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체험

2021. 6. 25. 오후 5: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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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 체험


동료 사제들과 종종 산에 갑니다.
등산 시 사족보행을 하다 보면 비루한 체력 때문에 숨을 헐떡입니다.
마음속으로 신세 한탄도 해보지만 몇 차례 고비를 넘기고 나면 한결 편해집니다.
산에서 느끼는 이 ‘한계 체험’은 형제들과 함께 봉우리에 다다랐을 때 성취감으로
보상받습니다.
또한, 이 한계 체험은 설렘과 기쁨으로 다음 산행을 기약하게 합니다.

그런데 이번 주일 성경 말씀에서도 한계 체험이라는 주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제1독서(욥기 38,1.8-11) 본문은 구약성경 욥기입니다.
무죄한 의인 욥이라는 인물의 설명할 수 없는 고통, 즉 한계 체험을 통해 하느님의 정의,
그분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의 참된 행복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에 관한 심오한 질문들이
욥기 안에서 던져집니다.

제2독서(2코린 5,14-17)는 신약성경 코린토 2서로 교회 공동체가 분열된 상황에서 바오로가
쓴 편지입니다.
거짓 사도들의 활동으로 분열된 공동체, 즉 한계 체험을 겪고 있던 공동체를 향해 바오로는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2코린 5,17)이 된 그리스도인은 더 이상 속된 기준으로
주님을 이해해서도 안 되고, 스스로 속된 기준으로 살아가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복음(마르 4,35-41)에서도 예수님의 제자들이 한계 체험을 겪는 장면이 소개됩니다.
갈릴래아 호수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 예수님과 제자들은 배 위에 오릅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돌풍이 일어 물이 배 안까지 가득 찹니다.
한편 스승님께서는 태평한 듯 뱃고물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
배가 침몰할까 두려워 안절부절못하던 제자들, 심지어 스승님을 원망했을 그들 앞에서 마침내
예수님은 바람을 꾸짖으십니다.
그러자 바람이 멎고 고요해집니다.
풍랑을 가라앉히신 이야기에서 제자들의 한계 체험은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 서서히 드러내는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산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 여정에서 탁 트인 능선길도 만나지만,
가파른 오르막길과 바윗길을 걸을 때가 훨씬 많습니다.
인생이라는 산을 걷다 보면 하느님을 의심하거나 누군가를 원망할 때도 있습니다.
나의 고통에 무관심한 듯 보이는 주님께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이 여정에서 겪게 되는 고통과 한계 체험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같은 훈계는 한계 체험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오히려 더 큰 실망과 좌절감을 안겨줍니다.

우리는 오늘도 각자의 산에 오릅니다.
이 길 위에서 만나게 될 한계 체험이 기쁨과 설렘으로 바뀌려면 이웃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소통하는 자세, 이웃의 지친 어깨를 토닥이며 함께 걷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공감과 소통, 연대와 격려 속에서 주님께서 당신의 일을 완성하실 것이라  희망
해봅니다.


-김상우 바오로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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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졌다.”(마르 4,39)

거센 풍랑으로 뒤집힐 듯 흔들거리는 배 안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공포에 허둥대던 제자들의 모
습과 세상의 온갖 유혹과 탐욕으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이 닮았습니다. 주님! 거친 바다
에서 제자들과 함께하셨던 것처럼, 주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계시니 저 단단한 돌 틈 사이에서도 생
명의 싹을 틔운 풀잎처럼 두려움을 이기게 하소서. 아멘.


-이복숙 크리스티나 | 가톨릭사진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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