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道)
오늘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별을 보고 예수님을 경배하러 나선 왕들(동방박사)의 길이 있고,
가만히 궁궐에 앉아, 자기도 경배하겠다고 말하는 왕(헤로데)의 길이 있습니다.
이 둘의 길은 확연히 다릅니다.
삶의 태도에서 다릅니다.
동방박사들은 편안하고 안락한 삶에 안주하지 않고, 굳이 먼 길을 나섭니다.
고생하는 동방박사들은 자신의 결정과 행동으로 고통이 따르더라도,
진리의 길을 추구합니다.
별을 보고 꿈을 찾아 자기가 가진 것을 버리는 것도 감수합니다.
반면 헤로데는 편안함과 안락함을 넘어, 향락과 사치를 일삼고도 거짓말을
밥 먹듯 합니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예수의 등장을 바라지 않는 헤로데는 베들레헴과 온 일대에 사는
두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립니다.
오직 자신의 안위와 자기 주변인들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입니다.
아들 헤로데는 욕정에 눈이 멀어 자기 동생의 아내와 혼인합니다.
그러고도 모자라 자신의 통치에 방해되는 것들을 모조리 없앱니다.
그 중에 하나가 비선실세 헤로디아와 그의 딸에게 넘어가, 세례자 요한의
목을 잘라 죽여 버리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정당성을 말하고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싶어 합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지난 한 해 우리도 헤로데 못지않았던 지도자 때문에 말로 할 수 없는
상심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정말이지 우리의 선택이 얼마나 중한지, 뭣이 중요한지 알게 되는
한 해였습니다.
우리는 늘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동방박사가 걸어간 길과, 헤로데가 간 길….
어찌 보면 우리의 신앙(삶)은, 참다운 길을 선택하는 대단히 어렵고 고단한
행위입니다.
요즘처럼 먹고 살기 힘든 시기에, 우리가 바라는 것은 편안함과 안정입니다.
그러나 오늘 동방박사의 여정에서 드러나듯이, 신앙은 오히려 고된 삶을
살아가는 것의 연속입니다.
더 나아가 오히려 편안함을 바라고 안락을 추구하는 것을, 신앙은 유혹으로
여깁니다.
신앙을 선택한다는 것은 예수님의 말씀처럼 자기가 가진 것을 버리고,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2017년을 시작하는 우리는, 이런 길을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양인경 알퐁소 신부(광주대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