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5일 (백) 주님 공현 대축일
거룩한 날이 우리에게 밝았네. 민족들아, 어서 와 주님을 경배하여라.
큰 빛이 땅 위에 내린다.
오늘의 묵상
예수님 시대, 갈릴래아는 외롭고 슬픈 곳이었습니다.
율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 하여 무시당하였고, 가진 것이 없다고
업신여김을 감내해야 하였던 곳이지요.
이뿐인가요?
살다 살다 힘들면 동네 밖 도적 떼라도 되어야 입에 풀칠할 수
있었던 이들이 넘쳐 났고, 급기야 로마의 권력에 저항하는 목숨 건
무장 항쟁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갈릴래아에서는 ‘이렇게 살 바에야 그냥 소리나 한번 지르고 죽자.’
라는 심정과 태도가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 갈릴래아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를 선포하십니다.
더불어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고쳐 주셨습니다.
하늘 나라는 이렇게 갈릴래아 곧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의 자리에서
선포되고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활동하신 곳은 모두 가난한 지역이었고,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자리는 성공한 이들이 넘쳐 나는 예루살렘이었던 것입니다.
성공한 이들을 탓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되지만, 소외된 이들을
외면하고 세상의 성공에만 혈안이 되는 것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늘 나라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바라볼 때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합니다.
모두가 축구 경기를 응원할 때도, 축구를 싫어하는 이들이 있음을
인식하고, 과거를 반성하지 않는 이웃 나라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극우주의자들과 선량한 국민들을 구별하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집단주의, 국가주의, 애국주의 …….
‘○○주의’라는 것들, 이것만이어야 한다는 사상들, 그것이 예수님의
보편적 구원을 가로막습니다.
우리는 너무 다릅니다.
너무 달라서 틀렸다 하고 저주하고 심판하고 외면합니다.
올바로 식별하고 다른 것을 다르게 볼 줄 아는 여유, 조금씩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다.
-박병규 요한 보스코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