용이 있고, 하느님이 다 무슨 소용이 있어. 결국은 죽고 마는 걸.”
야이로는 이제 자신의 신앙마저 흔들립니다.

이때 야이로나 우리는 쉽게 이렇게 말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주님, 이제 당신이 할 일은 없으니 돌아가십시오.
이 아픔은 내가 감내할테니 당신은 더 이상 나의 일에 애쓰실 필요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구원의 은총을 받으려고 주님을 자신의 집에 모시려고 달려갔지만
내 아픔이 치유 받을 시간을 정해 놓고, 혹은 내 기도의 시한을 정해 놓고는
그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주님께 이제 우리 집에 올 필요가 없다고,
더 이상 내 맘에 들어올 필요가 없다고 “돌아가라”고 말하고픈 유혹이 듭니다.
주님은 시간을 지켜야 했는데, 내가 필요한 때 오시지 않았기에 말입니다.

야이로처럼 우리도 흔히 믿음 안에서 우리의 계획이나 희망이 무산될 때
흔들리는 신앙을 체험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나 실제로 나는 시간이 없는데, 예수님은 아직 시간이 많습니다.
나는 여유가 없는데, 예수님은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나는 여전히 주님이 필요한지 필요하지 않을 지를 따지지만
주님은 여전히 당신의 길을 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그곳을 향해 가고자 하십니다.
야이로에게 맡겨진 것도, 그리고 우리에게 맡겨진 것도
이제 그분을 믿고 따를 것인가? 아니면 주저앉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쩌시겠습니까?

“주님, 저의 믿음을 더해 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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