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주일]밭에 숨겨진 보물 (마태 13,44-52)
주님께서는 꿈에 솔로몬에게 나타나시어,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신다. (열왕상 3,5-6ㄱ.7-12)
그 무렵 5 주님께서 한밤중 꿈에 솔로몬에게 나타나셨다. 하느님께서 “내가 너에게 무엇을 해 주기를 바라느냐?” 하고 물으셨다.
6 솔로몬이 대답하였다. 7 “주 저의 하느님, 당신께서는 당신 종을 제 아버지 다윗을 이어 임금으로 세우셨습니다만, 저는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아서 백성을 이끄는 법을 알지 못합니다. 8 당신 종은 당신께서 뽑으신 백성, 그 수가 너무 많아 셀 수도 헤아릴 수도 없는 당신 백성 가운데에 있습니다.
9 그러니 당신 종에게 듣는 마음을 주시어 당신 백성을 통치하고 선과 악을 분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어느 누가 이렇게 큰 당신 백성을 통치할 수 있겠습니까?”
10 솔로몬이 이렇게 청한 것이 주님 보시기에 좋았다.
11 그래서 하느님께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그것을 청하였으니, 곧 자신을 위해 장수를 청하지도 않고, 자신을 위해 부를 청하지도 않고, 네 원수들의 목숨을 청하지도 않고, 그 대신 이처럼 옳은 것을 가려내는 분별력을 청하였으니, 12 자, 내가 네 말대로 해 주겠다. 이제 너에게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준다. 너 같은 사람은 네 앞에도 없었고, 너 같은 사람은 네 뒤에도 다시 나오지 않을 것이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는 미리 뽑으신 이들을 당신의 아드님과 같은 모상이 되도록 미리 정하셨다고 한다. (로마 8,28-30)
형제 여러분, 28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29 하느님께서는 미리 뽑으신 이들을 당신의 아드님과 같은 모상이 되도록 미리 정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그 아드님께서 많은 형제 가운데 맏이가 되게 하셨습니다. 30 그렇게 미리 정하신 이들을 또한 부르셨고, 부르신 이들을 또한 의롭게 하셨으며, 의롭게 하신 이들을 또한 영광스럽게 해 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고,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아 가진 것을 다 팔아 그것을 산다고 하신다. (마태 13,44-52)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44 “하늘 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45 또 하늘 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46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47 또 하늘 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48 그물이 가득 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 올려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49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천사들이 나가 의인들 가운데에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50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
51 너희는 이것들을 다 깨달았느냐?” 제자들이 “예!” 하고 대답하자, 52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러므로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 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
연중 제17주일 제1독서(1열왕3,5~6ㄱ.7~12)
"네가 그것을 청하였으니, 곧 자신을 위해 장수를 청하지도 않고,
자신을 위해 부를 청하지고 않고, 네 원수들의 목숨을 청하지도 않고,
그 대신 이처럼 옳은 것을 가려내는 분별력을 청하였으니,
자, 내가 네 말대로 해주겠다.
이제 너에게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준다." (11.12ㄱㄴ)
솔로몬은 순종과 헌신의 의미가 반영된 일천 번제를 바쳐서(1열왕3,4)
자신을 하느님의 간택된 백성인 신정(神政)왕국 이스라엘의 통치자로
세워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렸다.
그리고 앞으로의 통치 행위가 단순히 정치적이고 행정적인 다스림이 아닌
하느님께 대한 헌신의 과정으로 바치겠다는 다짐을 했던 것이다.
여기에 감동이 되신 하느님께서는 솔로몬의 한밤중 꿈에 나타나셔서
진정으로 당신께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으시고, 솔로몬은
자신에게 맡겨진 주 하느님의 백성을 잘 통치할 수 있는 "듣는 마음"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청하면서 자신의 통치 위에
하느님께서 축복해 주실 것을 간구했다.
바로 이것이 주님 마음에 들어 다음과 같은 기도의 응답을 받아낸다.
