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미사 김 안나 2012 02 02
반영억라파엘신부
하느님의 크신 자비로 안자매님께서 천국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길 기도합니다. 아울러 유족 여러분에게 주님께서 주시는 위로와 평화가 함께하시길 기원하며 믿음의 은혜를 더해주시도록 이 미사를 봉헌합니다.
성경에 보면 다윗이 죽을 날이 가까워지자 자기 아들 솔로몬을 불러놓고 훈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나는 이제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을 간다. 너는 사나이답게 힘을 내어라. 주 네 하느님의 명령을 지켜 그분의 길을 걸으며,… 하느님의 규정과 계명, 법규와 증언을 지켜라. 그러면 네가 무엇을 하든지 어디로 가든지 성공할 것이다.”(1열왕2,1-2) ‘죽음은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이라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계명을 충실히 지켜 무엇을 하든지 성공할 수 있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참된 성공은 하느님께 충실하여 주님께서 마련하신 천상복락을 누리는 것입니다. 그 자격을 얻었음을 감사합니다.
사실 죽음은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며 세상 모든 사람이 가는 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안나자매님을 기꺼이 떠나 보내드리고 그분의 새 삶을 축복해 드려야 합니다. 이별이라는 슬픔을 느끼면서도 더 좋은 세상, 바로 천국에 들어가셨다는 것을 믿으며 혹시라도 용서 받지 못한 허물이 있다면 자비를 청해드리고, 생전에 그분께서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 삶을 오늘 우리가 대신 살아야 함을 일깨워야 하겠습니다.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희망이며 새로운 삶의 시작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엘리지오 성인은 “나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님께서 정하신 때에 죽기를 원합니다. 이는 죽음으로써 만이 하늘에 계신 그리운 아버지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하고 말하였습니다. 산고의 진통을 겪어야 새 생명이 탄생하듯 죽음을 통하여 영원한 삶의 길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고 성경은 말하고 있는데 이는 ‘하느님께로부터 왔으니 하느님께로 돌아간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 죽으셨다가 부활하심으로써 죽음이 결코 마지막이 아니라는 희망을 안겨 주었습니다. 죽음은 육적인 허물을 벗고 영적인 영원한 생명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마태25,34) 묵시록 14장13절에는 “주님 안에서 죽는 이들은 행복하다고 기록하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묵시록21장4절에는 믿는 이들이 주님 앞에 서게 될 때 “그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 주실 것이다. 다시는 죽음이 없고, 다시는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을 것이다.”하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믿었던 안나 자매님이 주님께서 우리를 위하여 준비한 천상에로 옮겨 가신 것을 받아들입니다. 하늘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리라 믿습니다. 사실 이 세상은 중간역이고 천상은 종착역입니다. 종착역에서 이제 우리의 거처를 마련하시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실 것입니다.
어느 시인은 “죽음이란 날이 밝아서 촛불을 끄는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마치 애벌레가 죽어서 나비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너희는 마음이 산란해 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요한14,1이하).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한 자리가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믿는 이들에게는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이 큰 기쁨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믿기 때문에 죽음이 결코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가는 것임을 굳게 믿습니다. 사도신경에서도 “죄 사함과 육신의 부활을 믿으며 영원한 삶을 믿나이다.”라고 말합니다. 결정적으로 주님께서는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요한11,25) 약속하셨습니다.
따라서 믿는 이들에게 죽음은 축복입니다. 믿는 이들에게 있어서 죽음은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이 세상에서의 삶은 끝이지만 하느님나라의 행복한 삶은 시작입니다. 죽음은 하느님께로부터 와서 하느님께로 돌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미사는 그야말로 천국환송미사입니다.
안나 자매님은 오랜기간 요양원에서 지내셔야 했지만 마지막 임종준비를 잘 하셨습니다. 얼마 전 병자성사를 받으시고 천국을 향한 준비를 하셨습니다. 긴 기간을 누워서 지내셔야 했지만 맑고 깨끗한 마음을 지니시고, 아주 곱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제가 봉성체를 해드리면서 “하느님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성모님 도와주세요.” 하면서 마음으로 외치라고 말씀드렸을 때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하셨습니다. 음식을 잘 삼키지 못할 상태이나 이것이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꼭 모셔드리고 싶었습니다. 성체조각을 떼어 모셔드리면서 주님의 자비를 간절히 청해 드렸습니다.
