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2016. 1. 26. 오전 6:47:19

글자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오늘은 일 년 중에 가장 춥다고 하는 소한과 대한 사이에 맞이하는 연중 제2주일입니다. 지난 주일 주님 세례 축일 복음을 통해 우리가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존재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출애굽을 이끌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사명을 보았습니다. 이어서 연중 시기를 지내면서, 오늘 예수님은 카나의 혼인잔치 기적을 일으키셨고, 앞으로 열병을 앓고 있던 시몬의 장모를 고쳐주십니다. 나병환자와 중풍병자, 그리고 죄인과 세리를 치유해 주십니다. 예수님의 삶이 곧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천주실의'의 저자 마테오 리치 신부님은 "초자(肖子)"와 "불초(不肖)"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부모를 닮지 못한 이를 "불초"라 하고, "불효자"라 하였습니다. 이를 다산 정약용은 초천(肖天)이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자신이 불초인 줄 아는 사람은 적어도 불초의 길을 벗어나기 시작한 사람입니다. 자신이 불초인 줄 모르는 사람이야말로 불초 상태에 갇혀 있습니다. 우리말로 "거룩하다"를 뜻하는 히브리어 "카도쉬"는 야훼의 것으로 갈라내어 그분의 몫으로 존재하는 것을 말하는데, "거룩"은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이라는 사실 그 자체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신앙적인 노력과 하느님의 은총의 결과입니다. 배추가 배추벌레에게 자기를 닮게 하는 방식은 한 가지입니다. 자기를 내어 주는 것. 먹어도 먹어도 이제 그만 먹어라 말하지 않는 그 마음으로, 배추가 배추벌레를 물들입니다. 요한 복음에서는 오늘 복음을 포함하여 모두 일곱 가지 기적이 나오는데, 하나의 공통점은 이것이 모두 '주간의 여섯째 날'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이 여섯째 날은, 창세기에 따르면, 인간을 창조하시고 세상 창조 사업을 마치신 날, 완성의 날입니다. 때문에 여섯째 날의 의미는 아버지께서 예수님을 통하여 실현하시는 「새로운 창조의 완성」을 상징하고 있고, 더 나아가 「새로운 인류」, 「새로운 공동체」의 출현을 보여주고자 하는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민족의 구원의 원체험인 출애굽 사건도, 예수님의 탄생도, 하느님께서 친히 모든 것을 하신 것이 아니라, 모세라는 평범한 한 인간, 마리아라는 시골 처녀의 협력을 통해서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즉,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아주 미미하고 보잘것없을 수도 있지만, 인간의 협력이 하느님의 뜻과 만날 때 가능합니다. 하느님을 닮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구체적인 협력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모상을 닮은 인간을 닮도록 허락하십니다. 마치 오늘 기적도 예수님 능력 + 성모님의 간청 + 하인들의 협력의 합작품이듯 말입니다.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 아멘. -남궁경 알베르토 신부(대화동 주임)-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기도.묵상 글

목록 전체보기 →