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만남
찬미예수님!
우리는 교회력으로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인 대림시기를 통해서
위대한 구세주 탄생의 신비를 묵상하고 기다려 왔습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엊그제 우리는 비록 코로나 사태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위대한 탄생의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하느님의 위대한 선물이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지요.
그리고 오늘 우리는 복음을 통하여 주님의 거룩한 가정과 위대한 만남을
가집니다.
요셉 성인과 성모님께서 아기 예수님을 모시고 성전에 봉헌하러 갔습니다.
위대한 아기가 선물로 주어졌지만 아직 정식으로 가정의 일원이 되지 않았지요.
오늘 예수님의 부모가 예수님을 성전에서 하느님께 봉헌함으로써
비로소 예수님을 중심으로 한 성가정이 이 땅에 정착하였습니다.
요셉성인과 성모님은 그동안 얼마나 많이 마음을 졸였을까요?
그날 성전에 온 다른 사람들은 일상적이고 습관적으로 율법을 지키고자
예물을 바쳤을 겁니다.
하지만 요셉성인과 성모님의 마음은 다른 이들과 많이 달랐습니다.
예수님의 부모님들은 비록 가난했지만 형식적으로 율법을 지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참으로 기쁘고 감사하며 하느님께 예물을 봉헌하셨을 것입니다.
어쩌면 성가정은 이렇게 하느님께 받은 선물을 다시 하느님께 돌려 드림으로써
시작되는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성전을 성전답게 만드는 것은 일상 속에서 내가 받은 하느님의 은총을
기억하고 그것을 다시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길로 돌려드리는 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복음은 또 다른 위대한 몸짓을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요셉성인과 성모님께서 아기 예수님을 봉헌한 그 순간 아무도 그 거룩한
봉헌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어제와 다름이 없는 오늘을 살아갔기에 성가정의 거룩한 탄생과
완성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 이를 알아차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약속을 믿고 구세
주를 기다려온 예언자 시메온과 안나였습니다.
시메온은 늙은 할배이고 안나는 늙은 과부였습니다.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주변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뜻대로 원하는 바를 하느님께 청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이 분들은 매일 매 순간 하느님의 약속이 이루어짐을 믿고 그 뜻이 무엇인지를
찾았습니다.
그때 그날 그들은 자신의 두 눈으로 위대한 구세주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약속이 성취되는 위대한 순간과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일상의 삶을 거룩하게 만드는 것은 위대하거나 거룩한 일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일상의 삶의 자투리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위대한 몸짓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매일 자신을 비우는 길일 것입니다.
시메온과 안나 예언자는 그렇게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며 살았고
거룩한 가정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들의 할 일을 올바르게 행할 수 있었습니다.
성가정은 하느님께 받은 선물을 하느님께 돌려드리는 그 자리에서 시작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그 선물은 틀림없이 우리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 안에서 찾을 수 있고
드러날 것입니다.
한 해가 또 갑니다.
한 해를 돌아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것, 그 안에 하느님의 은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자리에 있습니다.
그것을 잊지 않는다면, 우리는 성가정의 삶을 시작하여 충만한 시간으로
내년을 채울 수 있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을 잘 보내시고 주님과의 위대한 만남의 시간으로 채워 가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김동훈 미카엘 신부(안식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