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해, 대림1주일미사

2008. 11. 29. 오후 2:30:01

글자
 

대림 1 주간 나해 주일미사.이사야서 63,16ㄹ-64,2ㄴ-7;고린11,3-9;마르 13,33-37

 찬미 예수님. 신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드디어 교회에도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인 대림이 시작되었습니다. 교회는 새로운 새해를 신년의 시작과 동시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을 오시길 기다리는 마음의 준비의 기간을 새해의 시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림, 오시길 기다린다는 뜻인데요. 과연 여러분을 무엇을 기다리십니까? 사실 오실 분이라면 이미 예수님은 이 세상에 오셨다가 가셨으니 ‘이젠 새로울 것이 없다.’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세상의 주인은 누구이길래 우리가 이런 대림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사람들은 자기들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얼핏보면 그렇습니다. 오늘은 뭐 먹을까? 고민하다가 먹고 싶은 찬거리를 사는 것도 나이고, 이 영화를 볼까? 저 영화를 볼까? 생각하다가 분위기에 맞는 영화를 고르는 것도 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여러 결정권을 쥐고 있기에 나의 삶의 주인공은 나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실은 주님이 오실 때까지 우린 그 결정의 관리를 대신 맡고 있는 사람일뿐이라면, 여러분은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그저 꼭두각시 같은 사람을 원하지 않으십니다. 자유롭게 자신의 일에 책임도 지고 재미있게 살기를 원하시지만, 그 속에서 내가 하느님과 하나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만을 원하실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저 ‘내 인생은 나의 것’ 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원래 주인이신 하느님이 내 인생에 관여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방해한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1독서에도 이런 우리의 생각을 꼬집어 주시는 말씀이 나옵니다. “그러나 주님, 당신은 저희 아버지십니다. 저희는 진흙, 당신은 저희를 빚으신 분, 저희는 모두 당신 손에 작품입니다.” 라고요. 작품이 주인더러 왜 이렇게 만들었냐고 따질 수 없습니다. 그저 순응할 뿐이지요. 마치 오늘의 복음처럼 “그는 집을 떠나면서 종들에게 권한을 주어 각자에게 할 일을 맡기고 문지기에는 깨어있으라고 분부한다.” 는 말씀처럼 그저 집주인이 어디 잠시 다녀올 동안 권한을 물려받은 것뿐이고 언젠가는 돌려주어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빌려쓰는 것뿐이고 얻어쓰는 것뿐인데, 우린 그것이 영원히 나의 것인 양 착각할 때가 많아 보입니다. 우리는 그 주인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나의 삶을 기쁘게 유지시키는 사람들입니다.

 혹시 여러분 사무엘 베케트 원작의 ‘고도를 기다리며’ 라는 작품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 작품은 2차 대전이 끝나길 바라는 작자가 인간의 삶의 내부에는 원래 ‘보편적인 기다림’ 이 있음을 알아내고 누군지도 모르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고도’ 를 기다리는 작품입니다. 작품이 끝나는 2막 동안 두 주인공은 많은 말을 떠들어대지만 끝내 고도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분명 만나리라는 희망은 갖고 작품을 마칩니다. 언제 올지도 모르고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는 고도는 마치 우리가 기다리는 구세주의 성격과 닮아 보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항상 기다리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무엇을 기다리는지 조차 모르고 어떻게 기다려야할 지도 모르지만 분명 기다림은 우리 안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고도를 기다리며’ 작품 속의 주인공들은 누군지도 모르는 분을 기다렸지만 우린 아는 분을 기다립니다. 바로 그분은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변화되리라는 희망을 안고 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그 희망은 내 맘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유대인이 원했던 구세주는 힘 있는 군인 같은 구세주였지만 정작 하느님이 보내신 구세주는 연약한 아기였듯이 말입니다. 실로 우린 주님이 만드신 작은 그릇일 뿐입니다. 그 그릇이 원하는 것이라고는 그저 좋은 내용물이 담기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기다리는 사람들입니다.

 사랑하는 이태원 본당 교우 여러분!

이렇게 대림 1주일을 통해 교회의 역사는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그 역사의 출발 선상에 또 서게 된 것입니다. 올 한해 또 무엇을 기다리고 무엇을 준비하고 또 어떤 분을 어떤 자세로 만나게 될 것인가? 고민하는 속에서 그분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