"네가 그것을 청하였으니, 곧 자신을 위해 장수를 청하지도 않고,
자신을 위해 부를 청하지고 않고, 네 원수들의 목숨을 청하지도 않고,
그 대신 이처럼 옳은 것을 가려내는 분별력을 청하였으니" (11)
'장수'에 해당하는 '야밈 랍빔'(yamim rabbim; long life)은
직역하면 '많은 날들'이다.
이 '장수'는 한평생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함으로써(신명5,33), 또는 하느님을
사랑함으로써(시편91,16) 그리고 하느님을 경외함으로써(잠언10,27) 얻을 수
있는 축복 중의 하나로서 동서 고금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열망하는 소원이다.
또한 '부(富)를'에 해당하는 '오셰르'(osher; wealth, riches)는
'부유하다','풍부하다'(에제27,33),'윤택하다','좋다'(시편65,9),
'부자가 되다','부요하다'(욥기15,29)라는 뜻을 가진 '아샤르'
(ashar)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재물'(창세31,16),'부귀'
(부와 영광; 2역대17,5)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물질이 많아져 부자가 되는 것 뿐만 아니라 필요 적절한 시기에
알맞은 환경을 제공하는 하느님의 은총을 누리는 것과 근심이 없는
평화와 안정의 상태에 이르는 것, 그리고 세상에 알려져 사람들로부터
존귀하게 여김을 받는 것까지 다 포함한다.
끝으로 '원수'에 해당하는 '오예베카'(oebeka; your enemies)는
개인적으로 원한을 갖게 된 적대자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원한을
갖고 있는 적대국을 의미하기도 한다(여호24,11; 판관16,23).
따라서 '네 원수들의 목숨을 청하는 것'은 군사적 승리까지 포괄하는 의미이다.
'이제 너에게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준다'(12)
'지혜롭고'에 해당하는 '하캄'(hakam; a wise)는 이성적 명철함을 의미하는
'지혜'(신명4,6), 인생의 경험으로부터 생겨나는 기민한 처세술을 의미하는
'영리함'(2사무13,3), 그리고 사물의 이치를 깨닫고 기억함을 의미하는 '지각',
'약삭빠름'(예레4,22)이라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어떠한 형편에도 굴하지 않고 기지로서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지혜 또한 이성적인 탁월함, 그리고 사물의 원리를 깨닫고
기억할 수 있는 뛰어난 지능 등을 의미한다.
그리고 '분별하는'에 해당하는 '웨나본'(wenabon; discerning,
understanding)의 원형 '삔'(bin)은 앞의 9절에도 나오지만,
백성들을 다스리는 데 필요한 선과 악을 구분하고 분별할 수 있는 능력과
선악의 진위를 깨달아 국정에 반영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하느님께서는 솔로몬이 청한 대로 이스라엘을 잘 다스리고 공정히 재판할 수 있는,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과 지적 깨달음, 그리고 더 나아가 인생의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지혜와 지능이 겸비된 탁월한 지적 능력을 선물로 주셨던 것이다.
연중 제17주일 복음(마태13,44-52)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또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44~46)
밭에 숨겨진 보물의 비유와 좋은 진주의 비유는 천국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잘 보여주는 말씀이다.
'숨겨진'으로 번역된 '케크림메노'(kekrymmeno)는 '감추다', '숨기다'는
의미를 지닌 동사 '크립토'(krypto; hid)의 수동태 완료 분사로서, 과거 어느 시점에
보물의 주인이 밭을 깊숙이 파고 그것을 숨겨 두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외세의 침략이 잦았던 팔레스티나 지방에서 그것도 은행이 없었던 시절에
값비싼 보물을 땅속에 숨겨 두는 일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잠언 2장 4절에는 지혜를 구하는 것에 대해서 '네가 은을 구하듯 그것을 구하고
보물을 찾듯 그것을 찾는다면'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하는 이야기는 세속 민담에도 종종 나타난다.
천국은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이 보통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는 실체이다.
그러나 그 가치는 자신의 소유를 다 팔아 사도 아깝지 않을 만큼 큰 것이다.
