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길, 그녀가 문자를 보냈다.
"젤 좋아하는 노래가 모야? 전례부끼리 기념으로 테입만들려구. 1곡 뽑아 선정이유와 함께 메일로."
이 왠 거창한 행위란 말인가. 어쨌건 발상은 굿아이디어로 보여서 당장 나 역시 문자를 보냈다.
"성가? 가요? 팝? 동요? 뭘로다?"
곧바로 다시 날라온 그녀의 문자.
"장르 구분 없지요. 그치만 성가보담 가요나 팝이 부담이 덜하죠? 성가테잎은 따로 만들자구요."
그래서 나는 어젯밤부터 오늘 낮까지 고민 아닌 고민을 했다.
이 노래를 선정하자니... 노래방엔 없을텐데... 그래도 기냥 밀고 나가봐?
그래도 말이지, 좋아하는 곡이 워디 한두곡이래야 말이지...
이 곡을 뽑으면 저 곡이 서운할테고...
그야말로 나는 마치 아메리카의 인기 시트콤이라고 일컬어지던 "Friends"의 로스나 조이 내지는 피비가 하던 멍청하기 이를데 없는, 씨잘데기라고는 한 개도 없고 영양가라고는 전혀 없는 고민을 한것이다.
여튼지간에 심사숙고 끝에
제임스 잉그램과 조규찬,데이빗 포스터, 더 클래식이나 김민기의 "백구" 그리고 알 제로우, 케니 로긴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The real group, 빛과 소금, 아바, 산타나, 이승환의 "사자왕", 멜라니 멘체스터, 스티비 원더, 얼 크루 등의 쟁쟁한 뮤지션들을 제껴두고
우유부단한 나머지 조동익의 "노란 대문"과 에릭 클랩튼의 "Layla"를 선정하고 선정이유를 적었다. 뿌듯해하며... (그리고 노래방에 없을 것을 걱정하며)
그리고
메일을 보내기 위해 오늘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메일 주소 ’그거’ 맞니?"
"어머, 언니. 언니가 젤 먼저일 줄 알았어. 언니. 뭔 곡 인가요?"
"사실은 나... 가요 한곡, 팝송 한곡 적었거덩"
"헤헤~ 언니 그럴 줄 알았어요. 언니, 그 노래들 씨디나 테잎있어요? 테잎으로 녹음하려구. 씨디로 굽던지. 언니, 그거 가지고 가도 돼나?"
(오잉? 노래방이 아니고?)
아~ 그랬던 것이다. 그녀는 그저 우리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나의 테잎 혹은 기술력만 받혀준다면 씨디로 구울 작정이었던 것이다. 이 웬 OVER?
암튼 그녀 덕에 내가 좋아하는 곡이 무엇인지
요즘 내 곁에 자주 맴도는 멜로디가 무엇인지
나의 정서가 무엇인지(노란대문과 Layla는 정말 극과 극의 분위기인데.)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건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의 정서가 얼마나 폭넓어졌는지(그만큼 삶의 이해의 폭이 넓어진거면 좋겠는데)
그런 사소한 음악 하나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두고 살아왔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고...
스스로를 ’이쁜이에요’라던(수미언닌 그러면 그냥 "끊는다~잉"하고 협박하라던데) "뽕"양 암튼 고마워~잉. 재밌는 생각이야!
내가 가진 음반들만으로도 배부르고 풍요로워져서 기분 좋은 날
벨라뎃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