그동안의 불편한 생활이 바오로가 고백했던 준비된 삶이되었기를 기도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말합니다.“이제 나는 여러분을 위하여 고난을 겪으며 기뻐합니다. 그리스도의 환난에서 모자란 부분을 내가 이렇게 그분의 몸인 교회를 위하여 내 육신으로 채우고 있습니다”(콜로1,24). 그 모든 고난의 삶을 기억해 주시고 보상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고난이 컸던 만큼 천국의 기쁨도 크게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눈물로 씨 뿌리던 이들 환호하며 거두리라. 뿌릴 씨 들고 울며 가던 이 곡식 단 들고 환호하며 돌아오리라”(시편126,5-6) 노래한 기쁨을 반드시 차지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말합니다. “시련을 견디어 내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렇게 시험을 통과하면, 그는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야고1,12)
할머니께서는 86번째 맞이하는 생일상을 받으시고 미역국을 한 모금 드시신 후 당신이 태어나신 날, 하늘의 새 세상을 맞이하게 되셨습니다. 그동안 누구에게도 억매이지 않고 마음껏 자유를 누리시길 소망하셨는데 이제는 하늘을 훨훨 날게 되셨습니다. 그동안 주님께서 베풀어 주신 은혜에 감사하고 천상의 새로운 삶이 오늘 시작됨을 믿으며 안나할머니를 기꺼이 보내드립니다. 더욱이 오늘은 아기 예수님 봉헌축일입니다. 아기 예수님께서 아버지 하느님께 봉헌된 것처럼 안나 할머니를 하느님의 대전에 봉헌해 드립니다. “아버지께서 내게 맡기시는 사람은 누구나 나에게 올 것이며 내가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요한6,37)하신 주님께 희망을 두고 기꺼이 맡겨드립니다.
지따 성녀는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그분의 뜻입니다. 이 세상에 무엇을 남기는 것보다 그분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더욱 소중합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소화데레사 성녀는 “그 어느 날 아침, 내가 죽어있는 것을 보아도 마음 아파하지 마십시오. 그것은 하느님 아버지께서 나를 데려가신 것뿐입니다. 하느님께서 필요하셔서 불러간 줄로만 아십시오.”하고 말하였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도 마지막 순간에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서로 용서하십시오.” 당부하셨고, 이태석 신부님도 “하느님께서 주시는 영광도 특권이지만 하느님께서 주시는 고난도 특권”이라고 하시며 “걱정 하지마, 모두가 잘 될거야!” 하시며 자신을 온전히 하느님께 맡겼습니다.
이렇듯 성인들이나 믿는 이들은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마지막을 주님께 의탁하며 주님을 참으로 만나는 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영생에 대한 희망을 키워가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내게 맡기시는 사람은 반드시 내게 올 것이고 내게 오는 사람을 나는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입니다.”(요한6.37)하고 선언하셨습니다. 사실 오늘 우리가 미사를 봉헌하며 기도하는 것도 새 삶에 대한 희망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안나자매님께서 천국복락을 누리시고 천국에 우리의 거처도 마련해 주시길 빌고, 혹 세상에서의 허물과 죄를 다 용서 받지 못하였다면 우리의 기도가 도움이 되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주검은 아무 말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오늘 우리에게, 특별히 자녀들에게 하느님 안에 머물기를 부탁하고 계십니다. 부자 관계는 끊을 내야 끊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 이상 아버지하느님과의 관계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은총의 순간을 잘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성 요한 다빌라는 “당신이 죽은 뒤에 무엇을 하면 좋겠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 미사, 미사, 미사봉헌을 청할 뿐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안모니카자매님을 사랑하는 만큼 자주 미사 안에서 만나시길 희망합니다.
인간적인 서운함과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안나 자매님께서 하느님나라의 천상행복을 누리게 될 것을 믿으며 안나자매님을 주님께 온전히 맡겨 드립니다. 다시 한 번 유가족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위로와 평화를 기원하며 우리 모두에게도 천상행복에 대한 믿음을 새롭게 해 주시길 기도합니다.
안나자매님의 영혼이 하느님의 자비로 영원한 안식을 얻게 하소서. 아멘.
천상병 시인의 귀천 이제와 우리 죽을 때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다른 것은 하나도 안 바랄께요.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그대가 언제라도 좋으니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저 잘 놀다 갑니다.” 맑은 웃음으로
나 하늘로 돌아가리 떠나게만 해 주십시오.....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우리 죽을 때 환한 웃음 지으며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며는 떠나가자고 “고마웠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저 잘 놀다갑니다.”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그렇게 남은 하루하루 남김없이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불살라가자고. -박노해-
“죽은 이들의 부활도 이와 같습니다. 썩어 없어질 것으로 묻히지만 썩지 않는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비천한 것으로 묻히지만 영광스러운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약한 것으로 묻히지만 강한 것으로 되살아납니다. 물질적인 몸으로 묻히지만 영적인 몸으로 되살아납니다. 물질적인 몸이 있으면 영적인 몸도 있습니다.”(1코린15,42-44)
부활의 삶, 영생의 삶을 기뻐합니다.
위령미사] ♬ 이 영혼을 받으소서 - 이종철신부 작곡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