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고 있다.
무척이나 많이 내리는 빗 줄기를 차창 밖으로 쳐다 보면서
꼬마는 어떻게 집으로 돌아갈 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아침 등교 길에는 약간의 흐린 날씨였지만, 이렇게 비가 많이 올 줄 알았다면 우산이라도 챙겨 올 걸..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걱정 속에서,
전교생이 치루는 미술 사생대회에 참가하고 있던 꼬마는
그림을 그릴 내용이 쉽게 떠 오르지 않아 턱을 괴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창 밖을
계속해서 쳐다 보고 있었다.
4층 창 너머에 보이는 운동장에는
여분의 우산을 하나씩 들고,
쉬는 시간을 기다리는
학부모들이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기 시작했다.
순간
허름한 몸빼 바지에, 남루한 옷을 입은 늙은 아낙의 모습도 그 중에 보였다.
순간 기쁜 마음이 들어 일어 섰다가, 잠시 후 그 꼬마는 다시 앉았다.
초라한 몰골의 형상을 하고 있는 꼬마의 어머니는 그 학부모들 중에 제일
늙고, 제일 초라해 보였기 때문 이였다.
시장에서 장사를 하다가,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하자 우산을 들고 달려온,
이미 쉰살이 훌쩍 넘어버린 그 꼬마의 어머니였다.
시장에서 옆 장사치에게 잠시만 가게를 봐 달라고 하면서,
비닐 우산을 하나 사서 쓰고,
가게에 남아 있던 진짜 우산을 들고 아들에게 준다고 학교를 달려 갔던 것이다.
학교 4층을 쳐다보며 쉬는 시간만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눈에
한 학생이 창문 너머로 일어 서서 자신을 쳐다 보는 모습을 보고,
아들인 것을 감지하고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잠시 뒤 그 학생은 다시 사라졌다.
'왜 그러지?' 하고 생각 했는데, 다시 아들의 얼굴이 보였다가 사라지곤 했다.
문득 자신의 몸을 둘러 보니, 전형적인 시골의 시장통 아줌마의 모습으로 아들의 학교를 찾아 온 것 이였다.
한참 아래 나이로 보이는 듯한 주변의 젊은 학부모들과는 완전 딴 세계에서
온 사람 같아 보였다.
갑자기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아들도 이제 5학년이면 부끄러움을 아는 나이일 텐데..
우산 생각에 그녀 자신의 모습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그녀는 잠시 상념에 잠겼다.
그래도 쉬는 시간을 기다려 우산을 줘야 할 지,
아들 친구들에게,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그냥 돌아 가야 할 지를 한참을 고민했다.
그런 생각의 와중에서도,
아들은 계속 창 밖을 보다가, 다시 앉아 버리고를 반복 하고 있는 모습은,
아들 친구들이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에 조바심을 가지고
아들이 안절부절 하는 모습 같아 보였다.
비를 맞아도 좋으니 돌아가라는 무언의 신호로 들렸다.
성공하지 못한, 아니 시장에서 장사를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는 엄마를 둔
아들이 불쌍해 지고, 못난 자신을 원망해 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난 엄마인데,
밥 굶기지 않으려고,
그래도 이렇게 고생하면서
뒷바라지하고 있는 엄마인데.....
하지만, 아들의 친구들에게 보이는 것이 왠지 아들을 위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한참을 그러다가 손에 든 우산을 바라보고
부끄러워하는 아들이 한없이 야속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고
미워 하는 마음을 갖지 않기로 하고,
결국엔 시장으로 되돌아 갔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서 아들과 마추친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꼬마는 평소와 다름없이 그냥 엄마를 대하였다.
“옴마 와 우산 안주고 그냥 갔노?”
그녀는 머뭇거렸다.
그리곤 배신감에 사로 잡혀 말도 못하고,
부엌으로 돌아와서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녀 스스로 탓하고, 그녀 스스로 못난 부모의 한 축이라고 생각을 해도
이건 너무 한 것 같았다. 서럽게 서럽게 장작불을 지피면서 울어 버렸다.
그 일들이 잊혀져 갈 무렵,
꼬마는 “옴마, 선생님이 학부모 모시고 오란다. 10시까지 오라 쿠더라”
그녀는 머리 손질도 하고,
허럼하지만, 그래도 그 중에 가장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고,
아들의 학교로 갔다.
학교 주임 선생은 지난 달에 있었던
미술 사생대회 입상한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장으로 학부모들을 안내 했다.
시골 초등학교 꼬마들이 그린 그림들이라, 별로 흥미로운 그림들은 없었다.
그러다 대상을 받은 그림을 보고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산을 들고 있는 영락없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 이였다.
허름한 몸빼에
시장통에서 장사하다가 달려온,
바로 몇 일 전 부엌에서
그림에 그려진 그 초라한 모습 때문에
그렇게 서럽게 울어 버렸던,
그 모습이 그려진 그림 이였다.
아들의 이름 석자가 옆에 보였고,
그림 옆에 적혀 있는 그 그림의 제목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
이라고 뚜렷이 적혀 있었다.
그런 어머님이 몇 년 전 병실에 누워서
가끔은
떠나 온지 20년이 넘은 시골 내 고향을 가자고 하십니다.
그 병실에서 ‘병자 성사’를 받았습니다.
이제 90살이 되시면서, 성당엘 다니시질 못하고,
성경을 펼치실 수가 없는 당신께서,
과연 ‘병자성사’ 만으로 천국에 가실 수 있을까를
가끔 자식들이 모이는 명절 같은 날에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자식들은 모두 ‘성가정’을 이루었건만,
왠지 어머님의 천국행은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자식들의 기도로,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천국으로 이끌어 주소서’ 란
처절한 기도로,
해결 될 수 있는 문제인지,
불신이 엄습해 오는 아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