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밝히는 등불[펌]

2005. 5. 27. 오전 12:14:37

글자

방한암 선사가 시자와 함께 강화도로 만행을 다니시는 길에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피하다가 그만 날이저물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하룻밤을 묵고 갈 집을 찾다가

그 마을에서 유일하게 사랑채가 있는 이 진사댁을 찾아가서
소슬대문을 두드리며 하룻밤을 묵고 갈것을 청하자

한참만에 헛기침을 하며 나온 이 진사는
"으~흠~ 이 고을에서 인색하기로 짝이 없는 자린고비라는 소문을 듣고

찾아 오셨겠읍니다 그려?"
"아 네 이 진사께서 정말로 그렇게 소문난 자린고비시라면

이 소승이 여기 들리기를 정말 잘했읍니다."
"아니 그건 또 어째서 입니까요?"
"아  네 이 진사님을 이렇게 가까히 뵙고 보니 학문도 깊으신것 같은데

자고로 적선지가에 필유경사라 하였으니
이 소승이 이 진사댁에 좋은 일이 생기라고 온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읍니까?"
"허~허~ 듣고 보니 스님께서는 서너 수 앞을 내다 보면서 바둑알을 놓소이다 그려...."
"천부당 만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수행승이 감히 어떻게 그런 신선 노름을 할 수 있겠소이까?"
"내 감히 스님께 한가지 물어 보겠소이다...."
"네 말씀하시지요?"
"내 그동안 수없이 탁발하는 스님을 보아 왔읍니다만
스님들은 그저 개구일성으로 보시하라 나누어 주어라 약조 한듯이

모두들 그리 말하는데,
그럼 자기 재산이 좀 있다고 해서 허펑허펑 남에게

퍼내주기만 하는 것이 옳겠읍니까?  
아니면 안주고 절약해서 자기 재산을 알뜰히 일구는 것이 옳겠읍니까요?"
"그럼 이번에는 소승이 감히 이 진사께 여쭙겠읍니다."
"음~ 무슨 말씀이신지요?"
"이 진사께서는 양손을 한번 펴 보이셨다가 손가락을 오므리지 못하면
그것은 성한 사람이겠읍니까? 불구자 이겠읍니까?"
"아 그거야 손을 오므리지 못하면 불구자 이겠읍니다."
"그럼 이번에는 양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가 그 손가락을 펴지 못하면
그것은 또 성한 사람이겠읍니까? 불구자 이겠읍니까?"
"그거야 물론 불구자 이겠읍니다."
"바로 그와 같이 재물을 허풍허풍 허비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요,
재물을 덮어놓고 움켜쥐기만 하는 것도 옳은 일이 아니니,
모름지기 나누어 줄줄도 알고 절약 할 줄도 알아야 옳은 일이라 할 것입니다."
"이제야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읍니다.
존사님을 이렇게 뵙게 되어 광명이옵니다."
그제서야 이 진사는 차를 내오고 진지를 지어오고 극진한 대접을 하며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 * * * * * * * * * * * *

해와 달이 천지를 밝게 비추고자 하나 구름과 공해가가리고,
흘러가는 강물이 맑아 지고자 하나 흙과 폐수가 다럽히듯,
사람도 본성대로 순수하고 착하고자 하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 때문에 방해를 받나니.

이 세상 떠날때는 내 손, 내 발, 내 얼굴, 내가 가장 아끼는 이 몸둥이마져도

나의 것이 아니니 다 놓고 가는것,
하물며 어찌 내 집, 내 재산, 나의 명예, 나의 감투가 나의 것이 될 수가 있으랴!
이 세상 눈에 보이는 것 만져지는 것, 이 모든것은 다 생겨났다가 부셔지고

무너지고 없어지는 것,
탐욕도 없고 성냄도 없고 어리석음도 없는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에서 벗어나
작은 이익으로 만족해 하며 나보다 남을 위하여 사는 것이

바로 천당 극락이라 하네,

저 하늘에 흘러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한 순간 머물다 가는 덧없는 이 한세상

부귀는 무엇이며 영화는 무엇인고
청산이 나를 보고 애닮다 눈물 짖네

인생도 절로 절로 유수도 절로 절로
강물처럼 흘러간다 덧없이 흘러간다

탐욕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댓글 1

  • 2005년 5월 27일 오전 10:33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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