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주님 세례 축일./. - 조성호 신부님 /2007.01.09

2007. 1. 11. 오전 12:45:10

글자

다해 주님 세례 축일.

2007. 1. 8.

토평동.

이사 42, 1-4.6-7.

루가 3, 15-16.21-22.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세례는 보통 이방인들이 유다교로 개종할 때 받던 것이었습니다. 할례를 받고 세례를 받으며 부정한 것을 씻는 것이죠. 만일 유다인이 세례를 받는다면, 성전에 올라가기 위해 회개와 속죄의 의미로 받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예수께서는 세례를 받으실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례자 요한도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저에게 세례를 받으시려느냐고 정색을 했던 것입니다.(마태 3, 14) 세례를 받으실 이유가 없던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신 것은 우리가 받을 세례를 영광의 위치에 올리시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을 믿는 이는 누구나, 당신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는 이면 누구나 당신처럼 사랑받는 아들 딸이 되고, 주님의 마음에 드는 자식이 되도록 하시려는 것이죠.

우리는 주님께서 세례를 받는 그림을 그리면서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의 머리에 물을 붓고 안수하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1세기의 세례 모습은 스스로 물에 들어가는 것입니다.(지금이야 요르단 강이 마르다시피 했지만, 예수님 당시에 상부 요르단강은 물이 철철 흘러넘쳤다) 자신의 몸을 완전히 담그면서 자신을 죽입니다. 자신에게 있는 모든 부정을 씻어냅니다. 그리고 똑바로 서서 올라오면서 새롭게 바로 서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세례자 주위에 증인이 있고 그를 돕습니다. 아마도 세례자 요한도 그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나 스스로 주님께 약속하고 나의 모든 것을 주님께 내어드린다면 나는 주님과의 관계 속에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나는 나를 알고 있고, 나보다 더 나를 아시는 주님이 계십니다. 그 관계 속에서의 세례는 진정 의미 있고 감동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가 종교 안에서 받게 되는 세례는 단 한번이지만, 의미로 볼 때 세례는 자주 이루어져야 하는 사건입니다. 주님 앞에서 나의 모든 것을 내어놓고 주님의 물에 완전히 잠겨 새로 일어서는 작업은 살면서 몇 번이고 행해야 하는 것이죠.

가만히 눈을 감고 주님께서 세례 받으시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주님께서 물에 들어가실 때 나도 따라 들어갑니다. 세례 받으실 이유가 없는 그분께서 물에 들어가시는 모습을 보며 그분의 사랑을 느끼고, 주님께서 행하셨는데 나는 나를 감추다니 부끄러운 마음에 숙연해지고 어느새 내 몸은 물에 잠깁니다. 내 몸이 물에 다 잠겼을 때, 나는 숨이 차옵니다. 그래, 나를 죽이는 것이 그리 쉬우랴 싶으면서도 금새 나오려고 애쓰는 나의 모습은 나약함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다시 똑바로 서서 물에서 나올 때 나의 모습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회개의 눈물인지, 기쁨의 눈물인지 모를 그 물에 젖은 나의 모습. 주님 당신과 함께 받는 세례. 당신께서 그렇게 세례를 받아 나를 들어 올려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를 위해 세례를 받고 거룩한 품위로 올려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주님의 세례. 나의 세례. 너무나 기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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