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대패질
본당에서 사목을 하다 보니 무슨 조화인지 배만 나온다.
어느 날 문득, 나온 배를 어루만지다 '이건 아니다' 싶어 운동을 해볼까도
생각해 보지만, 본당 사정이란 게 어디 따로 시간을 내기가 쉽더란 말인가.
어찌할까 고민하는 와중에 본당에 유능한 목공 선생님이 한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참에 운동 삼아 목공을 배우기로 결심하고 상의 끝에 시작했다.
톱질, 끌질, 대패질 등 목공의 기초들을 열심히 연마하였다.
대패를 배우고 있는 어느날이다.
선생님은 두툼하지만 약간 휘어진 나무 판재를 내게로 주시며 대패로 평면을
깎아내라 했다.
아직 대패질이 서툰지라 한참 애를 먹었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더니 급기야는 뚝뚝 떨어진다.
아무리 열심히 대패질을 해도 나무판은 평면이 되질 않는다.
되었다 싶어 평면에 놓아보면 끄덕 끄덕 움직이기 일쑤다.
또다시 이리저리 열심히 깎아보지만 쉽지가 않다.
얼마나 깎았던지 나무판은 점점 얇아지고 대패밥은 다리 밑에 수북이 쌓여있고,
대패를 잡은 손은 후들거렸다.
지긋이 웃고만 있던 선생님은 이제 되었다며 그만 하라신다.
그날 난 죽는 줄 알았다.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스승의 질문에 용기있게 대답한다.
"스승님은 그리스도 이십니다." 예수님께선 대견해 하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곧이어 베드로는 예수님을 위한다고 한 말 때문에 지청구를 듣는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무 심하신거 아닌가.
베드로도 자신이 한 말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을 수 있고,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할지라도 아직 마음으로 그것을 이해하기에는 어렵지 않았을까?
우리도 세례를 받고 새 사람이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실제의 나의 삶에서
그리스도를 따라가기에 버거움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아니면 아직 그 의미를 잘 몰라서 베드로처럼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처음 배웠던 대패질이 그렇듯 어설프더라도 그것이 내 몸과 하나되고 숙달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가?
우리의 신앙도 오랜 단련의 시간을 통해서 성숙되어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결국 베드로도 자신의 삶을 온전히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시키고자 했던 것처럼
나는 오늘도 대패와 일치시킨다.
조금은 편해진 대패를 잡고 대패질을 하면서 기쁨을 느낀다.
그런데 이건 웬 조화인가? 얇아지는 나무판처럼 되어야 할 내 배는 수북이
쌓여지는 대패밥처럼 불러오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낭패가 있다니....ㅋㅋ
권혁동 요한 신부(후곡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