말하자면,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사람이 자신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보물이 숨겨진 밭을 산 것처럼, 천국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희생하고서라도 얻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비유에서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 보물이 그것을 발견한 사람의 소유가 아니라
거기에 묻혀 있는 밭 주인의 소유라는 사회 규약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밭을 살 때까지 그 보물을 땅 속에 그대로 묻어 두고는, 집으로 돌아가
자신이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보물이 묻혀 있는 밭을 사 버린다.
원문에 나오는 '(그가) 가진'에 해당하는 '에케이'(echei), '팔아'에 해당하는
'폴레이'(polei), 그리고 '산다'에 해당하는 '아고라제이'(agorazei)라는
세 개의 동사의 시제가 모두 현재이다.
동사의 시제가 속담이나 일반적인 진리를 나타내는 현재라는 것은, 여기에 나타난 행위가
역사적으로 실제로 일어났던 과거의 어떤 특정한 일을 예로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러한 경우가 발생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되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다.
여기서 '가진 것을 다 팔아'에 해당하는 '판타 호사 에케이'(panta hosa echei;
all that he had)는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의 모두'를 말한다.
즉 그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모두 팔아 그 밭을 샀던 것이다.
이것은 그가 가진 전 재산보다도 그 보물이 숨겨져 있는 밭이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정말로 가치가 있는 것을 획득하기 위해 역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마태10,37; 마르코10,29).
한편, 두번째로 나오는 좋은 진주의 비유도 밭에 숨겨진 보물의 비유와 마찬가지로,
천국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서라도 얻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수님께서 하나의 비유로 끝나지 않고 유사한 내용의 비유를 더 말씀하시는 것은
그만큼 천국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강조하시는 것이다.
여기서 '상인'에 해당하는 '안트로포 엠포로'(anthropo emporo; a merchant)에서
'안트로포'(anthropo)는 사람이란 뜻이며, '엠포로'(emporo)는 상업을 하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으로서 특히 '도매 상인'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안트로포 엠포로'는 '도매상을 하는 상인'이라는 말이다.
이 사람은 지금 좋은 진주를 구하기 위해 각처를 떠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여기서 '찾는'으로 번역된 '제툰티'(zetunti; looking for; seeking)는
'얻으려고 애쓰다'는 의미를 지닌 동사 '제테오'(zeteo)의 현재 분사형으로서,
좋은 진주를 얻으려고 사방 팔방으로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에서 '발견하자'로 번역된 '휴론'(heuron)은
마태오 복음 13장 44절의 '발견한'으로 번역된 단어와 동일한 단어로서,
'발견하다'는 뜻의 동사 '휴리스코'(heurisko)의 부정(不定) 과거 분사이며
그 뜻은 '발견했을 때'이다.
애쓰며 돌아다니던 상인은 좋은 진주를 얻고자 노력한 결과 아주 값진
진주를 발견했다는 사실만 다를 뿐, 두 사람의 상황은 동일하다.
그들은 자기들의 기대치 이상으로 훨씬 좋은 것을 발견한 것이다.
보물을 발견한 사람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보물을 발견했고, '좋은'
('칼루스'; kalous; fine; goodly) 진주를 찾으로 다니던 상인도
자신의 기대 이상으로 '값진'('플뤼티몬'; polytimon; of great value;
of great price) 진주를 발견했던 것이다.
이처럼 믿음을 가진 이들에게 발견된 천국의 실체도 자신이 상상조차 못했거나
기대한 것 이상으로 훨씬 영광스럽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차 우리에게 이루어질 천국의 영광이 너무나 큰 것이기에,
천국과 관계되어 당하는 현재의 고난은 능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장차 우리에게 계시될 영광에 견주면,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겪는 고난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로마서8,18)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 그물의 비유>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또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마태 13,44-46).”
이 두 비유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기뻐하며’입니다.
‘보물의 비유’에서 ‘숨겨진’이라는 말과 ‘다시 숨겨 두고서는’이라는 말은,
‘기쁨’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입니다.
