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사랑받는 존재들 - 이정근 신부님 /2007.01.28

2007. 1. 28. 오전 9:23:08

글자

하느님의 사랑받는 존재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사조(思潮)가 있습니다. 이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여기 사과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사과에는 빨갛게 잘 익은 부분과 시퍼렇게 덜 익은 부분이 있고 일부는 반들반들 윤이 나지만 일부분은 썩어있습니다.

모더니즘적 사고로 사과를 바라보면, 사과의 빨갛고 잘 익은 부분과 반들반들 윤이 나는 부분만 좋은 것이며 시퍼렇게 덜 익은 부분과 벌레가 먹은 부분은 나쁘다고 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모더니즘적 생각은 어떤 사물의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으로 나누며 그중 좋은 것만 선한 것이라 합니다.
이에 반하여 포스트모더니즘적 사고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봅니다. 사과를 구성하고 있는 빨갛게 잘 익은 부분과 시퍼런 부분, 반들반들 윤이 나는 부분과 썩은 부분은 모두 사과를 구성하는데 필요한 것으로 보는 겁니다. 즉, 포스트모더니즘은 어떤 틀이나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것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모더니즘이나 포스트모더니즘은 둘 다 장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모더니즘에서 절대적인 선과 악을 구분 짓는 것은 필요하지만 무조건 두 가지로 나누어서 한쪽을 완전히 배척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고,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어느 것을 배척하지 않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지만 자기 주관에 따라 그 기준이 변화될 수 있기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성서를 읽으시며 말씀하시자 모두들 예수를 칭찬하였고, 그가 하시는 말씀에 탄복하였지만 하느님의 이방인들에 대한 관심을 얘기하자 회당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화가 나서 들고 일어나 예수를 동네 밖으로 끌어내어 벼랑에 떨어뜨리려고 했고, 예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습니다.

여기에서 모더니즘적인 사고가 드러납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만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민족이기에 자신들에게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은 좋은 것이지만 하느님께서는 이방인들도 도와주셨음을 상기시켜주자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하였기에 화가 났고 그런 말을 하는 예수를 죽이려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포스트모더니즘적인 예수님의 모습도 드러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께서 유대민족들에게만 구원을 주시는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사람들도 하느님에게는 소중한 사람이기에 그들에게도 구원의 손길이 미친다는 것을 분명하게 가르쳐 주셨습니다.

따라서 오늘 복음을 통해 이분적인 사고를 많이 하는 우리의 생각과 내 주관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자세를 없애야 할 것입니다. “저 사람은 요셉의 아들이 아닌가?”하며 예수님의 출신성분을 따지는 유대인들처럼 우리는 사심 없이 활동하는 신자들을 그 사람에 대한 선입견으로 나와 다른 행동을 하는 사람으로 배척해서는 안 될 것이며, 또한 자신이 가진 생각만이 바른 것이고 다른 사람들이 가진 생각은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믿는 편협한 생각도 없애야만 하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의 사랑받는 존재이기에 우리 모두는 어떤 약점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해야 하며, 너는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고 나누기보다 너와 내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생각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여 끼리끼리, 따로따로가 아닌 모두가 함께 예수님의 뒤를 따르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의 생활 중에 오늘 복음말씀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이정근(요한) 하동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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