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창근 신부-
오늘은 새해 첫날이며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그리고 오늘을 우리는 세계평화의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를 맞이하여 여러 가지 기원을 드릴 것입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은 그 첫째 기원을 옛말에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라 했듯이 가정의 평화와, 식구들의 건강을 달라고 기원합니다. 가정이 평화로우면 모든 문제는 다 해결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가정에 평화가 없고 불화하고, 부부지간에도 맨 날 싸움만 하고, 부모 자녀간에도 서로가 불목 하여 이해하기보다는 이해 받기를 바라기에 대화는 저 멀리 강 건너 가고, 그래서 결국 집안이 평화롭지 못하면 일터에 가더라도 마음이 편치 못하고, 하는 일이 제대로 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가정의 평화도 제대로 찾지 못하면서 어디 가서 세계평화를 운운하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바로 어제, 2006년의 마지막 날에 우리는 성가정 축일을 지내지 않았습니까? 한해의 처음과 마지막에 세계평화의 날과 성가정 축일을 지낸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날의 성가정의 평화가,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우리 가정에,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 세상에 평화를 안겨주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제1독서인 민수기 6장24절-26절의 말씀에서 㰡’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㰡“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평화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선물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가정이나 사회나 모든 모임은 각자가 다 다른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서로가 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서로 다른 것을 서로가 포용하며 그것을 존중해주는 것이 바로 공동체의 존립원칙이며, 이해 받기만을 바라기보다는 이해 해 주는 것이 바로 사랑과 평화의 원칙인 것입니다. 평화로운 관계란 서로 완전한 신뢰와 존경, 깊은 이해가 이루어지는 관계입니다. 우리가 진정한 평화를 원한다면 이렇게 상호 존중과 깊은 이해의 자세가 필요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평화의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목동들이 평화롭게 지켜보는 광경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목자들이 아기 예수가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평화로운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 평화를 깊이 담아두었다는 기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가장 척박하고 보잘것없는 가난한 땅에서 집도 없이 마구간에서 소, 말들의 밥통인 구유에서 태어나셨습니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신 분이십니다. 이것이 평화의 원칙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절대적인 평화의 원칙을 갖고 계신 하느님께 기도하지 않고는 결코 쉽게 평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 평화의 아기를 잉태하시고 낳으신 분을 기억하여 오늘 우리는 천주의 모친 성모마리아 대축일을 지내는 것입니다. 천주의 모친, 즉 하느님의 어머니란 말은 하느님의 말씀이 인간이 되셨다는 면에서, 그 말씀을 낳으신 분을 우리는 하느님의 어머니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제는 하느님의 말씀이 우리를 통해, 지금 여기서 평화의 왕이신 아기의 모습으로 태어나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새해 첫날의 기도지향으로 하느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어머니이신 마리아를 통하여 오신 아기 예수님의 평화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자기를 낮추지 않고는 평화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먼저 상대방을 자기보다 높여주고, 상대방의 인격을 믿어주고, 그 뜻을 먼저 들어주는 자세가 평화의 자세입니다. 모든 평화의 원칙은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임을 깨닫고, 우리가 진정 평화를 원하고 사랑한다면 철저히 자신을 낮추고 비움으로써 상대방을 존중하며 그 인격을 보호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