하늘나라는 숨어 있는 나라도 아니고,
발견한 뒤에, 또는 차지한 뒤에 숨겨 두어야 하는 나라도 아닙니다.
하늘나라는 이미 온 세상에 복음으로 선포되어 있는 나라이고,
복음을 받아들인 신앙인들의 기쁨은 온 세상에 널리 알려야 하는 기쁨입니다.
‘가진 것을 다 팔아’ 라는 말과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라는 말도
‘기뻐하며’ 라는 말에 연결됩니다.
이 말에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들은
새로 얻게 된 보물이나 진주만큼 자기에게 기쁨을 주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버린다는 뜻도 들어 있고,
또 가장 큰 기쁨을 주는 보물(진주)에만 온 마음을 쏟는다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전 재산을 처분해야 할 정도로 그 보물과 진주가 대단히 비싸다는 뜻이 아닙니다.
보물과 진주를 얻은 ‘기쁨’이 그렇게 크다는 뜻입니다.)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와서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마태 19,16),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 19,21).”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신 ‘영원한 생명을 얻는 방법’은,
“재산에 대한 애착심을 버려라. 나를 따라라.”입니다.
그래서 이 말씀은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와 같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재물을 포기할 수가 없어서
슬퍼하며 떠나갑니다(마태 19,22).
아마도 그는 부유하게 살면서도 영원한 생명을 얻는 방법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를 동시에 누릴 수는 없음을 알게 되자 슬퍼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보물에 관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희는 자신을 위하여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마라.
땅에서는 좀과 녹이 망가뜨리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와 훔쳐 간다.
그러므로 하늘에 보물을 쌓아라.
거기에서는 좀도 녹도 망가뜨리지 못하고,
도둑들이 뚫고 들어오지도 못하며 훔쳐 가지도 못한다.
사실 너의 보물이 있는 곳에 너의 마음도 있다(마태 6,19-21).”
땅의 보물은 언젠가는 허무하게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이 주는 즐거움 역시 허무하게 끝날 것입니다.
그러나 하늘의 보물은 영원히 남아 있게 될 것이고,
그 보물이 주는 기쁨도 영원할 것입니다.
따라서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의 가르침은,
우리에게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문제가 됩니다.
허무하게 사라질 것들을 선택할 것인가, 영원한 것을 선택할 것인가?
잠깐 동안의 즐거움을 선택할 것인가, 영원한 기쁨과 행복을 선택할 것인가?
“또 하늘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그물이 가득 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 올려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천사들이 나가 의인들 가운데에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거기에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마태 13,47-50).”
‘그물의 비유’는 종말 심판에 관한 비유입니다.
동시에 이 세상의 현실에 대한 암시가 들어 있는 비유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왜 의인들과 악인들이 섞여 있는 이 세상을 내버려 두시는가?
내버려 두시는 것이 아니라, 악인들의 회개를 기다리시는 것이고,
언젠가는 모두 심판하실 것입니다.
‘그물’을 교회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러면 ‘그물의 비유’는
의인과 죄인이 섞여 있는 교회의 모습을 나타내는 비유가 되기도 하고,
‘가라지의 비유’와 같은 가르침이 되기도 합니다.
복음 선포는 ‘모든 사람’을 향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든지 교회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하느님 앞에서 모든 사람은 다 똑같은 처지의 죄인들이기 때문에
“교회에 어찌 저런 사람이 있단 말인가?” 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을 비난하면 안 됩니다.
죄인이었더라도 회개하면 의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금은 의인이라고 해도 타락해서 죄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물의 비유’에서 ‘나쁜 것들’을 ‘쓸모없는 것들’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소금의 비유’에 연결됩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마태 5,13).”
신앙인답게 살지 않는 신앙인은 제 맛을 잃은 쓸모없는 소금과 같습니다.
(밖에 버려지기 전에 서둘러서 회개해야 합니다.)
쓸모없다는 말이 ‘탈렌트의 비유’에도 나옵니다.
