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셈법
많은 군중들이 예수님과 함께 길을 가고 있습니다(루카 14:25).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시는 분이시니 밥 굶을 일은
없을 거고, 혹시 아프면 말씀 한마디로 고쳐주시니 이 또한 뿌리칠 수 없는
유혹입니다.
몇가지 더 궁금하고 목마른 게 있지만 또 '서프라이즈'하게 해결해 주실테니
말입니다.
약삭빠른 계산에 의하면 그리 밑질 게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주님께서 뒤돌아 보시고 묻습니다.
'정말 계산은 잘 하고 따라오는 거냐'고.
'당신과 같은 길을 가려면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해야 하는데 (루카 14:26), 괜찮겠냐'고 물으십니다.
이런 낭패가 없습니다.
우린 모두 셈에 빠른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건 비싸도 '너무' 비쌉니다.
뭐 이리 비쌀까요?
우린 하늘나라 셈법에 어두운 탓에 흥정을 할라치면, 이처럼 당황하기
일쑤입니다.
하늘나라는 제가 가진 걸로 흥정을 해보자면 한없이 쎕니다.
아무리 재산이 많다 하여도 셈을 맞출 수 없습니다.
또 이 나라는 보험도 안되니 보험금쯤으로 여기던 적당한 교무금이나 헌금
혹은 기부금도 소용없을 터, 하지만 하늘나라의 셈은 무척 쎄기도 하지만
한편 무척이나 후하기도 합니다.
어차피 죽어 너덜너덜해질 목숨을 내놓고 '새'생명을 받는 거니 이만큼
남는 거래도 없습니다.
또한 우리들에게 주시는 '용서' 역시 거저 아닙니까.
하느님께선 어린아이가 내놓은 달랑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도
장정 오천 명을 먹이십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셈이 너무 쎄다고 부자 청년처럼 울상 짓고 돌아설 일
(마르 10:22)이 아닙니다.
가난한 과부의 동전 두 닢(루카 21:3)을 받으셨듯이 정성스럽게 내놓는
천 원 한 장으로도 눈감아 주실 수 있고, '내가 참자'하고 한번 죽어주는
'소소한 순교'로도 '퉁'쳐 주실지 모르잖아요.
-염동국 루카 신부 (신곡1동 협력사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