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분께서는…."
오늘 복음에 따르자면, 사람들은 메시아를 고대하였고,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하는"(루카 3,3) 요한이 바로
자신들이 기다리던 메시아일 것이라는 기대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요한쯤 되면 그의 청정한 삶의 면모로 보나(마르 1,6 참조)
하늘나라를 선포하는 추상같은 위엄으로 보나(마태 3,2 참조)
스스로 메시아로 자처해도 나무랄 데가 없었을 것입니다. 심지어
예수님조차 온 백성 속에 섞여 요한의 세례를 받으실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자기도취를 아예 모르는 요한을 만나게
됩니다.
메시아로 자처하기는커녕 예수님 앞에 몸을 굽히는 것조차 과분하다는
요한의 참 인간됨됨이를 만납니다.
이런 요한의 진면목. 바로 "나는…. 그분께서는…." 이라는
어법을 통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루카 3,16)
나를 땅 끝까지 굽히니 그분의 하늘이 활짝 열렸습니다.
나를 낮추니 그분의 성령께서 세상 끝까지 내려 오셨습니다.
나를 놓아버리니 그분의 하늘이 온통 하느님 아버지의 소리로
물들었습니다.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루카 3,22)
예수님의 전 존재를 가득 채우는 하느님 아버지의 소리입니다.
사람과 하느님이 하나로 결합되는 소리입니다.
사람이 하늘에 이르고, 하느님께서 땅에 내려오시어 한데 어우러지는
소리입니다.
하느님의 소리는 마치 저녁 노을빛이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듯
마침내 우리 인간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물들일 것입니다.
우리의 세례도 그와 다를 바 없으니, 하느님의 소리는
또한 우리를 위한 소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세례가 차갑고 그늘진 세상 곳곳을 품는 하늘의 마음,
꺾일 줄 모르는 세상 폭력의 권세를 쩍 갈라놓는 하늘의 소리이기를
새롭게 마음에 새겨 봄직 합니다.
-김정용 베드로 신부(광주가톨릭대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