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예수님은?
새해를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 새 전례력으로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연중 마지막 주일이며, 그리스도 왕 대축일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왕'이란 단어는 민주화를 부르짖는 요즘 같은 시대에 거부감을 갖게 하는 용어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왕'이란 요즘의 '대통령'처럼 우리가 뽑아서 일꾼으로 삼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체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예수의 십자가 위에 써 붙인 죄명(罪名)은 '유대인의 왕 나자렛 사람 예수'였습니다.
예수님은 이세상 권력에 뜻을 둔 적이 결코 없었지만, 본의 아니게 정치범으로 몰려
죽으셨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간을 가장 비인간화시키는 죄(罪)와,
인간을 짓누르는 제일 두려운 공포의 대상인 죽음을 극복하셨습니다.
죄와 죽음을 완전히 굴복시키고 인간을 해방시킨 진정한 왕이 되셨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성부께서 당신에게 부여하신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 많은 인간적인 갈등을
겪으셔야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을 예고하시면서 "내가 이렇게 마음을 겉잡을 수 없으니 무슨 말을 할까?
'아버지, 이 시간을 면하게 하여 주소서'하고 기도할까?
아니다. 나는 바로 이 고난의 시간을 겪으러 온 것이다."(요한 12,27)하셨습니다.
예수님이 가셔야 할 그 소명의 길은 '자신을 속죄양으로 바쳐, 많은 이들을 살리는,
고통 받는 야훼종의 길'이었습니다.
그 길은 인간적으로 멀리 도망치고 싶은 고통과 수난의 길이었지만, 예수님은 항상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소서" 하며 그 길을 묵묵히 가셨습니다.
이렇게 예수님은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제물이 되어 죽으심으로 인간의 이기심과
아담의 불순종이 엮어 낸 모든 죄업(罪業)을 말끔히 씻으셨습니다.
이로써 인류는 죄와 죽음에서 해방되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예수님은 '만물의 으뜸이 되시고' 죽음까지도 뛰어넘는 '우주의 왕'이 되셨던
것입니다.
이제 우리 자신을 돌아 봅시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서 얼마나 자유로운 존재입니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얼마나 이길 수 있습니까?
인간에게 있어 진정한 해방과 자유는 자신을 얼마나 이겼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개인이나 집단적으로 나타나는 이기적이며
단독자적인 성향은 우리 자신에 대한 사욕편정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
하겠습니다.
예수님이 죽음을 넘어 부활의 영광에 이르게 된 것은 자신을 온전히 내 놓는
사랑과,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전적인 순명으로 된 것이었습니다.
나에게 있어 예수님은 누구입니까? 참된 해방, 구원에 이르는 길은 바로
예수님이 가신 그 길에 있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부족하지만 나의 삶이 보다 예수님중심의 삶이 되어, 예수님이 나에게 진정한
왕으로 머무르실 때, 그 때 나에게 주님의 나라가 보다 가까이 임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는 더욱 풍성한 주님 축복을 기도합니다.
-배경민 베드로 신부(금촌2동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