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지금까지 제 생일이라고 단 한번의 파티를 해 본 기억이 없지만, 국민(초등)학교 3-4학년 쯤 되는 어느 해에, 친구들과 거대한 파티(?)를 한 그 때가 갑자기 떠올라 기억을 더듬어 보려 합니다.
엄마는 시장에서 국수 판 이익금으로 제 평생에 단 한번 생일날,
짜장면을 사 먹어라고 500원짜리 지폐를 준 기억이 있습니다.
이순신인가 세종대왕인가 새겨진 그 지폐를 지금의 청소년들은 기억할 순 없지만,
우리 나이에는 그 때 선망의 지폐였던 그 돈은 짜장면을 몇그릇 먹고도 남을 만한 시절이였습니다.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몇몇 친구들을 데리고 ‘대중식당’이라는 중국집으로 가서 제 생일이라면서 짜장면을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고 난 후, 난 돈을 지불 하려고 호주머니를 뒤졌으나 돈이 없었습니다.
너무나 당황하였고, 일어서서 호주머니를 까 뒤집어 보기도 하고, 안절 부절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의 잔머리는, 그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억지로 눈물을 짜아 내는 것이였습니다.
식당 주인이 다가와서 “ 와 우노?” 하길 기대하면서.
역시나 잠시 후 사장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전 오른손 소매로 눈물을 닦으면서 “아저씨, 돈이 없어 졌심더, 옴마가 아까 내한테 분명히 짜장면 사 먹어라고 오백원짜리 줬거든예…”
약간의 안면이 있었던 저에게 주인은 신경질 적인 말투로 “잘 찾아 바라 알마!” 하시면서 워낙에 착한 어린이로 소문난 저(?)를 의심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귀찮아 하시는 모습이였습니다.
전 옷 소매로 눈물을 훔치고, 주위의 친구들도 같이 두려움에 잔뜩 움추려 있을 때, 식당 문을 여는 소리가 나면서,
“ 다녀 왔습니다.” 하면서 중국집에서 배달을 다녀오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때 주인 아저씨는 “야 너 이리 와 바.” 하시면서 주방으로 끌고 가더니만, 그 배달하는 애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눈물을 멈추고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쫑긋한 저의 기억으론,
‘니가 국민학생 돈도 쓰리하냐?’,
‘아입니더, 사장님, 이번에는 내가 아님니더’,
‘이 새끼야 내가 모를 줄 알았제’
무슨 영문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뭏든 그 배달 하는 이의 신음 소리도 들리고, 꿍, 쾅 하면서 그릇 깨지는 소리 등이 저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준 것만은 분명 하였던 것 같았습니다.
잠시 후, 주인은 나오면서 몇십원이 남은 거스름 돈 까지 거슬려 주면서 우리는 그렇게 나왔습니다.
몇 일이 지난 후에, ‘오늘 빨래 할 거니까 옷 갈아 입으라’고 하시는 엄마의 말씀에 새 옷을 갈아 입고 놀러 나갔습니다.
보름에 한번, 혹은 한 달에 한번 정도 옷을 바꿔 입었으니, 짜장면의 사건이 잊혀 진 것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오후 집으로 온 나에게 엄마는 “대영아!, 짜장면 사무라 켔더마 와 안 사문노, 그라고 옷을 벗어시모 돈은 빼고 주지 그대로 있으모 우짜노” 하시면서 물기가 젖은 오백원 짜리 지폐를 저에게 주셨습니다.
순간 머뭇거리면서 전 돈을 받고 화장실로 달려 갔습니다.
제가 머물 수 있는 방이 없었던 시절이라, 유일하게 나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장소가 저희 집에서는 화장실 이였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그 지폐를 앞에 놓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분명 이 돈은 없어져야 하는 돈인데, 지금 내 앞에 놓여 있다.
돈이 있으면 모두가 기뻐 해야 하는데, 내 앞에 놓인 이 오백원짜리 지폐는
나를 정말로 힘들고 고통 스럽게 하는 구나. 왜?’
그렇게 느꼈었습니다.
우리 인창동 신자분들의 아들 딸들에게 꼭 이 이야기를 들려 줬으면 해서 기억을 더듬어 봤습니다.
어린시절, 청소년 시절에 그 시절에 사용해야 할 것을 사용하지 않고 남겨 두면, 시간이 흐른 후에 분명코, 후회와 고통은 엄청날 것이라고,…
그리고 그 시기에 사용해야 할 것은 운동과 공부, 올바른 생활, 부모님 말씀 잘 듣는 것 들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저는 행복합니다.
우리 성당에서 복사하는 딸래미와 주일학교 다니는 아들이 있으니까요.
어떤 때는,
마흔의 늦은 나이에 자식을 보았다고, 이놈들의 어른스러움에는 혼자서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습니다.
어린이 답게 떼쓰고, 조르고, 울고 불고, 그래야 하는데,
ㅎㅎㅎ
저는 지금 또 술을 마셨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금요일 복음화 하교 마치고 돌아와서 인터넷 바둑 몇 판 두고 마셨으니,
몇 년 후의 제 선교사 목표는 아장아장 전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ㅎㅎ..
그런데 ,
시간이 흐른 후에,
60~70 나이가 되었을 때,
후회 하지 않을 지금 제 나이에 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