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세계 평화의 날, 신정2007.1.1.월
루카 복음 2장 16-21절
그러나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
하느님의 말씀과 업적을 되새기기 이중섭 신부
루카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그리스도의
복음을 잘 받아들인다는 것을 자주 강조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는
잘 듣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잘 듣는 것은 사람을 신앙으로 이끌어줍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루카 1,45)이라는 엘리사벳의 칭송은 단순한 덕담이 아닙니다.
가난한 목동들이 예수님의 성탄을 처음으로 목격한 이 이야기의 핵심은
말씀을 귀기울여 듣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곰곰이 생각하는 마리아에게
있습니다.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곰곰이 되새겼다”(19절).
성모 마리아가 알고자 하는 이 일들의 의미는 훗날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사건에
가서야 비로소 밝혀질 것입니다. 예수님의 소년 시절 파스카 축제 때 예수님을
예루살렘 성전에서 잃었다가 다시 찾았을 때에도 복음은 “그의 어머니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루카 2,51)고 전하고 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신앙인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한 해를 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성모님처럼 하느님의 말씀과 업적을 되새기는
2007년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행복
1994년에 장돌뱅이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시장 사람들을 그동안
우락부락하고 옹고집에 장사치로만 보아왔지만 막상 내가 같은 부류가
되어 보니 이분들만큼 순수하고 감사한 마음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들도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 하루 동안 있었던 좋고 나쁜 일들을 서로 막걸리 한 잔에 담아
모두 삼켜버리고 새로운 내일, 희망찬 내일을 위해 웃음으로 인생을 달랜다. 다해서 5천
원도 안 되는 안주 값을 서로 내려고 실랑이를 벌이면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끼어든다.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좋아서 오늘은 내가 쏠 테니 그냥
먹고 가. 그 돈보다 서로 돕고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것이 아니겄어.” 타향살이 하면서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어머니와 같은 고향의 정을 느끼게 하는 말. 그래서 눈물로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는 말. 안주 값을 내려고 지갑에 꼬깃꼬깃 접어 둔 돈들을
꺼내는 마음처럼 내 마음에 접어 둔 정을 다시 꺼내어 내놓을 수 있게 하는 말.
그것은 ‘행복’이었다. 서로 살기 힘들다고 푸념을 쏟아 놓을 때, 왜 나만 이래야
하냐며 절망 섞인 말투로 인생을 비꼴 때, 늘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기다렸던 행복.
내가 잃어버렸다고 하늘을 보며 원망의 눈물을 드리운 때, 옆에 있음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바람으로 실어 날라주었던 행복. 하늘의 별을 따듯이 멀게만 느껴지고
불가능하게만 생각했던, 그래서 내게는 사치라고 말하게 했던 그 행복이 아주머니의
작은 사랑과 정에 의해 알게 되는 인생이 바로 ‘장돌뱅이’의 인생이었다.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늘 비워져 있기 때문에 조금만 채워도 행복해할 줄 아는 사람들.
우리들의 진정한 모습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은 우리의 행복이었듯이
내 것을 몽땅 내놓아 가진 것이 없을 때 채워지는 것이 하느님의 사랑임을 되새기는
인생의 행복을 먼 기억에서부터 배운다. 예수님께서 심어주셨던 그 사랑에서.
안경진 신부 | 원주교구 주보 <들빛> 1519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