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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주의 모친 성모 마리아 대축일 |
2007-01-01 |
잉태하신 어머니
부자가 되고 싶은가? 그러면 예수님을 보라. 초라하기가 짝이 없는 모습이다. 성탄절 미사는 온갖 찬미가와 성가로 축하를 드렸지만 실제로 예수님은 너무나 초라했다. 아무도 그분의 탄생을 알지 못했고, 단지 들판에서 추위에 떨면서 양을 지키던 가난한 목자들에게만 알려졌다.
우리는 이 사건을 두고 “하느님, 왜 이러십니까?”하고 따질 수 있어야 한다. 도데체 왜 그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고, 또 그렇게 가난하게 사셨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왜 당신은 매일 끼니 걱정을 하며 연탄 한 장도 아까워서 장작불을 때야 하는 그런 집의 자식으로 태어나셨는지요? 남들은 다 고급승용차에 웅장한 대리석이 깔린 저택에서 우아하게 샴페인을 들이키는데, 왜 당신은 냄새나는 된장에 말라 비틀어진 배추 쪼가리를 찍어 먹어야 하는 그런 가난한 집의 자식으로 태어나셨습니까? 그러고도 하느님이라니 좀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좀 웃기지 마십시오. 참으로 신이라면 신비스런 빛에 싸여 그 누구도 감히 접근하지 못할 엄숙한 고궁에서 수천만 신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지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게도 초라한 촌놈으로 태어나고는 하느님이라고 하다니 이거 신성모독 아닙니까? 어떻게 하느님이 그럴 수가 있습니까? 성직자처럼 엄숙하고, 수도자처럼 해맑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는 우아한 말씀들을 들려주어야 할 분이, 어째서 그런 촌놈들과 어울리면서 무식한 말들을 입에 담을 수 있습니까?
어느 날, 성당 안에 장식된 구유가 너무 화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양간이라면 군데군데 말똥이 말라 붙어 있었을 것인데, 너무 깨끗하다. 구유의 화려함을 바라보면서 우리의 사치를 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도 이렇게 화려한 분이니 나도 이만큼은 사치해도 괜챦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듯 했다. 어느새 교회는 부유해 졌다. 새로 짓는 성전마다 최고급 자재로 도배를 하고, 조금이라도 초라한 구석이 있으면 또 다시 뜯어고치는 일을 수없이 되풀이 하고 있다. 말구유에 태어나셨던 예수님이 당신 집인줄 알고 왔다가 남의 집에 들어온 줄 알고 황급히 몸을 돌려 나가실 것 같다. 가난한 여인, 배운 것 없는 초라한 시골 여자가 하느님의 어머니란 호칭을 받아 누리게 되었다. 저렇게 초라하고 볼품없는 여자가 천주의 모친이라니! 우리는 다시 알아 들어야 한다. 오늘이 비록 성모님의 대축일이지만 사실은 성모님 축일이 아니라, 예수님의 축일이다. 마리아는 사모님이나, 부인이라는 호칭보다 아지매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리는 시골 아낙네셨다. 그런데 그렇게 평범한 시골 여인이 천주의 모친이 되신 것은 오직 예수님 때문이다. 누가 봐도 단번에 시골 촌놈인 듯한 예수님이 사실은 하느님이셨기 때문에 그분을 낳고 기르신 분을 어머니, 즉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것이다.
그런데 그분이 그런 호칭을 받게 된 것은 “말씀”에 순종했기 때문이다. 당신 안에 악마의 유혹이 아니라 하느님의 말씀을 잉태한 때문이다. 삶의 순간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던 모습도 그 때마다 “말씀”을 새록새록 새롭게 잉태하시는 모습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마리아처럼 우리 안에 “말씀”을 잉태함으로써 또 하나의 “마리아”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정신 속에, 우리의 마음 속에, 우리의 양심 속에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그분의 뜻대로 사는 것으로 가능해진다. 싫증난다고 쓸만한 물건을 버리고, 식은 밥이라고 음식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그분의 말씀을 팽개치는 것과 같고, 성서를 찢어서 코를 푸는 것이나 다름없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나 되면서도 10년 20년 된 가전제품을 고치고 또 고쳐 쓰는 일본 사람들을 보면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이제 참으로 가난한 것이 무엇인지 예수님을 통해서 배워야 한다. 가진게 많다고 흥청망청 쓰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필요한 것만 사용하는 것이 참으로 가난하게 사는 것이고 예수님을 사는 것이다. 하느님 보시기에 우리 인간은 얼마나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인지 모른다. 그런 사실을 깨달으라고 하느님이 초라한 “촌놈”으로 태어나시고 성모님을 어머니로 택하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