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구 루치오 신부(마산교구
나병환자 하나가 예수께 와서 무릎을 꿇고 애원하며 “선생님은 하고자만 하시면 저를 깨끗이 고쳐 주실 수 있습니다.”하고 말씀드렸다. 예수께서 측은한 마음이 드시어 그에게 손을 갖다 대시며 “그렇게 해 주겠다. 깨끗하게 되어라.”하시자 그는 곳 나병 증세가 사라지면서 깨끗이 나았다.(마르1,40-42)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마태22,39)고 가르치신 예수님, 당신은 나병환자의 불쌍하고 아픈 처지를 당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나병으로 몸이 문드러지는 것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 고통입니다. 자기 탓으로 나병을 앓는 것이 아닌데도 부정한 인간으로 낙인 찍혀 추방당하여 외톨이가 된다는 것은 말할 수 없이 큰 고통입니다. 그는 성전을 출입할 수도, 가족이나 형제들을 만날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그는 하늘과의 관계는 말할 것도 없고 가족과 이웃과 형제들과의 관계도 단절된 체 지옥에 빠져있었습니다.
당신의 측은지심惻隱之心은 그를 어루만져 병을 낫게 해주었습니다. 당신은 그의 고통을 당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리고 그는 치유 받아서 죽음과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서 새 삶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누려는 당신의 惻隱之心이 그의 지옥을 천국으로, 죽음을 생명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그렇게 해주겠다. 깨끗하게 되어라.”하신 것은 “너의 고통을 나의 것으로 삼겠다.”하신 말씀입니다. 그 순간 나병환자는 새 사람으로 거듭났습니다.
예수님, 차돌처럼 딱딱하고 얼음처럼 차가워진 저희의 가슴을 당신의 가슴처럼 따뜻하고 부드럽게 만들어주십시오. 나와 상관이 없다면, 특별히 나의 이익과 무관하다면 어떤 일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저희들의 이기적이고 냉혹한 가슴을 惻隱之心으로 바꾸어주십시오.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보고도 외면하거나 무관심한 저희의 냉혹함이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불행은 돈이 없거나 기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탐욕과 이기심에 사로잡혀 이웃의 불행을 외면하는데 불행의 근원이 있습니다.
당신이 허락하신 오늘 하루는 惻隱之心으로 이웃의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누어 가지는 하루가 되게 하소서.(一明)2004-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