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아람장군 나아만 (1)
물 귀한 이스라엘에서 요르단강은 젖줄입니다.
예부터 국경 구실도 해온 이 강은 헤르몬산에서 시작해 갈릴래아 호수를 거쳐
사해까지 이어집니다.
세례식을 하는 순례자들도 이 강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요, 그때마다 같은 강에서 몸을
씻었던 아람 장군 나아만이 떠오릅니다.
2열왕 5장은 나아만이 요르단강에서 나병을 떨치고 새 살을 얻었다고 전합니다.
그가 병든 몸 대신 새 살을 얻은 일이 옛 자아에서 새 자아로 거듭나게 해주는 세례식과
비슷합니다.
다만 우리는 나아만이 치유 받았다는 점만 기억하고, 그가 어떻게 그런 은총을 누리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지요.
그런데 2열왕 5장에 나오는 몇몇 대목은, 그가 하느님의 자비를 입기에 충분한
사람이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는 아람 임금을 보필한 직급 높은 장군이지만 나병 환자였습니다.
그런 그에게 은총의 서막을 열어준 이는 이스라엘에서 잡혀온 한 소녀입니다.
그 소녀가 나아만을 도와줄 예언자가 사마리아에 살고 있다고 알려줍니다(3절).
놀랍지요.
자기를 잡아온 타국인을 위해 이런 충언을 해준다는 점이 말입니다.
아마도 나아만 부처(夫妻)는 포로 소녀의 마음을 얻을 만큼 선량하고 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소녀의 조언으로 나아만이 자기 임금의 편지와 선물을 받아 이스라엘로 가자,
이스라엘 왕은 이를 음모라 생각해 혼비백산합니다(7절).
그러나 엘리사가 심부름꾼을 보내어 나아만의 방문 목적과 해결책을 알려주었고,
왕은 그제서야 안심합니다.
이후 나아만은 엘리사의 집으로 가게 되는데, 높은 장군의 행차니 그 모습이 얼마나
위풍당당했을지 상상하고도 남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다 구경 나왔을 테고, 엘리사도 당장 나가 그를 맞아야 할 판이었습니다.
하지만 엘리사는 나아만의 상처를 들여다보거나 기도를 해주기는커녕 이번에도
심부름꾼에게 말만 전하게 합니다.
요르단강에 가서 일곱 번 몸을 담그라고 말입니다.
이에 나아만은 무성의한 대접에다 요르단강이 실상 보잘것없는 작은 강이었기에
역정을 냅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부하들이 그를 "아버님"(13절)이라 칭하며, 손해볼 것 없으니 엘리사의
말대로 해보시라고 설득합니다.
여기서도 생각해 봅니다.
만약 부하들이 나아만을 미워했다면, 이런 말을 해주었을까요?
나아만이 소녀의 마음을 얻었듯이 부하들의 마음도 얻었기에, 그들이 충성했던 건
아닐까요?
곧 나아만은 치유의 은총을 우연히 누리게 된 게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베풀어온 덕을 은총으로 돌려받았던 것입니다.
다음 주에는 나아만의 병과 관련된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 보겠습니다.
-김명숙 소피아 (의정부교구)-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구약학과에서 공부하여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수도자 신학원 등에서 구약학을 강의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제키엘서>와 <예레미야서 1-25장>, <예레미야서 26-52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