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6일 (백)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오늘 전례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은 우리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의 지극한 사랑을 가슴 깊이 새기는 날이다.
이날 교회는 예수님께서 성목요일에 성체성사를 제정하신 것과, 사제가 거행하는
성체성사로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되어 우리에게 오시는
주님의 현존을 기념하고 묵상한다.
전통적으로 삼위일체 대축일 다음 목요일을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로 지내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사목적 배려로 주일로 옮겼다.
그리스도의 성체 축일과 성혈 축일이 따로 있었으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함께 지내 오고 있다.
말씀의 초대
모세는 번제물로 올린 소의 피를 가져다가 백성에게 뿌리며, 주님께서 그들과 맺으신
계약의 피라고 한다(제1독서).
히브리서의 저자는, 그리스도께서는 대사제로 당신의 피를 가지고 단 한 번 성소에
들어가시어 영원한 해방을 얻으셨다고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서는 파스카 음식을 드시면서, 빵과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주시며 당신의 몸과
피라고 하신다(복음).
오늘의 묵상
우리가 미사 안에서 만나게 되는 성체와 성혈의 의미는 하느님의 사랑 그 자체입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으실 때는, 짐승의 피로 계약을 맺으셨습니다.
그것은 옛 계약, 곧 구약입니다.
구약에서 시작된 구원의 역사는 이제 예수님의 탄생으로 절정에 이릅니다.
그리고 더는 짐승의 피가 아닌, 예수님의 피로 모든 사람을 위한 새로운 계약을
하느님께서 맺으십니다.
새로운 계약, 곧 신약입니다.
계약이라는 조금은 경직된 형식의 언어가 사용되지만, 이 계약 안에는 사람을 향한,
나를 위한 하느님의 따뜻함이 담겨 있습니다.
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 예수님의 자기희생과 내어 줌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성체와 성혈은, 하느님과 예수님과 일치를 이루어 주는 큰 신비를
담고 있는 것이지요.
이 큰 사랑의 신비를 우리는 비교적 손쉽게(?) 미사 안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드님의 살과 피를 우리에게 내어 주시고자 구약의 긴 역사가
필요하셨습니다.
한두 세대가 아니라 수천 년의 기나긴 시간입니다.
아울러 사람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과 따뜻함이 필요하셨습니다.
사람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필요하셨습니다.
사람을 위해서, 그들의 구원을 위해서 기꺼이 헌신하겠다는 예수님의 자기 결심이
필요하셨습니다.
구약에서 시작된 긴 역사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온갖 멸시와 고난을 당하신 예수님의
철저한 자기희생이 없었다면 결코 가능할 수 없었던 사건입니다.
그 사랑의 절정을 성체와 성혈이 품고 있습니다.
주님의 몸을 우리는 어떠한 마음으로 마주하고 있는지요?
나를 향한 하느님의 따뜻함과 품어 줌의 절정, 그것이 우리가 참례하는 미사 가운데
이루어집니다.
그 사랑의 표지가 바로 우리가 미사에 참례하는 것만으로도 만날 수 있는 주님의
보배로운 몸과 피입니다.
-매일미사 (박형순 바오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