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 돌아가시면서 남기신 유명한 말씀이 있습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
우리가 이런 말을 한다면 ‘뭔 소리야?’ 하겠지만, 교황님의 유언이라고 하니 그냥
흘려들을 건 아니겠습니다.
과연 우리는 행복한가요?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신학생 시절 어느 책에서 행복의 첫째 조건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라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풀이해 놓은 설명을 읽어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무슨 뜻일까요?
우리는 장점도 여럿이지만, 단점도 꽤 많습니다.
사실, 단점이 장점보다 몇 배로 많다고들 생각하죠.
그런데 나 자신을 받아들인다는 건 장점은 물론이고 수많은 단점까지도 받아들인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신의 장점을 모르는 경우가 무척 많다는 것입니다.
대학생 때였습니다.
교목실 수녀님이 자신의 장점을 써보라길래 서너 개 쓰고 머뭇거렸습니다.
그러자 수녀님이 “너 노래 잘하잖아.” 하셨습니다.
제가 노래를 못 하진 않지만, 잘하는 수준도 아니거든요.
그런데 수녀님은 그걸 왜 빼냐고 하셨고, 저는 마지못해 적었습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아는 데서 시작됩니다.
장점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자 탤런트지요.
하느님의 자녀인 우리가 그리스도의 몸을 구성하는 소중한 지체임을 깨닫게 하는 것이
장점입니다.
여기서 장점이란 다른 사람들에게 없는 특별하고 거창한 걸 가리키지 않습니다.
노래를 가수같이 부르진 못해도 중간 이상이라면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들의 평균보다 잘하면 그게 모두 ‘나의 장점’인 거죠.
그래서 내 장점은 서너 가지가 아니라 수십 가지가 됩니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서 단점은 넘어서야 할 과제입니다.
그렇다고 단점에만 초점을 맞춰선 절대로 안 됩니다.
‘잘하는 건 그냥 놔두고 시급히 단점을 보완해야 앞으로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말 ‘경기도 오산’이에요.
더 좋은 삶 자체이자 그 방법인 자신감은 의외로 마음가짐만 바꿔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일 어느 날 ‘요즘 잘하고 있어.’라는 말을 3명의 사람에게서 듣는다면, 그날은
다른 날 보다 훨씬 빛나는 하루가 될 겁니다.
남들에게 바랐던 칭찬과 인정을 받아서 그런 거죠.
그렇다면 그것을 반드시 남이 해줘야만 할까요?
나 자신이 나에게 해주면 안 될까요?
칭찬이나 인정의 기준을 스스로 엄격하게 잡을 필요도 없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선 자존감이 높아야 한다고 하는데, 정말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느 전문가는 사람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데 적당한 자존감만 있으면 된다고도
합니다.
같은 실력을 지녔는데 시합에만 나가면 잔뜩 긴장하는 선수와 적당한 긴장을 가지고
임하는 선수는 확연히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자기 장점을 잘 모르는 사람은 전자가 될 테고,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은 후자가
될 것입니다.
-현우석 스테파노 신부 | 얘기 들어주는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