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서 벗어나라" - 조성호 신부님 /다해 연중 제 4 주간 화요일.

2007. 1. 30. 오전 9:03:34

글자

다해 연중 제 4 주간 화요일.

2007. 1. 30.

토평동.

히브 12, 1-4.

마르 5, 21-43.

갑작스레 찾을 때 그렇게 찾아갈 수 있는 사람, 찾으면 어느 때라도 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처럼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그 무엇인가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것을 중단시킨다면 그것처럼 짜증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 내가 어느 때 찾던지 간에 응해줄 수 있다면 그는 분명 나를 사랑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이 여인에게 지금 예수께서는 그런 존재입니다.

많은 사람을 찾았습니다. 자신의 병 때문에, 그리고 나중에는 정신적인 공허함 때문에 많은 이들을 찾아갔고, 많은 돈을 썼습니다. 그러나 효험이 없었죠.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치유하기는커녕 이용만 했습니다. 어떻게 할 수 없어서, 그녀의 처지를 알고…. 이리저리 그녀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녀는 깊은 상실감에 빠졌습니다. 그러던 중 예수에 관한 소식을 들은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그녀가 무엇을 바라는지 아십니다. 찾아온 그녀의 바람을 알고 계시는 것입니다. 그분은 그녀뿐만 아니라 당신을 원하는 이라면 언제든 당신을 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주고 주고 또 주시다가 급기야 당신의 목숨까지 내어주시면서 ‘다 가져라’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그 무엇인가를 찾아서 헤매다가 더 이상 찾지 못할 때 그분을 찾아옵니다. 그리고 그분을 붙들고 울고 불고 합니다. 살려달라고 치유해달라고! 기다리시는 분은 놔두고 다른 데서 헤매다가 뒤늦게서야 그분을 찾습니다. 그러나 기다리시는 그분은 그래도 우리를 찾아 주십니다.

여인은 많은 것을 내주었습니다. 온 힘을 다 쏟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녀가 나은 것은 단지 옷자락을 잡은 것에 불과합니다. 그토록 모든 것을 다 쏟았건만 고작 내게 필요한 것이 이것이었을까? 라는 의문도 들었을지 모릅니다.(물론 지금은 믿음과 치유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그녀를 아는 분. 채워줄 수 있는 분에게 갔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믿음을 표시했기 때문입니다. 이 여인은 한 번 대볼까? 그동안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봤는데, 이거라고 못하겠어? 라는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오히려 자신을 이용해 예수를 속이고 이용한 것입니다. 무책임한 행동이 됩니다. 왜? 그녀의 병은 자신이 만짐으로써 상대에게까지 그 부정함을 전하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다 받아주십니다. 여인이 예수께 다가가서 옷이라도 만지면 낫겠지 했을 때 그 여인은 나았습니다. 그 여인은 몰래 다가가 예수님의 옷을 만졌는데 예수께서는 당신에게서 기적의 힘, 즉 신적 권능이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본래 꽉 차 있는 것은 민감합니다. 지금은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전에 담배를 피울 때 담배가 떨어지면 함께 있던 신부의 담배를 빼 피우곤 했습니다. 그런데 담배갑을 열었을 때 꽉 채워져 있으면 뺄 수가 없었습니다. 왜? 금방 표시가 나기 때문이죠. 어중간한 것은 그 깨달음도 어중간합니다. 예수께서는 충만하신 분이십니다. 사랑으로 꽉 차신 분, 권능으로 꽉 차신 그분께서는 당신에게서 그 어떤 힘이 빠져 나가는지 다 알고 계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다 내어주려는 마음’과 ‘옷자락이라도 낫겠지’라고 여기는 마음. 이것이 어우러져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굳이 확인하시는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누가 내 옷을 손을 대었느냐?”(마르 5, 30)

그 여인의 처지를 알면서도 왜 굳이 그렇게 말씀하셨을까? 그것은 이 여인의 믿음의 완성을 위해서입니다. 믿음이 너를 구원했다고 할 때, 예수께서는 그 근원을 치유해주셨습니다. ‘출혈이 멈추고’라고 할 때, 피가 나는 근원이 제거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예수께서는 누가 대었느냐고 묻습니다. 그리고 둘러보십니다. 확인을 하시겠다는 것이죠. 이것이 당신의 능력이 빠져 나간 것을 찾아 값을 얻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아직 치유되어야 할 무엇이 남았다는 얘기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제자들은 왜 그런 것을 묻느냐고 하지만, 당사자는 알고 있습니다.

이 여인은 두려워 떨며 응답합니다. 이것은 괜히 가서 만졌다고 혼날까봐 두렵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이루어진 일이 너무도 놀라워서, 자신의 믿음이 이루어진 것이 너무도 놀라워서 경외하는 두려움입니다. 그런 그녀에게 예수께서는 돌아가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병에서 벗어나라고 하시죠. 바로 이것입니다. 병이 우리를 붙잡습니다. 치유된 것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자꾸만 병이 나를 붙잡는다는 것이죠. 사탄은 늘 더 큰 병력을 이끌고 우리를 괴롭히기 위해 옵니다.

회복된 사람으로 돌아가라. 우리가 힘들어 하는 것은 치유를 받고서도 돌아가지 못하기에 힘든 것입니다. 다시 아픕니다. 이 여인은 자신의 병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하지 못했던 것에서의 정신적 고통도 겪었습니다. 그녀는 돌아갈 필요가 있고, 새로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딸아!”(마르 5, 34)

그렇습니다. 그녀는 애초에 딸이었습니다. 너무도 돌아왔지만 이제 관계를 회복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동안 나를 좋지 않게 대했던 이들에 대해 복수하고자 한다면 그녀는 더 큰 병을 앓게 되는 것입니다. 다시 다른 이들을 볼 때 같은 마음으로 돌아간다면 그녀는 건강해진 것이 아닙니다. 예수께서 “병에서 벗어나라”(마르 5, 34)고 하시는 것은 그 모든 것들을 벗어버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 서라는 것입니다. 자꾸만 익명으로 서지 말고 가운데 서라는 것입니다. 자신 안에 갇혀 있지 말고 주님과 함께 당당하게 서서 믿음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이 여인은 피를 흘리며 사는 게 손실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사는 게 은총이라고 당당하게 살아가라고 하셨습니다.

주님과의 관계를 잘 설정하게 하소서. 늘 주시려고 하시는 그분을 보면서 나 자신이 그분께 모든 것을 내어드리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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