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것은 주(主)님?… 주(酒)님?"
"레지오 회합을 하러 성당에 간 남편 요셉이 술을 거하게 한잔하고 늦은 시간
집에 귀가하자 아내 마리아가 말합니다.
'아니, 레지오 회합하러 성당에 간다더니 술을 그렇게 마시고 오면 어떻게 해요?
기도 모임을 한거에요? 술 모임을 한거에요?'
날카롭게 던지는 아내의 질문에 남편이 애교스런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물론 기도 모임을 했지! 그러고 나서 2차 주(酒)회합을 한거야~'
은근슬쩍 넘기려는 남편의 모습에 화가 난 아내가 다시 꾸짖듯이 말합니다.
'레지오 단원이면 기도 모임에 충실해야지,
이렇게 술 모임을 꼭 해야 하는 거에요?'
아내의 꾸지람에 남편 요셉이 항변합니다.
'아니, 여보!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이 뭔지 몰라? 바로 물을 술(포도주)로 만드신거야!
이렇게 우리에게 술을 큰 기적의 선물로 주셨는데,
내가 주(主)님을 사랑하듯이 주(酒)님을 사랑 하는 것은 신앙인으로서
당연한 것 아냐?' 이렇게 궤변을 늘어놓으며 방으로 들어가는 남편이 어이없어
아내는 그저 쳐다만 봅니다."
흔히 성당에서 남성 레지오 단원으로 2차 주(酒)모임을 갖는 형제님들이라면
아니, 신앙생활을 하면서 주(酒)님과 잦은 만남의 시간을 갖는 형제님들이라면
위의 상황이 그리 낯설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이 물을 포도주로 만드신 것이라는 기쁜 소식
(복음)에 감사드릴 것입니다.
반대로 이런 형제님들과 함께 사시는 자매님들은 왜 예수님께서 행하신
첫 번째 기적이 하필 물로 술을 만드셨는지 원망 아닌 원망의 마음도 가져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실 요한복음에만 나오는 오늘 복음말씀이 본당에서 신앙생활하시는
애주(愛酒)가 형제님들의 변론으로 단순히 이용되기에는 그 복음적 의미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갈릴래아 카나의 가난한 신랑 신부에게 베푸신 이 기적은 막 새 출발을 하려는
가정을 축복하시는 성모님의 사랑이며, 예수님의 은혜로운 섭리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의 첫 번째 기적은 한 가정에서 시작되었으며,
그 의미는 바로 하느님 나라의 표징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를 그 나라에 초대하고 계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가정을 통해 하느님 나라의 모습을 미리 보여주셨고,
섭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기쁨의 잔치(혼인잔치)를 베풀어 주십니다.
"주님께서 너를 마음에 들어 하시고 … (중략) …
너의 하느님께서는 너로 말미암아 기뻐하시리라(제1독 서)." 그리고 그 잔치를
기쁘게 맞이하기 위한 합당한 성령의 은사를 베풀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 각 사람에게 공동선을 위하여 성령을 드러내 보여 주십니다
(제2독서)."
연중 제2주일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했던 대림 시기도 끝났고,
아기 예수님을 맞이했던 기쁜 성탄 대축일과 세상에 참다운 왕으로 드러나신
주님 공현 대축일도 끝났으며,
공생활의 시작을 알려주시는 주님 세례 축일도 끝났습니다.
이런 바쁜 전례시기를 마치고, 이제 우리는 연중 시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연중 시기는 우리 신앙인들이 각자 신앙의 응답을 준비하는 은혜로운
전례주년입니다.
이 시작의 시간에 자신에게 한번 물어 봅시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것은 주(主)님(=신앙의 삶) 입니까?
아니면 주(酒)님(=세속적 쾌락)입니까?"
-이재현 요셉 신부(수원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