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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암 선사가 시자와 함께 강화도로 만행을 다니시는 길에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하다가 그만 날이저물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하룻밤을 묵고 갈 집을 찾다가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사랑채가 있는 이 진사댁을 찾아가서 소슬대문을 두드리며 하룻밤을 묵고 갈것을 청하자
한참만에 헛기침을 하며 나온 이 진사는 "으~흠~ 이 고을에서 인색하기로 짝이 없는 자린고비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 오셨겠읍니다 그려?" "아 네 이 진사께서 정말로 그렇게 소문난 자린고비시라면
이 소승이 여기 들리기를 정말 잘했읍니다." "아니 그건 또 어째서 입니까요?" "아 네 이 진사님을 이렇게 가까히 뵙고 보니 학문도 깊으신것 같은데
자고로 적선지가에 필유경사라 하였으니 이 소승이 이 진사댁에 좋은 일이 생기라고 온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읍니까?" "허~허~ 듣고 보니 스님께서는 서너 수 앞을 내다 보면서 바둑알을 놓소이다 그려...." "천부당 만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수행승이 감히 어떻게 그런 신선 노름을 할 수 있겠소이까?" "내 감히 스님께 한가지 물어 보겠소이다...." "네 말씀하시지요?" "내 그동안 수없이 탁발하는 스님을 보아 왔읍니다만 스님들은 그저 개구일성으로 보시하라 나누어 주어라 약조 한듯이
모두들 그리 말하는데, 그럼 자기 재산이 좀 있다고 해서 허펑허펑 남에게
퍼내주기만 하는 것이 옳겠읍니까? 아니면 안주고 절약해서 자기 재산을 알뜰히 일구는 것이 옳겠읍니까요?" "그럼 이번에는 소승이 감히 이 진사께 여쭙겠읍니다." "음~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 진사께서는 양손을 한번 펴 보이셨다가 손가락을 오므리지 못하면 그것은 성한 사람이겠읍니까? 불구자 이겠읍니까?" "아 그거야 손을 오므리지 못하면 불구자 이겠읍니다." "그럼 이번에는 양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그 손가락을 펴지 못하면 그것은 또 성한 사람이겠읍니까? 불구자 이겠읍니까?" "그거야 물론 불구자 이겠읍니다." "바로 그와 같이 재물을 허풍허풍 허비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요, 재물을 덮어놓고 움켜쥐기만 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니, 모름지기 나누어 줄줄도 알고 절약 할 줄도 알아야 옳은 일이라 할 것입니다." "이제야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읍니다. 존사님을 이렇게 뵙게 되어 광명이옵니다." 그제서야 이 진사는 차를 내오고 진지를 지어오고 극진한 대접을 하며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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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이 천지를 밝게 비추고자 하나 구름과 공해가가리고, 흘러가는 강물이 맑아 지고자 하나 흙과 폐수가 다럽히듯, 사람도 본성대로 순수하고 착하고자 하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때문에 방해를 받나니.
이 세상 떠날때는 내 손, 내 발, 내 얼굴, 내가 가장 아끼는 이 몸둥이마져도
나의 것이 아니니 다 놓고 가는것, 하물며 어찌 내 집, 내 재산, 나의 명예, 나의 감투가 나의 것이 될 수가 있으랴! 이 세상 눈에 보이는 것 만져지는 것, 이 모든것은 다 생겨났다가 부셔지고
무너지고 없어지는 것, 탐욕도 없고 성냄도 없고 어리석음도 없는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에서 벗어나 작은 이익으로 만족해 하며 나보다 남을 위하여 사는 것이
바로 천당 극락이라 하네,
저 하늘에 흘러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한 순간 머물다 가는 덧없는 이 한세상
부귀는 무엇이며 영화는 무엇인고 청산이 나를 보고 애닮다 눈물 짖네
인생도 절로 절로 유수도 절로 절로 강물처럼 흘러간다 덧없이 흘러간다
탐욕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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