“누구든지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저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저 쓸모없는 종은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에서 그는 울며 이를 갈 것이다(마태 25,29-30).”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 안에서 충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는 신앙인은
하늘나라에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은 쓸모없는 사람이 됩니다.
하늘나라에 쓸모가 없으니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
- "충만한 삶“-
- 연중 제17주일 - 열왕 상3,5-6ㄱ.7-12 로마8,28-30 마태13,44-52
마음이 공허합니까? 숨겨진 보물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채워도 공허한 것은 그들이 참 보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가짜 보물도 많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숨겨진 보물이 있습니까? 하느님이, 하늘나라가, 그리스도가 참 보물입니다. 명칭은 다 다르지만 똑같은 하나의 실재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참 보물을 찾아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참 보물을 모셔야 충만한 삶, 부유한 삶, 행복한 삶입니다. 숨겨진 보물, 하느님이, 하늘나라가, 그리스도가 없으면 껍데기의 공허한 삶입니다. 오늘은 충만한 삶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찾아야 삽니다.
끊임없이 참 보물이신 하느님을 찾을 때 충만한 삶입니다. 수도승은 물론이고 모두가 마음 깊이에서는 하느님을 찾는 구도자(求道者)입니다. 무엇인가 찾을 수뿐이 없는 사람이고 무엇을 찾느냐에 따라 꼴 잡혀 가는 삶입니다. 오늘 복음의 보물의 비유와 진주 상인의 비유에서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이와 좋은 진주를 찾은 상인은 바로 참 보물이신 하느님을 찾는 구도자의 전형입니다. 오늘 열왕기 상권에 나오는 솔로몬 역시 구도자의 전형입니다. 지혜를 찾았다는 말은 바로 지혜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찾았다는 말입니다. 하느님을 찾을 때 부산물로 따라오는 게 지혜의 분별력입니다. 지혜를 청한 솔로몬은 주님의 칭찬과 더불어 지혜의 분별력을 선사 받습니다.
“네가 그것을 청하였으니, 곧 자신을 위해 장수(長壽)도, 부(富)도, 원수들의 목숨도 청하지 않고 그 대신 이처럼 옳은 것을 가려내는 분별력을 청하였으니, 자 내가 네 말대로 해 주겠다. 이제 너에게 지혜롭고 분별하는 마음을 준다.” 그대로 참 보물 천상지혜의 분별력을 선사 받은 솔로몬입니다. 장수와 부 등 가짜 보물을 청하지 않고 듣는 마음과 분별의 지혜를 청한 솔로몬은 진정 현자입니다. 우리 수도자들 역시 이 참 보물 하느님을, 하늘나라를, 그리스도를 찾아 모든 것을 버리고 이 수도원에 왔습니다.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또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짧지만 참 박진감 넘치는 구절에 열정의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열정적으로 항구히 숨겨진 보물을 찾아야 삽니다. 한 번 찾았다 하여 영구 보존되는 참 보물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찾지 않고 냉담으로 방치하면 숨겨진 보물도 깊이 묻혀 찾아내기 힘듭니다. 이래서 초심의 자세로 사는 게 중요합니다. 보물 밭은 어디인지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바로 우리 삶의 자리 지금 여기가 보물이 숨겨진 보물 밭입니다. 내 마음 밭 깊이 숨겨진 참 보물 하느님입니다. 이 걸 깨닫지 못해 참 어처구니없이 부자가 거지처럼 삽니다. 여기 참 보물 밭을 놔두고 엉뚱한 밖에서 보물을 찾으니 찾지 못해 공허한 삶입니다. 바로 지금 여기가 보물 밭임을 깨달아 끊임없이 참 보물이신 하느님을 찾으며 정주의 삶을 살아가는 여기 수도승들입니다. 깨닫고 나면 누구나 참 보물주님을 모시고 사는 부자들인데 보물을 지니고도 눈이 멀어 보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만나야 삽니다.
