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

2013. 9. 7. 오후 1: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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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성인과 함께 걷는 말씀ㆍ생명ㆍ일치의 길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

 


600년 고도(古都). 그러나 서울은 이미 옛 자취를 잃었다. 옛 사적이나 문화유산 또한 숱하게 헐리고 멸실됐다. 그렇지만 겨레의 정신사 한복판을 관통하는 '순교의 얼'은 오늘도 살아 숨쉰다.

 올해로 교구 설정 182년을 맞는 서울대교구에 2일 순례 코스가 열렸다. 순교 성인과 함께 걷는 말씀ㆍ생명ㆍ일치의 길로서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이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라는 주제 성구에 순례길의 의미가 오롯이 함축돼 있다.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은 말씀의 길과 생명의 길, 일치의 길 세 코스로 이뤄졌다. 올해로 정도(定都) 619주년을 맞는 서울 도심을 걸으며 순교성인들의 숨결을 느끼고, 순교 신앙을 본받으며, 우리의 신앙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려는 데 중점을 두고 조성됐다. 그러기에 '이야기'가 있는 성지순례길로 가꾸고자 코스마다 순례확인용 도장(스탬프)과 팸플릿을 비치하고, 모바일웹(http://holyplace.catholic.kr)을 통해 세 코스와 성지 소개를 돕는다.

 또 오는 11월 24일 '신앙의 해' 폐막을 앞두고 성지순례를 하면 전대사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8월 23일자 교황청 국무장관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추기경 명의 서한에 따르면, 서울대교구 성지순례길 순례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도적 축복을 받는다.




 ☞순례길 제1코스- 말씀의 길

 말씀의 길은 이벽의 집 터나 김범우의 집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 천주교회가 자발적으로 복음을 받아들인 평신도 신앙 공동체라는 점에 착안해 명명했다. 코스는 가톨릭대 성신교정 성당→광희문→종로성당→좌포도청 터→이벽의 집 터(수표교 인근)→김범우의 집 터(외환은행 본점 장악원 터 표석자리 앞)→명동 주교좌성당까지다. 총연장은 7.9㎞, 3시간 30분에서 4시간이 소요된다.

 우선 광희문이 포함됐다는 점이 이채롭다. 한양 도성 사소문 가운데 하나로, 서소문과 함께 시신을 도성 밖으로 내보내는 시구문(屍軀門)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지난 2월 '포도청 순례지성당'으로 지정된 종로성당은 본당 관할 구역 내 좌ㆍ우 포도청 터 표석에 순교 터를 알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이를 일깨우고자 '포도청(옥터) 순교자 현양관'을 조성했다. 기록상 좌ㆍ우 포도청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순교자들은 포도청에서 순교했다고만 알려지고 있지만 좌ㆍ우포도청 터 표석도 순례에 빼놓을 수 없다.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05 두레시닝 건물 앞 이벽의 집터는 첫 영세자 이승훈(베드로)이 1784년 겨울 이벽과 정약용, 권일신에게 첫 세례식을 거행함으로써 평신도에 의한 자발적인 첫 신앙공동체가 탄생한 곳이다. 또한 서울 을지로 2가 181 외환은행 장악원 터 표석 앞 김범우의 집터는 이벽의 집 터에 이어 1784년 말 신앙 집회를 갖던 교회사적지다.




 ☞순례길 제2코스- 생명의 길

 순교하러 가는 길이었지만,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가는 길이었기에 '생명의 길'로 명명했다. 세 코스 중 '가장 특별한' 순례길이기도 하다. 순교자들이 문초를 받거나 갇혔던 의금부나 우포도청, 형조, 경기감영, 전옥서 등에서 순교 형장에 이르기까지 순교자들이 걸은 길이 모두 포함돼 있다. 코스는 가회동성당→의금부 터→전옥서 터→우포도청 터→형조 터→서소문 밖 네거리 순교성지→중림동 약현성당(서소문순교자기념관)→경기감영 터에서 마무리한다. 총연장은 6㎞, 소요시간은 3~4시간.

 

 가회동성당은 우리나라에 들어온 첫 선교사 주문모 신부가 1795년 예수 부활 대축일에 조선 땅에서 첫 미사를 집전한 '계동 최인길(마티아)의 집'을 관할하고 있어 2코스 첫 순례지가 됐다. 의금부 터는 서울 좌ㆍ우포도청과 지방의 각 진영 및 군ㆍ현에서 문초를 받은 뒤 국왕의 특별한 명령에 의해 의금부로 압송돼 국문을 받은 이승훈과 이존창(루도비코 곤자가) 등이 신앙을 증거했던 사적지다.

 감옥과 죄인에 대한 사무를 관장했던 관서인 '전옥서 터'는 형조에 이송돼 심문을 받고 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수감돼 있던 곳으로, 성 이호영(베드로)이 4개월간 갇혀 있다가 옥사한 순교성지이기도 하다.

 서울 적십자병원 정문 앞에 표석이 있는 경기감영은 1801년 신유박해 당시 경기 지역에서 신앙공동체를 이뤘던 신자들이 혹독한 형벌과 문초를 받은 곳으로, 124위 중 조용삼(베드로)은 1801년 3월 경기감영에서 옥중 순교했다.




 ☞순례길 제3코스- 일치의 길

 일치의 길은 순교성지 절두산에서 103위 시성이 이뤄진 여의도에 이르는 과정을 돌아보면서 순교신앙을 본받고 하느님 뜻을 실천하면서 일치하자는 취지에서 '일치의 길'로 명명했다. 코스는 절두산 순교성지→노고산성지→옛 용산신학교 성당→당고개 순교성지→왜고개→새남터성지→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표석→삼성산으로 짜여 있다. 총연장은 순례 코스 중 가장 긴 33.5㎞로, 소요 시간만 13~14시간이 걸린다.

 

 이 가운데 노고산 성지는 당시 한양도성 내 여러 처형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많은 순교자의 시신이 매장됐던 사적지로, 앵베르 주교와 모방ㆍ샤스탕 신부 유해도 4년간 매장돼 있었다. 옛 용산신학교 성당(원효로성당)은 순교자들 유해를 모셨던 최초의 근대식 신학교 성당이며, 당고개 성지는 서울에서 서소문 밖 네거리, 새남터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성인을 탄생시킨 성지다.

 서울 용산동 5가 군종교구 주교좌인 국군중앙성당이 있는 왜고개, 곧 와현(瓦峴)에 자리한 왜고개 순교성지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새남터에서 순교한 순교자 7위가 33년간, 서소문 밖에서 순교한 순교자 2위가 43년간 매장됐던 교회사적지다. 또한 1846년 9월 병오박해 당시 순교한 김대건 신부 유해도 왜고개에 잠시 모셨다가 박해가 잠잠해진 뒤 미리내로 이장된 역사도 있다. 왜고개에 묻힌 순교자 10위 중 8위가 시성됐다. 앵베르 주교와 모방ㆍ샤스탕 신부가 1843년부터 1901년 명동성당 지하묘소로 이장하기까지 묻혀 있던 묏자리 삼성산성지도 빼놓을 수 없다.

오세택 기자 sebastiano@pbc.co.kr

 

댓글 1

  • 2013년 9월 12일 오전 9:59

    최성덕 암브르시오 형제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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