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의 이삭:나를 키운 아이들
제겐 사랑스럽고 듬직한 두 아들이 있습니다.
둘 다 생후 50일 전후로 세례를 받았고, 다윗과 다니엘이라는 세례명을 가진 주님의
자녀로 예쁘게 자라고 있습니다.
어린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저희 아이들도 어릴 때 무척이나 질문이 많았습니다.
하루 종일 종알종알 쉼 없이 질문을 해대는 탓에 가끔은 10초 만이라도 침묵게임을
하자고 부탁하곤 했었지요.
그렇게 질문이 많던 다윗과 다니엘은 아기 때부터 성당을 다녀서인지 하느님과
종교에 대한 궁금증도 많았습니다.
큰 아이 다윗이 네살 때였습니다. 한창 로봇과 공룡을 좋아해 늘 악당과 싸우는 역할
놀이에 빠져있을 때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놀다 말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엄마, 우리가 매일 기도하는 주님 있잖아. 주님은 모르는 게 없고 힘도 제일 세다고
했지?
그래서 우리를 늘 지켜주신다고 그랬잖아.
그런데 왜 악당들을 물리치지도 못하고 그냥 죽은 거야?”
표현이 참 어린이스러웠지만 아이가 궁금한 것은 ‘주님은 전지전능한 존재인데
왜 그렇게 무기력하게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냐.’였을 겁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어쩌면 저도 잘 몰라서 답을 망설였던 것도 같습니다.
그런 질문을 놓고 가슴 깊이 고민하고 묵상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결국 이렇게 답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주님은 악당을 물리치지 못 하신 게 아니라 안 하신 거야.
예수님이 뭔가를 잘못해서 돌아가신 게 아니거든. 사람들을 대신해서 죽어
주신 건데, 인간을 너무너무 사랑하셔서 지켜주려고 대신해서 돌아가신거야.
그 사람들이 바로 우리고. 누군가를 무척 많이 사랑하면 지켜주고 싶은 거잖아.
엄마가 우리 아가를 이렇게 지키는 것처럼 말야.”
그 순간 저는 정답을 떠나 아이에게, 하느님이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는지를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겐 조건 없는 사랑을 주시는 주님이 든든한 백으로 계시니 그저 감사하고
그 받은 사랑을 주변에 나누면 된다는 말까지 더하고 싶었습니다.
또 한번은 작은 아이 다니엘이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물었습니다.
“엄마, 엄마는 언제 죽어?
우리는 다 죽으면 하느님 나라에서 만나는 거 맞아?
아무도 보고 온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알아?”
제 죽음의 시점을 묻는 바람에 웃음이 터졌지만 우리는 그 주제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은
신앙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 험한 세상을 주님이 보시기에 참 좋은 가치에 기준을 두고
살아가길 기도합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함께 나눴던 대화들을 되돌아보니 오히려 아이들이 제 신앙을
키웠단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던진 질문들은 믿음의 핵심이었고 제겐 두고두고 신앙의 화두가
되었으니까요.
그렇게 천진난만한 질문을 던지던 다윗과 다니엘은 어느덧 초등학교 고학년 형들이
돼 이젠 둘이 나란히 제단에서 복사를 서곤 하는데요.
이젠 제가 질문을 해볼까 합니다.
돌직구처럼 핵심을 물었던 아이들이 이젠 정곡을 찌르는 답변을 해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이정민 세실리아 | MBC아나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