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브란트(1606-1669, 네덜란드)는 자기만의 독특한 직관으로 성경을 그렸다.
그는 1632년에 <동방박사의 경배>를 그렸고,
이 그림은 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슈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또한 이 그림은 마태오복음 2장 1-12절과 2장 16-18절이 그 배경이다.
렘브란트는 <동방박사의 경배>에서 두 왕의 대조를 부각시킨다.
한 사람은 세상의 임금이요, 다른 한 사람은 천상의 왕이다.
세상의 왕은 헤로데요, 천상의 왕은 예수님이다.
언뜻 보기에는 헤로데가 커 보이지만,
우리의 시선은 아기 예수님께로 모아진다.
유향연기는 헤로데를 비켜나간다.
그 연기를 시작으로 빛의 방향이 나선형으로 예수님께로 향한다.
그래서 우리의 시선은 예수님께 머문다.
이것은 별을 보고 여행한 동방박사들의 종착지가 예수님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헤로데는 마치 자기가 세상의 통치자인양 당당하게 서 있다.
그는 많은 종들과 군인들을 거느리고 나타난다.
그는 고압적인 자세로 손을 거만하게 펴고 있으며,
그의 시선은 공격적이고 탐욕스럽다.
그는 어떤 일을 즉각 수행할 태세다.
그는 자기의 권력을 빼앗길까 두려워 단도를 빼 들었다.
그는 이 칼로 베들레헴에 사는 아이들을 모조리 죽이리라.
그래서일까?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모두 암흑 속에 갇혀있다.
그러나 예수님께로 향하는 이들은 빛을 향해 나아간다.
그 출발은 분향을 하는 사람이다.
그의 시선은 헤로데를 향해 있지만 존경의 눈빛이 아니다.
그는 헤로데를 바라보면서도 이미 몸은 예수님을 향했다.
예수님만이 향기로운 제물이니까.
그 다음은 칼에 지탱하여 반쯤 서 있는 사람이다.
그는 허리를 굽혀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다.
이 바라봄이 그의 발밑에 있는 개와 연결된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개는 주인에게만 충성한다.
그러니 그도 칼에 베여 죽는다하여도 예수님께만 충성하리라.
마지막 사람은 아기 예수님 앞에 고개를 조아린다.
그의 이마는 반쯤 벗겨졌고, 그의 수염과 머리카락은 새하얗게 빛난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은 현인처럼.
그는 모자를 벗고,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경배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길은 아기 예수님을 떠나지 않는다.
세상만을 바라보는 헤로데와는 다르게 오로지 아기 예수님만을 바라본다.
그의 몸동작에는 공손함이 가득하다.
이러한 행동이 헤로데의 행동과 대조를 이룬다.
세상의 왕과 천상의 왕이 대조를 이루듯
어리석은 임금과 지혜로운 현자가 대조를 이룬다.
그래서일까?
헤로데는 어둠 속에서 칼을 들고 서 있고,
동방박사는 빛을 받으며 선물을 갖고 엎드려 있다.
그런데 마리아가 이런 동방박사를 힐끗 쳐다보며 살짝 놀라고 있지 않은가?
마리아는 생각했으리라.
“응, 이 사람도 나처럼 예수님을 겸손하게 받아들이네.”
그리고 성모님의 협력자인 요셉과 동방박사의 조력자인 시종이
그들의 등 뒤에서 서로 시선을 맞추고 있는 것도 신기하기만 하다.
그들도 말없이 하느님의 구원사업을 도왔으니까. (090930)
[출처] 동방박사의 경배 - 렘브란트|작성자 그림 읽어주는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