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소리 신부님 주보에서
2011.12.25 예수 성탄대축일에
행복 체감온도
수능 시험 준비로 학원과 과외로 짓눌려 사는 게 고통스럽다면,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예 대학을 포기해야 하는 또래의 학생들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눈가와 두 손에 주름이 잡혀 마음이 상한다면 뇌경색으로 쓰러져 얼굴과 손을 못 움직이는 또래의 사람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흰머리가 늘고 머리카락이 빠져 나이를 먹는 게 초조하다면 항암제를 맞아 머리카락이 온통 빠진 환자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철 맞춰 갈아입을 옷이 별로 없어 가난을 탓하고 있다면 평생 단색 옷 몇 벌만 입고 사는 수도자는 과연 불행한 사람들일까.
으리으리한 식당에서 폼 좀 잡고 고급 음식을 먹어보는 게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평생 채식과 소식(小食)으로 사는 승려들은 과연 불행한 사람들일까.
돈 좀 펑펑 쓰고 사는 게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평생 힘들여 모은 돈을 희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사람들일까.
행복하다는 것은 원하는 것이 채워졌을 때 올라간 체온을 재고 그 체온을 말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 체온은 원하는 게 채워지고 나면 쉬 내려가고 만다.
넓은 집을 마련했어도, 사고 싶은 가전제품을 샀어도, 입고 싶은 옷을 사 입었어도 그 행복은 얼마 가지 못하고 식어 버린다. 언젠가는 행복했다는 사실마저 떠오르지 않고 만다.
그 체온은 일시적으로
올라간 고열일 뿐이다. 사람의 체온은 늘 따뜻해야 하고 늘 기복이 없는 체온이 유지될 때 건강하다고 말한다.
예수님을 보자. 먹을 것, 입을 것, 지닐 것이 없다 해서 불행한 삶을 사신 분이라고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그분은 아무것이 없어도 불편하거나 고통스럽지도 않았고 오히려 자유로웠던 분이다. 바라는 것이 채워지지 않았을 때 체감온도가 내려가고 바라는 것이 채워질 때 체감온도가 올라간다면, 그건 건강하지 못한 인생을 사는 사람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