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손길
우리는 앞서, 인간과 여러 피조물이 하나의 창조 공동체를 이룬다는 관점을
구약성경의 여러 대목에서 살펴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더 익숙한 신약성경에는 어떤 대목들이 있을까요?
마태 6,25-34(루카 12,22-32 참조)에서, 예수님께서는 음식과 옷에 대한
걱정에 빠지지 말고 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찾으라고 말씀하십니다.
다시 말해, 물질적 필요를 채워야 하는 세상 걱정에 매몰되지 말고 하느님의 뜻과
복음의 가치를 찾고 실천해야 한다는 가르침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다 아시고 채워 주시는 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사실을 새와 나리꽃의 예를 들어 더 쉽게 설명해 주십니다.
새들은 먹이를 얻기 위해 경작도 하지 않고 꽃은 자라기 위해 옷도
지어 입지 않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들을 돌보십니다.
하물며 그들보다 더 귀한 인간이라면 결코 하느님의 돌봄에서 배제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이 대목은 인간과 피조물들이 한결같이 하느님께 의존하고 있다는 동질성을
암시합니다.
새와 꽃과 달리, 사실 인간은 음식을 얻기 위해 더 좋은 품종을 개발하고
요리도 합니다.
신소재를 개발해서 더 좋은 옷도 만듭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다른 피조물보다 훨씬 능동적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개발하고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자원, 생명을 지탱해주는 대기와
햇빛 그리고 물이 없다면 인간은 결코 지금처럼 무언가를 만들고 누리며 살 수
없을 것입니다.
신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모든 것은 자연을 통해 전해지는 하느님 돌봄의
손길입니다.
인간은 피조물에 대한 하느님의 손길에서 제외되거나 그것을 거부하는 존재가
아니라, 여느 피조물과 똑같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존재입니다.
또한 이 대목은 하느님께서 우리의 필요를 채워 주신다는 것이 과소비와 사치를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기술의 발달로 인간은 과거보다 훨씬 많은 식량과 물건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음식과 옷이 풍족하여 창고에 쌓아 두는 것이 무색하게,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먹고 입을 것이 부족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과 모든 피조물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지만, 인간이 그것을
독차지하지 않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효율적으로 나누기 위해서는 막중한
책임감이 요구됩니다.
자연환경이라는 이 터전을 다른 동식물들과 올바로 공유하고, 의식주 및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혜택을 인간 사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바람직하게 전달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오늘날 생태 위기 속에서 인류가 안은 과제입니다.
인간과 다른 피조물들은 하느님의 손길에 의지하는 창조 공동체의 일원이기에
하느님께서 주신 것을 공유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찾아라."(마태 6,33) 하고 명하신 하느님 나라의
일면일 것입니다.
-이다한 스테파노 신부 OFM Conv.(의정부교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