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라(1/26)

2005. 1. 26. 오전 9:5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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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방송 오늘의 말씀

 

 성 디모테오와 성 디도 주교 기념일 (2005-01-26)
독서 : 2디모 1,1-8 또는 디도 1,1-5 복음 : 루가 10,1-9

떠나라

그때에 주께서 달리 일흔두 제자를 뽑아 앞으로 찾아가실 여러 마을과 고장으로 미리 둘씩 짝지어 보내시며 이렇게 분부하셨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적으니 주인에게 추수할 일꾼들을 보내 달라고 청하여라. 떠나라. 이제 내가 너희를 보내는 것이 마치 어린양을 이리떼 가운데 보내는 것과 같구나. 다닐 때 돈주머니도 식량자루도 신도 지니지 말 것이며 누구와 인사하느라고 가던 길을 멈추지도 말라.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이 댁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인사하여라. 그 집에 평화를 바라는 사람이 살고 있으면 너희가 비는 평화가 그 사람에게 머무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주인이 주는 음식을 먹고 마시면서 그 집에 머물러 있어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집 저 집으로 옮겨다니지 말라. 어떤 동네에 들어가든지 너희를 환영하거든 주는 음식을 먹고 그 동네 병자들을 고쳐주며 하느님 나라가 그들에게 다가왔다고 전하여라.”
(루가 10,1-­9)
◆어느 사제의 글을 읽었다. 살면서 간혹 만나게 되는 진실한 이에게서 풍기는 ‘하느님 사람’의 향기를 맡는다.
“오늘 복음의 이 말씀은 저에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말씀입니다. 태어나서 자라고 사제로 서품을 받은 본당에서 첫 발령 본당으로 떠나던 날 아침이었습니다. 발령을 받은 본당에서 저를 데리러 오는 동안 저는 성당에 앉아서 기도를 했습니다. 사실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제가 진열장에 잘 전시되어 있는 상품처럼 누군가에게 팔려 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싫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러 성당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떠날 때쯤 한마디 저에게 울려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떠나라’였습니다. 이 말씀 한마디에 거짓말처럼 언짢았던 마음이 눈처럼 녹아내렸습니다.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첫 본당에 도착하자마자 성당으로 가서 제단에 무릎을 꿇고 주님을 바라보니 ‘떠나라’ 했던 바로 그 예수께서 두 팔을 벌려 저를 반가이 맞아주셨습니다. 떠날 때가 되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고등학교를 떠날 때, 군대를 떠날 때, 신학교를 떠날 때, 본당을 떠날 때를 기억하면 그렇습니다. 내가 머물렀던 자리를 떠날 때, 기쁘게 털고 일어설 수 있는 삶이 되도록 우리가 지금 머물고 있는 자리를 아름답게 꾸밀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내가 지금 머무는 자리에서 예수님의 뜻을 찾고 나의 소임을 충실히 살아간다면 분명 기쁘게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

손봉철(수원교구 장안동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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