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번 성가잔치에서 레크레이션을 기획하고 진행한 성산동의 이정호 바오로입니다.
서교동 선생님의 글을 잘 읽었습니다. 충실한 조언에 감사드립니다.
우선 이번 레크레이션 기획에 관련하여 몇 말씀을 올리고자 합니다.
2지구 성가잔치는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그야말로 ’잔치’입니다.
물론 레크레이션도 그런 잔치에 맞는 것이 되어야 하겠지요.
잔치가 되려면 우선 본당중심에서 벗어나 다른 본당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아쉽게도 잔치가 이뤄지는 장소가 성전이라는 제한과 그것도 아담하고 소박한 성전이라는 제약에서 참가하는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이 마음껏 움직이며 서로에 대한 친교를 쌓기가 가능하지 못했습니다.
부득이 여러가지 레크레이션 중에서 1부끝에는 간단한 노래와 율동, 그리고 다른 본당 선생님들을 잠깐 아는 친교의 시간을 선택하게 되었고,
2부 끝에서는 어린이 미사책에 나오는 성가를 ’도전! 성가25곡’이라는 형식을 빌어 어린이들에게 성가를 생활화하도록 이끌고자 하였습니다.
처음 ’도전!성가25곡’(이하 ’도전’)을 기획하면서 그렇게 까지 선생님들과 아이들이 열광할지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희 성당 어린이들만을 보아서 그런 착각을 하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도전’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성가는 기도입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얼마만큼 성가를 알고 부를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분위기가 고조되고 격해질 무렵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을 진정시키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성가는 기도하고 했는데, 어떤 친구가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을때 다른 친구가 와서 떠들면 과연 그 기도가 온전히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을까요?"
분위기는 과연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저는 그 상황에서 일부 선생님들과 일부 학부모님들의 지나친 본당 사랑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해야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서교동 선생님께서 서교동을 한번도 안시키셨다고 하셨는데, 그것을 사실과 다릅니다.
물론 서교동을 다른 성당보다 많이 시키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한번도 부르지 않았다는 말은 말이 안됩니다.
진행을 하면서 저는 어린이들의 과열로 인해 의자에 붙여진 성당 팻말이 보이지 않았고, 사실 각 본당 자리배치를 확실히 숙지하고 있지 못했습니다. 또 몇몇 앞으로 나오신 도우미 선생님께서는 자기 본당을 시켜달라고 뒤에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25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님들의 함성에 모두 제게 들릴리가 없지요. 실제로 저는 제가 성산동 성당이기 때문에 공정성의 시비로 인해 성산동 성당에게 기회를 별로 주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성가잔치는 그런대로 잘 끝났습니다. 실무자가 아닌 선생님들께서 일부 불만을 가질 수 있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레크레이션은 레크레이션으로 끝나야 합니다. 레크레이션을 통하여 어린이들과 교사들이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그것을 끝나야 합니다. 즐겁게 논 다음에 그것이 공정했느니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아이가 친구들과 딱지치기를 했는데 같이 한 친구들과 사소한 갈등이 있었다고 집에 와 엄마에게 이야기했다고 합시다. 이때 어머니는 아이에게 무어라고 이야기해 주어야 할까요? 갈등을 빚는 친구에게 달려가 혼을 내 주어야 할까요? 아니면 아이에게 친구와 더 잘 지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어야 할까요?
이야기가 비약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저의 생각이 이러합니다.
조금이나마 어린이들 마음에 상처가 생겼다면 그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
하지만 우리가 교사로서 지녀야 할 마음이 과연 그런 마음일까 생각해 봅니다.
날로 아이들은 경쟁의 회오리에 휩싸여만 가고 있습니다. 주일학교에서도 그런 경쟁의 논리를 심어줘야 하는지 의심입니다.
아무쪼록 2지구 선생님들의 정진을 빕니다. 지난번 성가잔치에서 얻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감동이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의 몫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