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쁜 딸의 혼배를 앞두고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게 해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예단(禮緞) 봉투.
밤 늦도록 간만에 한문쓰기 연습을 했습니다.
딸의 혼인 준비에 필요해서.
하얀 종이에 정성을 들여 쓴 -金000원整, 000 拜上 -
봉투 전면엔 禮緞(예단)이라고 제법 그럴듯하게 썼습니다.
한복지로 만든 예단보에 돈봉투을 넣고 한지로 곱게 싸서
떡집에서 맞춘 모음 떡이 오히려 더 예뻤습니다.
예복을 갖춰입은 딸과 함께 사둔어른을 만나
함께 여유로운 마음으로 즐거운 저녁식사를 하고
기꺼운 마음만큼이나 환한 얼굴로 헤여졌습니다.
예비 사위의 표현으로 해피해서 좋았습니다.
이젠 큰 일은 다 치룬 것 같은 홀가분한 마음이
한껏 짓눌렀던 긴장을 가시게 했습니다.
'외동 딸 시집 보내니 섭섭하겠군요.'
'외동 딸 보내려니 슬프겠군요.'
라는, 인사말에 정색을 하며
'아뇨, 너무 좋아요! 사위를 얻는 것인데요.
머잖아, 손주도 생길테니 너무 기뻐요.'
라고, 대답했지요.
그런데, 딸을 태워 집으로 돌아오는 밤길에
기쁨의 언저리에 전혀 몰랐던 묘한 쓸쓸함이 자리 잡고.
아련함이 묻어드는 서글픔이 오히려 가슴을 껴안았습니다.
어둠이 있어서 빛나는 불빛들이 밤 거리를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얘야, 하느님께서는 착한 너의 마음을 내게 이렇게 보여주시고
너의 가지런한 행복을 곱게 펼쳐보이시는구나,'
행복하거라!
행복하거라!
행복하거라!
나의 염원으로 정성을 다해 혼수예단을 보냅니다.
*메모: 돈 들여 혼수예단을 포장해서 보낼 수 도 있었지만,
어젯밤, 나는 마음으로, 가슴으로, 사랑으로 보내고 싶었다.
정성을 들여 자필로, 그리고 손수 봉투를 준비하고 한지를 고르고
보자기를 쌌다.
떡집에 가서 내가 마련한 예단비 포장보다도 더 예쁜 떡을 주문했다.
분홍색 보자기에 떡을 싸서 직접 내 손으로 건네주고 왔다.
오히려 상견례 때보다 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썩 흡족한 자리를 마련했음에 스스로 커다란 위안을 얻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훨씬 가볍고 수월했다.
이렇게 자식을 품안에서 내려 놓는 것이라고.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믓해지는,
놓아주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줌으로서 더 많은 것을 얻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