참 보물이신 주님은 찾아야 발견하여 만납니다. 정작 만나야 할 분은 주님이십니다. 참 보물이신 주님을, 하늘나라를 발견하여 만날 때 참 기쁨에 충만한 삶입니다. 사실 우리는 우리의 참 보물이신 주님을 만나 모시기 위해 이 거룩한 미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미사를 통해 숨겨진 보물 주님을 만나는 체험이 일상에서 숨겨진 보물이신 주님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숨겨진 보물이신 주님을 만난이가 진정 부자입니다. 행복한 사람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샘솟는 기쁨이요 이 기쁨에 대한 응답이 찬미와 감사입니다. 우리 수도자들이 매일 바치는 시편 찬미와 감사의 성무일도와 미사는 주님을 만난 기쁨의 샘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것입니다. 찬미와 감사의 기도 중에 생생히 만나는 살아계신 주님이요 주님을 만날수록 열렬해 지는 주님 찬미와 감사의 기도입니다. 더불어 주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도 사랑도 희망도 깊어집니다.
버려야 삽니다.
주님을 만나면 저절로 버리게 되고 버릴 때 주님을 만납니다. 만남과 버림은 함께 갑니다. “또 하늘나라는 좋은 진주를 찾는 상인과 같다. 그는 값진 진주를 하나 발견하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처분하여 그것을 샀다.” 참 보물인 주님을 만날 때 저절로 보이는 세상 것들부터의 이탈에 초연한 삶입니다. 억지로 버림의 가난이 아니라 참 보물이신 주님을 만나 모실 때 저절로 버리는 자발적 가난입니다. 가난한 것 같으나 실상 부자들이 참 보물이신 주님을 모신 사람들입니다. 겉만 화려한 껍데기의 부자가 아니라 겉은 초라해도 마음은 참 보물 하느님으로 가득한 이들이 진정 행복한 사람이요 부요한 사람입니다. 이런 참 보물인 하늘나라를 추구하는 이가 살 줄 아는 사람이고 이런 삶이 진짜 삶입니다. 아깝고 짧은 인생, 가짜 보물을 찾아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는 것처럼 억울하고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끊임없이 주님을 만날 때 끊임없이 안팎으로 불필요한 것을 버려가 충만한 삶입니다. 말 그대로 텅 빈 충만의 기쁨이요 행복입니다. 누구도 앗아갈 수 없고 아무리 거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이 기쁨, 이 행복입니다. 그러고 보면 역설적으로 가난한 부자들, 불행한 부자들 참 많은 세상입니다. 채우고 쌓고 모아갈 수록 숨겨진 참 보물 주님은 마음 깊이 묻혀 공허만 더해 갈 뿐입니다.
오늘 그물의 비유가 심오합니다.
“하늘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그물이 가득차자 사람들이 그것을 물가로 끌어올려 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린다. 세상 종말에도 그렇게 될 것이다.” 모두가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세상 바다의 그물 안에 있습니다. 아무도 이 하느님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그물을 걷어 올리는 것이 바로 죽음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종말을, 끝을 염두에 두고 참 보물의 좋은 사람 되어 살라는 경고성 비유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 삶의 자리 거기가, 우리 마음 바로 거기가 바로 참 보물 하느님이 묻혀있는 보물 밭입니다. 아니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숨겨진 보물들입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보물이라면 반대로 우리는 하느님의 보물입니다. 눈만 열리면 주변의 모두가 보물 밭이고 형제들 모두가 하느님의 보물임을 깨닫습니다. 저절로 하느님의 보물이 되는 게 아닙니다. 끊임없이 참 보물이신 주님을 찾고 만나고 안팎으로 버려갈 때 하느님의 보물이 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됩니다.
마치 오늘 복음에서 하늘나라의 제자가 된 율법학자처럼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지혜로운 집주인처럼 제 삶의 주인이 되어 삽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대로 이런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룹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당신의 아드님과 같은 모상이 되도록 미리 정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부르시고 의롭게 하시고 영광스럽게 하시어 당신의 참 보물이 되어 살게 하십니다.
-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